한눈에 보기
· 국내 전기차 보험 손해율은 108.4%로 내연기관차(87.2%)보다 21.2%p 높다. 그런데 사고를 더 자주 내서가 아니다. 사고 한 건당 손해액이 1.74배다.
· 격차의 정체는 공임이 아니라 부품비다. 자기차량손해 담보 기준 전기차의 부품비는 1.63배, 총수리비는 1.40배였다. 부품비 배수가 전체 배수보다 높다는 것은, 공임 배수는 1.40배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 부품비의 정체는 배터리다. 국산 전기차의 배터리 교체비는 차량가격의 평균 약 46%, 경차급인 레이 EV는 75%에 이른다. 그래서 경미한 하부 충격 한 번이 전손 판정으로 직행한다.
· 더 곤란한 사실은 따로 있다. 국내 전기차 1,114대를 375일간 관측한 연구에서, 제조사 BMS가 표시하는 배터리 건강도(SOH)는 실제 용량과 사실상 무관했다. 심하게 열화된 하위 10% 차량의 93%를 BMS가 걸러내지 못했다.
· 그래서 지금의 전기차 보험료 할증에는 ‘위험의 값’과 ‘모름의 값’이 섞여 있다. 유럽은 이미 배터리 상태 데이터를 열도록 법으로 강제했고, 한국은 2026년 8월에야 검사 단계에서 SOH를 받기 시작한다.
전기차 오너에게 유지비를 물으면 대개 만족스러운 답이 돌아온다. 엔진오일을 갈 일이 없고, 미션오일도 없고, 브레이크 패드는 회생제동 덕에 오래 간다. 실제로 미국 컨슈머리포트 분석은 20만 마일 생애 기준 전기차의 정비·수리비를 마일당 0.03달러로 집계했다. 내연기관차(0.06달러)의 절반이다.
그런데 같은 오너에게 보험료를 물으면 표정이 바뀐다. 그리고 접촉사고를 한 번 겪어본 사람이라면 표정이 더 굳는다. 같은 차가 어떻게 유지비는 절반이면서 보험료는 더 비쌀 수 있을까.
답은 두 비용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다. 정기 정비비는 예측 가능하고 개별 소유자에게 귀속된다. 사고 수리비는 우발적이고 보험 가입자 전체에게 분산된다. 그래서 “전기차가 싸다”와 “전기차 보험료가 비싸다”는 동시에 참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그 두 번째 비용, 즉 사고가 났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구에게 청구되는지를 따라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기차 보험료의 초과분은 전부가 위험의 대가는 아니다. 상당 부분은 아무도 배터리의 실제 상태를 모르기 때문에 붙는 값이다.
① 숫자부터 — 한국의 전기차 보험은 지금 어디에 서 있나
먼저 규모다. 국토교통부 집계 기준 2026년 6월 말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109만 5,218대로, 전체 자동차 2,667만 6,359대의 4.1%다. 2026년 상반기 신규 등록만 19만 9,019대로, 새로 등록된 차 네 대 중 한 대(23%)가 전기차였다(전자신문). 이 중 국산이 57.3%, 수입이 42.7%다.
모수가 커지자 보험 통계도 유의미해졌다. 보험개발원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전기차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8.4%로 전년(103.1%)보다 5.3%p 올랐고,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는 87.2%였다.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이 통상 80%대 중반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담보는 이미 구조적 적자 구간에 들어와 있다.
자기차량손해 담보만 떼어 보면 악화 속도가 더 가파르다. 전기차 자차 손해율은 2021년 76.7%에서 2025년 116.0%로 4년 만에 39.3%p 뛰었다. 같은 기간 전기차 자차 사고 건수는 9,378건에서 4만 6,828건으로 약 5배 늘었다.

② 자주 나서가 아니다, 한 번이 비싸서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걷어내야 한다. “전기차는 급가속이 되니까 사고가 잦다”는 통념이다. 데이터는 그 통념을 부분적으로만 지지한다.
보험개발원이 2019~2023년 5년 누적으로 집계한 결과, 전기차의 자차 사고율은 1만 대당 1,096건으로 비전기차(880건)의 1.25배였다(보험개발원 발표). 다만 보험개발원 자신이 그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차량 성능이 아니라 주행 노출이었다. 전기차의 연간 주행거리는 보험연구원 분석 기준 1만 4,942km로 비전기차의 1.47배다. 많이 타면 많이 부딪힌다.
