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네덜란드 정부가 의회에 보낸 서한에는 이런 숫자가 있었다. 지역 배전망에 새로 전기를 받겠다고 신청해 놓고 기다리는 건이 1만 4,044건, 용량으로 9GW. 송전망 쪽 대기는 212건, 38GW다. 노르트홀란트주 상당 지역에서는 1MW가 넘는 접속용량을 원하는 대용량 고객이 향후 최소 10년간 대기 명단에 올라야 한다고 송전회사 TenneT가 2024년 12월 밝혔다. 주 고압망 확충이 끝나는 시점은 빨라야 2036년이다. 스마트충전이 파일럿에서 충분히 검증됐다고 정부 스스로 밝힌 나라에서, 충전기가 아니라 전선이 모자란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전력이 수립한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2024~2038년)은 2025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서 확정됐다. 2038년까지 송·변전 설비에 72조 8,000억 원을 투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한전의 총부채는 2026년 6월 말 210조 7,000억 원이고, 하루 이자만 약 115억 원이 나간다. 전기요금은 주택용·일반용 기준 14분기 연속 동결됐다. 전선은 깔리고 있지만, 그 값을 누가 내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9편 「EV 충전 사업의 수익 구조」는 충전기 한 기의 손익을 따지다가 한전 불입금과 케이블 공사비, 기본요금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이 글은 그 벽 너머를 본다. 전기차가 늘면 전력망에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기는지, 그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세계 각국은 그 돈을 누구에게 내게 했는지를 차례로 따진다. 11편 「충전요금·전기요금의 정치학」이 마지막 절에서 “전력망 투자비를 누가 어떻게 나눠 낼 것인가”라고 던진 질문의 답을 찾는 글이기도 하다.
핵심 요약
- 총량으로 보면 전기차는 작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전기차가 쓴 전력은 약 250TWh로 최종 전력수요의 약 1%다. 각국이 공표한 정책을 반영한 시나리오(STEPS) 기준으로 2035년에도 약 5%(현행 정책만 가정하면 약 4%)로 전망된다. 미국의 데이터센터가 2023년에 쓴 전력(176TWh, 미국 소비의 4.4%)이 미국 전기차의 약 7배다(연도와 분모 정의가 달라 자릿수 비교).
- 그런데 문제는 말단에서 먼저 터진다. 연구와 실증 사업들은 전기차 보급률이 낮아도 특정 동네에 몰리면 저압 변압기와 중압 배전선로(피더)가 계통 전체보다 먼저 한계에 닿는다고 본다. 캘리포니아 배전망 시뮬레이션(PNAS, 2024)은 관리 없는 충전 시 과부하 피더(배전선로) 비율이 2025년 7%에서 2035년 50%, 2045년 67%로 늘어난다고 계산했다.
- 얼마가 드는지는 기관과 가정에 따라 2~3배 갈린다. 같은 캘리포니아 3개 전력회사, 같은 2035년을 두고 규제기관 위탁 연구는 최대 500억 달러, 소비자보호 기구는 150억~200억 달러(2023년 예비 결과, 전기차만)에서 263억 달러(1차 모형 집계), 227억 달러(2024년 개정 모형 예비 결과, 건물 전동화 포함)를 제시했다. 차이의 상당 부분은 사람들이 몇 시에 충전하느냐는 가정에서 나왔다.
- “스마트충전이면 된다”는 절반만 맞다. 충전 시각을 옮기면 증설 필요와 투자비가 준다는 방향은 연구마다 같지만, 재는 지표가 달라 하나의 절감률은 없다. 대당 투자비로는 약 70%(BCG, 시간·장소 최적화), 증설비 모형으로는 약 40%(캘리포니아 공익옹호실, 현실 달성 불가 명시)가 대표적인 값이다. 그러나 시간대별 요금(ToU)만 주면 요금이 싸지는 시각에 충전이 몰린다. 캐나다 앨버타 무작위 실험에서 실측 충전 부하를 가상의 주거용 변압기에 얹어 계산한 비피크 시간대 용량 위반이 133% 늘어난 결과가 있다. 캘리포니아 한 지역의 전기차 보유 단독주택 1만 2,174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월 40달러를 줘도 관리충전 가입률이 4.6%였다.