주행거리로 정규화한 해외 대규모 데이터는 오히려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미국 고속도로손해데이터연구소(HLDI)가 530만 보험가입대수년을 분석한 결과 전기차의 충돌담보 사고빈도는 동일 모델 내연기관 대비 20% 낮았다. 독일 보험협회(GDV)는 전기차 53개 모델라인을 짝지어 비교해 사고빈도가 10~15% 낮다고 발표했고, 영국 계리사회 학술지에 실린 노르웨이 실증 연구(주행 1,390억km, 사고 1만 3,422건)는 전기차 사고빈도가 17.3% 낮으며 그 감소분의 81%가 단독사고 감소에서 나온다고 보고했다.
다른 결론을 낸 연구도 있다. 아일랜드 리머릭대와 바르셀로나대 공동연구팀이 네덜란드 차량 1만 4,642대의 텔레매틱스와 보험청구를 결합해 분석한 2024년 논문은 전기차의 과실 사고 청구가 내연기관 대비 오히려 많고 1차 대물손해 비용이 6.7% 높다고 결론지었다. 급가속·급제동 같은 행동지표는 전기차가 더 양호한데도 사고 빈도로 이어지지 않는 역설이다. 요컨대 전기차의 사고 빈도는 학계에서도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합의된 것은 다른 쪽이다. 사고 한 건당 비용은 확실히 비싸다. 2024년 기준 국내 전기차의 사고 건당 손해액은 341만원으로 내연기관차(196만원)의 1.74배였다. 화재·폭발 사고로 좁히면 1,668만원 대 726만원으로 2.30배까지 벌어진다.
독일 알리안츠 기술센터(AZT)의 청구 분석은 이 구조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고전압 배터리 손상이 개입한 사고는 전체 건수의 2%에 불과한데, 손해액에서는 약 7%를 차지했다. 단순 환산하면 배터리가 관여한 사고 한 건은 평균 사고보다 약 3.7배 비싸다는 뜻이다.
주목할 것은 화재·폭발의 발생률이다. 같은 보험개발원 자료에서 1만 대당 화재·폭발 건수는 전기차 0.93건, 비전기차 0.90건으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전기차가 더 자주 불타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불탔을 때 두 배 이상 비싸다는 뜻이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공포는 빈도를 향해 있는데, 비용은 심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③ 격차의 정체 — 공임이 아니라 부품비다
그렇다면 사고 한 건이 왜 그렇게 비싼가. 여기서 국내 데이터 중 가장 유용한 숫자가 나온다.
보험연구원이 전용식·윤성훈 연구위원 명의로 발간한 연구보고서 『주요국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보험 현황분석 및 시사점』은 자기차량손해 담보에서 전기차의 총수리비가 비전기차의 1.40배, 부품비는 1.63배라고 집계했다.
이 두 숫자의 관계를 조금만 따져보면 결론이 하나로 좁혀진다. 총수리비는 부품비와 공임의 가중평균이다. 부품비 배수(1.63)가 총수리비 배수(1.40)보다 크다면, 공임 배수는 반드시 1.40보다 작다. 즉 전기차 수리비 격차는 정비사가 비싸서가 아니라, 갈아 끼우는 부품이 비싸서 생긴다.

미국 데이터도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보험 청구 데이터 회사 미첼(Mitchell)의 2025년 4분기 집계에 따르면 전기차 수리 견적에서 순정부품(OEM)이 부품비의 86%를 차지한다. 내연기관차는 62%다.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 고쳐서 쓰는 비율도 전기차 13%, 내연기관 15%로 전기차가 낮다(Repairer Driven News).
이것이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내연기관차 수리 시장에는 애프터마켓 부품, 재생 부품, 판금 수리라는 가격 완충장치가 여러 겹 있다. 전기차에는 그 완충장치가 사실상 없다. 그래서 부품값 상승이나 물류 지연 충격이 그대로 수리비로 전가된다. 실제로 부품 조달 데이터를 보면 순정부품의 배송 리드타임 중앙값은 8.7~9.0일로 애프터마켓(2.9~3.1일)의 약 2.9배다.
같은 패턴은 국경을 넘어서도 반복된다. 견적 데이터 회사 솔레라(Audatex)가 20개국 약 9만 2,000건의 견적을 분석한 결과 전기차 수리비는 내연기관 대비 29% 높았지만, 부품비만 보면 48% 높았다. 영국 사고차 관리업체 AX가 연 4만 건 이상을 집계한 2026년 6월 자료에서도 전기차 수리비는 19.2% 높고 수리 기간은 25일 대 23일로 2일 길었다. 수리 기간이 길어지면 대차 비용이 붙고, 그 역시 손해액에 얹힌다.
④ 배터리는 왜 통째로 갈아야 하나
부품비의 정체를 한 겹 더 벗기면 결국 배터리가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2023년 10월 공개한 국산 전기차 배터리 부품가 조사에 따르면, 배터리 교체비는 차량가격의 평균 약 46%였다(공개된 10개 차종 단순평균은 47.4%). 차종별 편차가 크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 차종 | 배터리 부품가 | 차량가격 대비 |
|---|---|---|
| 기아 레이 EV | 2,132만 9,000원 | 75% |
| 현대 코나 일렉트릭 | 2,644만원 | 61% |
| 기아 EV6 | 3,365만 3,400원 | 57% |
| 현대 아이오닉 5 | 2,883만 1,629원 | 48% |
| 제네시스 G80 전동화 | 3,624만 5,000원 | 43% |
| 기아 EV9 | 2,687만원 | 35% |
| 현대 아이오닉 6 | — | 23.4% |
자료: 소비자주권시민회의(2023년 10월) · 차량가격 대비 비율은 조사 시점 기준
싼 차일수록 비율이 치명적이다. 경차급인 레이 EV는 배터리 하나가 차값의 4분의 3이다. 여기에 공임과 세금을 더하면 신차가격의 최대 65%에 이르고, 사고로 감가된 차량가치와 비교하면 이미 전손 임계선을 넘어선다.
수입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4년 차 보증만료 테슬라 모델Y의 배터리 교체 견적은 3,485만 9,770원(부품비 3,169만원)이었다. 차량가액 약 6,000만원 기준으로 58%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반문 하나. “배터리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왜 교체비는 그대로인가?” 실제로 블룸버그NEF의 2025년 조사에서 리튬이온 팩 가격은 킬로와트시당 108달러, 전기차용 팩은 99달러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제조사가 조달하는 원가이지 소비자가 지불하는 애프터마켓 교체가가 아니다. 두 값의 격차는 대략 1.5~2배대로, 마진·물류·냉각 하드웨어·구조 부재·딜러 마진이 그 사이를 메운다. 원가 하락이 교체비 하락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⑤ “구조 팩은 폐차 폭탄”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나
2023년 3월, 로이터의 한 기사가 이 논쟁에 불을 붙였다. 영국 최대 잔존물 처리업체 시네티크(Synetiq)의 격리 야드에 들어오는 사고 전기차가 12개월 만에 사흘에 12대에서 하루 20대로 늘었고, 담당자는 쌓여 있는 팩들에 대해 “최소 95%의 셀은 손상되지 않았고 재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Claims Journal 재수록).
당시 비판의 화살은 구조 팩과 기가캐스팅을 향했다. 배터리를 차체 구조재로 쓰고 후방 언더바디를 하나의 알루미늄 주물로 찍어내면, 부분 수리가 불가능해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는 우려였다. 분해 분석가 샌디 먼로는 모델Y 구조 팩을 두고 “수리 가능성은 본질적으로 0″이라고 평가했다(InsideEVs).
그런데 2년 뒤 데이터가 나오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영국 태참 리서치(Thatcham Research)가 보험사 실제 청구 데이터와 물리 충돌시험을 결합해 2년간 수행한 연구 결과, 모델Y의 메가캐스트 구조는 부분 교체 시 강판 방식의 모델3보다 2,167파운드 저렴했고 전체 교체 시에도 519파운드 저렴했다. 시속 15km 저속 충돌에서는 주물이 아예 손상되지 않았고, 25km에서야 균열이 전파돼 전체 교체가 필요했다. 비교 대상에는 메르세데스 EQE와 현대 아이오닉 5도 포함됐다(WardsAuto).
테슬라의 수리 매뉴얼도 진화했다. 초기에는 사실상 전체 교체뿐이었지만, 이후 50mm 이하 균열은 직접 용접, 30mm 이하는 백킹 플레이트 보강, 그 이상은 절단 후 신규 주물 접합(섹셔닝)이라는 절차가 마련됐다(InsideEVs).
중국 쪽에서는 더 직접적인 해법이 나왔다. CATL은 2025년 8월 셀 단위 수리 서비스를 시작해 팩 전체 교체 시 10만 위안이던 비용을 1만~2만 위안으로 낮췄고, 2026년 8월 현재 84개국 1,376개 가맹 센터로 확장하며 중국 판매 신에너지차 모델의 76.8%를 커버한다고 밝혔다(CarNewsChina).
그러므로 “구조 팩이 곧 폐차”라는 명제는 2026년 기준으로는 과장이다. 다만 태참 연구가 함께 단 조건을 빠뜨리면 안 된다. 알루미늄 용접 수리는 제조사 승인 공장에서만 가능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손상을 찾아낼 비파괴검사 절차는 아직 충분히 고도화되지 않았다. 논점이 “고칠 수 있느냐”에서 “고칠 수 있는 곳이 있느냐”로 이동한 것이다.
⑥ 전손 판정의 산술
전손, 즉 총손실 판정은 감정적 결정이 아니라 산수다. 수리비가 사고 직전 차량가치의 일정 비율을 넘으면 보험사는 고치는 대신 차값을 지급하고 차를 가져간다.
전손(총손실, total loss) — 수리비가 차량의 사고 직전 실제 가치를 넘거나 그에 근접해 수리가 경제적으로 무의미해진 상태. 판정 기준선은 국가·보험사마다 다르며 미국 다수 주는 70~80% 구간을 쓴다.
구조 팩(structural pack) — 배터리 팩을 별도 부품이 아니라 차체 구조재의 일부로 통합한 설계. 강성과 공간 효율은 좋아지지만 분해·부분 수리는 어려워진다.
여기에 두 개의 힘이 동시에 작용한다. 하나는 배터리 교체비이고, 다른 하나는 전기차의 잔존가치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두 힘이 서로를 향해 다가왔다.
미첼 집계 기준 미국 전기차의 전손 평가액은 2024년 3만 126달러에서 2025년 2만 8,185달러로 6.44%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의 하락률은 2.55%였다(Carscoops). 전기차 가치가 내연기관차의 약 2.5배 속도로 떨어지는 동안, 배터리 교체비는 대체로 제자리였다. 미국 CCC는 배터리 교체가 필요했던 전기차 청구의 50%가 전손 판정을 받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물리적 제약도 판정을 밀어올린다. 손상된 전기차는 재발화 위험 때문에 다른 차량과 이격해 보관해야 하는데, 업계 관행상 약 15m 거리가 요구된다. 가솔린차 100대를 세울 수 있는 부지에 전기차는 두 대만 격리 보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InsideEVs). 보관 비용이 비싸면 오래 붙잡고 판단할 이유가 줄어든다.
다만 통계는 통념과 다르다. “전기차가 더 자주 전손된다”는 인식과 달리, 미첼 데이터에서 2026년 1분기 전기차 전손율은 12%로 차령 6년 이하 내연기관차(13%)보다 오히려 낮았다(Repairer Driven News). 미국 업계 전체 전손율이 2025년 23.1%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은 전기차 때문이 아니라 운행 차량의 노후화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보정 비용 때문이다. 전기차 전손 문제는 빈도가 아니라 배터리가 개입한 사고에서의 조건부 확률에 있다.
⑦ 아무도 배터리의 상태를 모른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배터리가 비싸다”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보험사가 사고 난 전기차를 앞에 두고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이 배터리는 아직 쓸 만한가. 겉면만 긁혔는지 셀까지 손상됐는지 알 수 있다면 판단은 쉽다. 문제는 그걸 알아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보통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보고하는 SOH 수치를 본다. 그런데 2026년 3월 공개된 사전공개 논문(arXiv:2603.21592)은 그 수치의 신뢰도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전기차 1,114대를 375일간 관측한 이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 1,114대 중 730대만 BMS가 SOH를 노출했고, 나머지 384대는 소비자 접근 인터페이스로 SOH를 아예 제공하지 않았다.
· 동일 모델 안에서 실제 용량 편차는 12.2~24.7%였는데, BMS가 표시한 SOH의 편차는 0.4~4.9%p에 그쳤다. 실제로는 크게 벌어져 있는데 계기판은 “다들 비슷하다”고 말한 것이다.
· BMS SOH와 실측 용량의 상관계수는 ρ = 0.10(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에서 0.62 사이였다. 가장 성능이 좋은 플랫폼조차 실제 용량 변동의 38.3%밖에 설명하지 못했다.
· 결정적으로, 실측 기준 가장 심하게 열화된 하위 10% 차량의 93%를 BMS SOH가 식별하지 못했다. SOH 수치에 연동된 어떤 보증 조건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 상황을 명시적으로 “레몬 시장(market for lemons)”이라고 불렀다. 판매자만 품질을 알고 구매자는 모르는 시장에서는, 구매자가 평균값을 기준으로 값을 깎고 좋은 물건이 시장을 떠난다는 조지 애컬로프의 고전적 분석이다.
영국 태참 리서치의 엔지니어링 리서치 총괄 에이드리언 왓슨의 표현은 더 간결하다. “우리가 가진 진단 도구로는 배터리의 상태가 실제로 어떤지 알 수 없다.”

⑧ 그래서 보험료의 일부는 ‘모름의 값’이다
이제 앞의 조각들을 맞춰보자.
보험사는 개별 전기차의 배터리 상태를 관측할 수 없다. 관측할 수 없으면 개별 위험을 구분해 값을 매길 수 없다. 구분할 수 없으면 전기차 전체에 평균 할증을 매기는 수밖에 없다. 상태가 좋은 차의 주인은 자기 위험보다 비싼 보험료를 내고, 상태가 나쁜 차의 주인은 싸게 낸다. 이것이 정보 비대칭이 만드는 역선택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그 결과가 이미 숫자로 나타난다. 2026년 학술지 Electronics에 실린 연구는 5만 대 이상의 매물 데이터를 분석해 배터리 전기차의 감가율이 56%로 동급 내연기관차(33%)보다 훨씬 높으며, 이 격차가 주행거리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저자들의 표현이 정확하다. “시장은 차량을 그 실제 기술적 상태가 아니라, 그 상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근거로 할인한다.”
같은 논리가 보험료에도 적용된다. 지금 전기차 보험료에 붙어 있는 할증에는 실제 위험의 대가와 함께 정보 부재의 비용이 섞여 있다. 그리고 후자는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접근 규칙으로 줄일 수 있는 몫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 시장의 흔한 오해 하나를 정정할 필요가 있다. 2026년 상반기 국내 여러 매체가 “전기차 보험료가 42% 비싸다”는 수치를 인용했는데, 이는 미국 보험 비교 플랫폼 인슈어리파이의 조사값이지 한국 데이터가 아니다. 게다가 같은 조사에서 2024년형 이후 신차만 놓고 보면 격차는 18%로 떨어진다.
한국의 실측치는 훨씬 낮다. 보험개발원이 차급·연식 등 조건을 보정해 산출한 국내 전기차 보험료 프리미엄은 약 7% 수준이다. 보정하지 않은 단순 평균으로는 20%대가 나오는데, 이는 전기차에 신차·고가차가 몰려 있는 구성 효과가 그대로 반영된 값이다. 같은 현상을 두고 7%, 20%대, 42%가 모두 유통되는 이유는 무엇을 세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다.
⑨ 국내 보험사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제도가 정비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손해보험사들은 상품으로 먼저 대응했다. 전기차 오너가 실제로 확인해야 할 항목은 대체로 세 가지다.
첫째, 배터리 신품가액 보상 특약. 사고로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할 때 감가상각을 적용하지 않거나 그 차액을 보상하는 특약이다. 금융감독원 권고로 2021년 8월 손해보험사들이 전면 도입했고, 그 이전에는 소비자가 감가된 차액을 직접 부담해야 했다. 앞서 본 것처럼 배터리가 차값의 절반 안팎인 상황에서 이 특약의 유무는 사고 후 부담을 크게 가른다.
둘째, 충전 중 사고 보장 범위. 보험사별 편차가 가장 큰 영역이다. 보장 범위를 비교한 조사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충전 중 화재·폭발·감전으로 인한 사망·상해까지 보장하는 반면, 삼성화재는 충전 설비 하자로 인한 배터리의 전기적 손해를 추가 보상하는 구조이고,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은 감전·화재로 인한 자기신체·자기차량 손해를 보장한다. 같은 “충전 중 보장”이라도 담보 대상이 다르다.
셋째, 주행 데이터 기반 할인. DB손해보험은 내비게이션 주행 데이터를 활용한 안전운전 특약으로 최대 20.8%까지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고 안내한다. 삼성화재는 마일리지 특약에 최대 5% 추가 할인을, 메리츠화재는 충전 중 사고에 사고당 10억원·연간 50억원 한도를 두고 있다. 견인 서비스도 전기차 배터리 방전 특성을 감안해 100km까지 확대한 곳이 여럿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상품들의 방향이다. 주행 데이터 기반 할인은 보험사가 관측할 수 있는 정보를 늘려 개별 위험을 구분하려는 시도다. 배터리 상태는 여전히 못 보지만, 운전 습관은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텔레매틱스가 기존 요율 체계를 대체한다는 기대에는 학술적 제동도 걸린다. 2024년 학술지 Mathematics에 실린 연구는 텔레매틱스 변수를 통합해도 연령·차종 같은 전통적 요율 변수의 설명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⑩ 데이터를 여는 세 갈래 길 — 유럽·미국·한국
배터리 데이터를 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세계 공통이다. 다만 접근 방식이 다르다.
유럽 — 법으로 연다
유럽연합은 가장 앞서 있다. 배터리 규정(Regulation (EU) 2023/1542) 제14조는 2024년 8월 18일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BMS가 잔존용량·왕복효율·자기방전률 등 SOH 판정 파라미터를 보유하고, 이를 배터리 구매자 또는 그를 대리하는 제3자에게 읽기 전용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규정은 그 목적으로 “잔존가치 평가, 재사용·용도전환 준비”를 명시한다.
재생에너지 지침 개정판(RED III, Directive (EU) 2023/2413) 제20a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조사가 실시간 차내 데이터 — 배터리 SOH, 충전상태, 배터리 용량, 차량 위치 — 를 소유자와 그 대리인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2027년 2월 18일부터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이 시행된다. QR코드로 접근하는 계층형 데이터 구조에서, SOH·사이클 카운트·상세 조성·해체 가이드는 “정당한 이익을 가진 자” — 공인 기술자, 재활용 사업자, 현 소유자 — 에게 열린다. 같은 날부터 전기차 배터리는 자격 있는 전문가가 제품 수명 전 기간 중 언제든 탈거·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유럽의 접근은 형식승인 쪽에서도 조여든다. 유로 7 규정(Regulation (EU) 2024/1257)은 승용차 배터리가 5년·10만km 시점에 최소 80%, 8년·16만km 시점에 72%의 성능을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이용자가 차재 시스템이 생성하는 배터리 건강도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국제 차원에서도 유엔유럽경제위원회의 GTR 22가 전기차에 차내 배터리 내구성 모니터 탑재를 요구한다.
다만 낙관은 이르다. 유럽 데이터법 차량 데이터 가이던스는 배터리 전압·충전 상태 같은 원시 데이터는 접근 대상이지만 제조사 독점 알고리즘으로 산출한 추론 데이터, 즉 가공된 SOH 값은 범위 밖이라고 못 박았다. 보험사와 중고차 평가사가 정작 원하는 값은 데이터법만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당한 이익을 가진 자”를 정의하는 이행법령도 아직 채택되지 않았고, 데이터 교환 기술표준 작업도 일부 지연되고 있다(글로벌 배터리 얼라이언스 라운드테이블 보고서). 실사 의무는 2027년 8월로 2년 연기됐다.
미국 — 법정과 의회에서 교착
미국은 ‘수리권(Right to Repair)’ 프레임으로 싸우고 있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2020년 매사추세츠 주민발의로 통과된 데이터 접근법은 완성차 업계의 연방 소송에 걸렸고, 2025년 2월 1심에서 주정부가 승소했으나 제1연방항소법원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 2026년 2월 법원이 조정을 권고했지만 매사추세츠 법무장관이 이를 거부했다.
연방 차원의 REPAIR Act는 2026년 2월 하원 에너지·상무 소위를 통과했지만, 전체위 단계에서 텔레매틱스·무선 데이터 직접 접근 조항이 삭제된 채 다른 법안에 축소 편입됐다(SEMA). 결국 2014·2015년 업계 자율협약(MOU)을 연방법의 기준선으로 삼는 수준에 그쳤다. 애프터마켓 진영이 “천장이 바닥이 됐다”고 비판하는 대목이다.
한국 — 안전에서 출발해 데이터로 가는 중
한국의 접근은 데이터 접근권이 아니라 안전 규제에서 출발했다. 2024년 8월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를 계기로 정부가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았고, 2025년 2월 17일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와 이력관리제가 시행됐다. 제작사 자기인증에서 정부 사전 인증으로 바뀌었고, 열충격·연소·과열방지·단락·과충전 등 12개 시험 항목을 거쳐야 한다. 신규 등록 시 자동차등록원부에 배터리 식별번호가 기재되고, 교체하면 변경등록해야 한다.
사용후 배터리 쪽도 정리됐다.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이 2026년 5월 26일 공포돼 2027년 5월 27일 시행된다. 탈거 전 성능평가 의무, 유통 전 안전검사와 3년 주기 정기검사, 이력관리시스템 근거가 담겼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 가장 새로운 움직임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8월 19일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하고 8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내연기관차 24개 항목과 별도로 친환경차 전용 검사기준 21개 항목을 신설하고, 배터리 진단정보 제출 시기를 “신차 최초 판매 후 6개월 이내”에서 “판매 개시 10일 전까지”로 앞당기는 내용이다. 제출 대상에는 최대·최소 셀 전압과 함께 SOH·SOC가 포함된다.
의미 있는 진전이다. 다만 정확히 짚어둘 것이 있다. 이 제도로 SOH 정보가 흘러가는 곳은 검사 체계이지 보험사나 중고차 평가사가 아니다. 유럽처럼 차주와 그 대리인이 실시간으로 SOH를 읽을 권리를 규정한 조항은 국내법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배터리 식별번호는 등록원부에 남지만, 그 배터리가 지금 얼마나 건강한지는 여전히 제조사만 안다.

⑪ 고칠 사람이 없다 — 정비망이라는 병목
데이터가 열려도 고칠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이 부분이 한국의 가장 취약한 고리다.
가장 단적인 숫자. 한국자동차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자동차산업 부족 인력 가운데 61%가 전기차 등 미래차 정비 인력이다. 기아는 자체 조사에서 오토큐 정비망 내에서만 500명 이상이 부족하다고 파악했다(아웃소싱타임스).
수입 전기차는 상황이 더 팍팍하다. 테슬라는 국내에 서비스센터 14곳, 정비사 약 190명으로 약 10만 대를 감당한다. 단순 계산으로 정비사 1인당 526대다(전기신문). 2026년 상반기 신규 전기차의 42.7%가 수입차였다는 사실을 겹쳐 보면, 이 병목은 더 조여질 가능성이 크다.
제도의 공백도 지적된다. 같은 보도는 “정비와 관련한 인력과 장비에 대한 규정이 사실상 없다”고 진단한다. 국가기술자격인 그린전동자동차기사는 이론 중심이고, 제조사별 교육은 비공개 사내 자격이라 소비자가 어떤 정비소에 고전압 정비 역량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유럽연합은 EVTECH 프로젝트로 표준화를 진행했고, 중국은 상급 자격에 5년 이상 경력을 요구한다.
후방 생태계는 더 무겁다.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 2만 1,000개사 가운데 엔진·내연기관 전업이 4,142개사(19.7%)인 반면 미래차 부품 전업은 578개사(2.75%)에 그친다. 사업 전환을 추진·계획 중인 곳은 6.1%,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금·기술·인력 문제로 못 하고 있는 곳이 23.2%다. 나머지 약 70%는 전환 계획 자체가 없다(이데일리).
소비자가 체감하는 결과는 대기 시간이다. 한 소비자 고발 창구 집계에서 2024년 자동차 관련 민원은 3,68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4% 늘었는데, 주된 유형이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한 수리 지연과 수리 후 동일 고장 재발이었다.
영국은 이 문제를 수치로 관리한다. 영국자동차산업협회(IMI)는 2026년 6월 기준 고전압 자격 정비사가 7만 4,734명으로 전체 정비 인력의 35%이며, 2035년까지 수요 대비 4만 3,000명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우려스러운 신호는 분기별 신규 자격 취득이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는 점이다(Transport & Energy). 전환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정체되고 있다는 뜻이다.
⑫ 반대편의 이야기 — 격차는 이미 좁혀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서술만 보면 전기차 보험·수리 시장이 악화 일로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데이터도 만만치 않다.
첫째, 수리비 격차는 빠르게 줄고 있다. 미국 CCC 분석에 따르면 차령 7년 이상 차량 기준 전기차의 초과 수리비는 2020년 1,809달러(약 43%)에서 2025년 445달러(약 7%)로 축소됐다. 추가 노동시간도 약 8시간에서 2시간 미만으로 줄었다(Repairer Driven News). 미첼 기준 미국 전기차 평균 수리비도 2024년 6,707달러에서 2025년 6,395달러로 내려왔다.
둘째, 학습곡선이 실재한다. 태참 리서치는 정비 현장의 숙련도가 쌓이면서 영국 전기차 수리비가 10.7% 하락했다고 보고했다. 같은 자료에서 8~9년 된 전기차의 배터리 잔존용량 중앙값은 85%, 4~5년 차는 93.53%였다. 배터리가 수명 때문에 못 쓰게 되는 일은 실제로는 드물다.
셋째, 업계가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태참 리서치가 2026년 3월 공개한 전동화 차량 보험가능성 청사진은 리셋 가능한 비상 안전 시스템, 단순화된 배터리 취급 절차, 표준화된 진단 접근, 모듈 정비성 등 8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보험사 응답자의 44.6%와 수리업계의 41.7%가 배터리 문제를 최대 장애로 지목한 조사 결과가 그 배경이다. 설계 단계에서 수리성을 조건으로 걸면 전손을 줄일 수 있다는 접근이다.
넷째, 보험료 격차도 축소 중이다. 영국은 2024년 정점 약 25%에서 2026년 10~15%로 좁혀졌고, 미국은 신차 기준 18%다. 한국은 애초에 보정 기준 7% 수준이다.
다섯째, 최대 시장에서는 흑자 전환이 시작됐다. 중국 신에너지차 보험은 2025년 합산비율이 전년 대비 1.3%p 개선됐고, 핑안재산보험은 이 부문에서 사상 첫 영업이익을 냈다(중국은행보험보 보도). “전기차 보험은 구조적 적자”라는 명제가 세계 최대 시장에서 깨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섯째, 총소유비용으로 보면 계산이 달라진다. 미 에너지부 아르곤국립연구소 분석에서 전기차의 예정 정비비는 마일당 6.1센트로 내연기관차(10.1센트)보다 39.6% 낮았다. 다만 이 반론에도 약점은 있다. 정비비 절감분이 빠른 감가상각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조사 직판 보험은 답이 될까. “데이터를 가진 쪽이 보험을 팔면 요율이 정교해진다”는 논리로 주목받은 테슬라 인슈어런스는 2025년 원수보험료 약 13억 7,000만 달러로 40.7% 성장했지만, 직접손해율은 100.4로 업계 평균(60.4)보다 40포인트 열위였다(Insurance Journal). 캘리포니아 보험국은 2025년 10월 보험금 지급 지연 등을 이유로 약 3,000건의 보험법 위반을 적시하며 집행 조치에 나섰다. 데이터 우위가 자동으로 보험 경쟁력이 되지는 않는다.
⑬ 인사이트 네 가지
하나, 전기차 리스크의 문제는 빈도가 아니라 심도다. 국내외 데이터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전기차가 더 자주 사고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화재·폭발 발생률조차 1만 대당 0.93건 대 0.90건으로 차이가 없다. 정책과 상품 설계는 “전기차를 덜 타게 하는” 방향이 아니라 “한 건의 사고를 싸게 끝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둘, 수리비 절감의 지렛대는 부품 단위에 있다. 부품비 배수(1.63)가 총수리비 배수(1.40)를 웃돈다는 국내 실측은, 공임 협상이나 정비 효율화로는 격차를 못 줄인다는 뜻이다. 셀·모듈 단위 수리를 가능하게 하는 설계와 그것을 지원하는 인증 정비망이 핵심이다. CATL의 셀 단위 수리 서비스가 팩 교체비를 10분의 1로 낮춘 것은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 모델의 문제였음을 보여준다.
셋, 데이터 접근권이 곧 보험료다. 배터리 상태를 관측할 수 없는 한 보험사는 평균 할증을 매길 수밖에 없고, 그 비용은 상태가 좋은 차의 주인이 대신 낸다. 유럽이 SOH 개방을 규정에 못 박은 것은 환경 정책이 아니라 시장 실패 교정에 가깝다. 한국도 검사 단계를 넘어 차주와 그 대리인의 데이터 접근권을 논의할 시점이다.
넷, 정비 인력은 지금 가장 늦게 움직이는 변수다. 부품기업의 70%가 전환 계획이 없고 부족 인력의 61%가 미래차 정비 인력인 상태에서, 신규 등록차의 23%가 전기차로 들어오고 있다. 충전기는 돈을 쓰면 1년 안에 깔 수 있지만 고전압 정비사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영국이 자격 취득 감소를 위기로 읽는 이유다.
결론 — 값을 매기려면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
보험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에 값을 매기는 사업이다. 그리고 값을 매기려면 먼저 봐야 한다. 볼 수 없는 것에는 정확한 값이 아니라 안전한 값이 매겨지고, 안전한 값은 언제나 실제보다 비싸다.
지금 전기차 보험료에 붙은 할증에는 세 가지가 섞여 있다. 실제로 비싼 부품값, 아직 미숙한 정비 생태계, 그리고 배터리를 들여다볼 수 없어서 붙는 값이다. 앞의 둘은 시간과 물량이 해결한다. 실제로 미국의 수리비 격차는 5년 만에 43%에서 7%로 줄었다. 그러나 세 번째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데이터를 누가 볼 수 있게 할 것인가라는 규칙의 문제이고, 규칙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 지금 그 규칙을 쓰기 시작한 참이다. 배터리 인증제와 이력관리제가 시행됐고, 사용후 배터리법이 공포됐고, 전기차 전용 검사기준이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방향은 맞다. 다만 이 제도들이 향하는 곳은 아직 정부이지 시장이 아니다. 검사관은 SOH를 보게 되지만,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과 보험료를 매기려는 사람은 여전히 못 본다.
전기차 100만 대 시대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충전기도, 더 싼 배터리도 아닐지 모른다. 이 배터리가 지금 얼마나 건강한지를 차 주인이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일 — 그것이 보험료를 내리고, 중고 가격을 지키고, 멀쩡한 차가 폐차장으로 가는 일을 막는 가장 값싼 방법이다.
편집 노트 — 이 글은 국내외 보험 통계기관 자료, 정부 부처 보도자료와 법령, 국제 규정 원문, 학술 논문, 산업 매체를 포함해 400건 이상의 자료를 교차 검증해 작성했습니다(학술·연구기관 자료 40건 이상). 데이터 기준 시점은 각 문단에 표기했으며, 상충하는 통계는 양쪽을 함께 실었습니다. 특히 전기차 보험료 격차는 조사기관·보정 방식에 따라 7%에서 42%까지 달라지므로, 국내 수치와 해외 수치를 구분해 표기했습니다. 배터리 SOH 관련 연구는 학술지 정식 게재 전 사전공개 논문임을 본문에 명시했습니다. 근거는 본문 하이퍼링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긱토이브이 인사이트는 매주 전기차 산업의 구조를 한 편씩 뜯어봅니다. 다음 글에서는 전력망과 V2G, 전기차가 발전소가 되는 날을 다룹니다. 주차된 전기차의 배터리가 전력 시장에 어떤 값으로 들어가는지, 그리고 그 값을 누가 가져가는지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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