- 주요국의 무게중심은 ‘얕은 접속비’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영국은 2023년 4월부터 수요자의 계통 보강비를 접속비에서 빼고 전체 요금으로 사회화했고, 미국 뉴욕·캘리포니아는 전력회사가 지은 충전 인프라를 요금기반에 넣어 전 고객이 나눠 낸다(뉴욕은 대부분 15년 이상에 걸쳐). 중국은 부지 경계 밖 접속공사를 전력망 기업이 부담하고 집중형 충전시설의 기본요금(수요·용량요금)을 2030년 전까지 면제한다. 노르웨이와 일본은 유발자 부담을 유지한다. 대신 영국·미국·독일은 저소득 지역 배정, 포트당 비용 기준, 고비용 상한, 출력 제한권 같은 조건을 붙였다.
- 전기차가 제 몫을 내느냐는 분모에 따라 답이 다르다. 계통 전체 평균으로 보면 전기차는 kWh 판매를 늘려 고정비를 희석한다(영국 Energy Policy 2019, 미국 PNAS 2024). 저압 배전망(동네) 단위로 보면, 독일 바이에른 배전망을 모형화한 연구에서 고소득 동네의 충전이 유발한 보강비가 저소득 동네의 최대 33배인데 보강비를 전체 요금으로 흡수하면 저소득 가구가 그 비용을 나눠 내게 된다(Nature Communications 2024). 두 결론은 모순이 아니라 해상도의 차이다.
- 한국은 총량은 있고 귀속이 없다. 한전의 계약종별 ‘전기자동차충전전력’ 판매량은 2024년 합산 약 2,453GWh(자가소비용 717.9GWh + 충전서비스 사업자용 1,735.5GWh, 기고 기준)로 한전 판매량의 0.5% 안팎이지만,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차 수요를 전기화 항목 안에 넣고 독립 항목으로 제시하지 않으며, 2026년 8월 공청회에 부쳐진 산업용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배전비용을 제외했다. 충전기 한 기의 기본시설부담금은 수십만~수백만 원 수준(2022년 단가)이고, 72조 8,000억 원의 송·변전 투자는 부채 약 211조 원인 한전의 대차대조표 위에 얹혀 있다. 지금 한국에서 충전이 유발한 망 비용은 누구의 몫으로도 계량되지 않은 채 한전의 재무 안에 섞여 있고, 요금이 묶인 상태에서 투자가 늘면 그 차액은 차입으로 메워질 가능성이 크다(투자 재원 구성은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전기차는 전기를 얼마나 쓰나 — 총량은 작다
“전기차가 늘면 전력이 모자란다”는 걱정부터 숫자로 확인해 보자. IEA의 Global EV Outlook 2026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전기차가 소비한 전력은 약 250TWh로, 세계 최종 전력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다. 전기차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과 유럽도 2025년 약 1.5%다. 각국이 공표한 정책을 반영한 공표정책 시나리오(STEPS)에서 2035년 전기차 전력수요는 1,700TWh로 늘지만 세계 비중은 약 5%이고, 현행 정책만 가정한 시나리오(CPS)에서는 1,500TWh 남짓·약 4%다. 한 해 전 판(Global EV Outlook 2025)은 2024년 소비를 약 180TWh, 비중 0.7%로 집계하면서, 2030년 공표정책 시나리오(STEPS) 기준으로 중국은 1.2%에서 3.6%로, 유럽은 1.0%에서 4.3%로, 미국은 0.6%에서 2.2%로 오른다고 전망했다(2024→2030년).
전기차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르웨이는 어떨까. 노르웨이 통계청(SSB)은 2023년 도로수송 부문(전기승용차뿐 아니라 전기버스·트럭 포함)의 전력소비를 2.5TWh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산정했다. 같은 해 노르웨이 총 전력소비는 순소비 기준 126.5TWh, 총소비 기준 136.2TWh이므로 비중은 순소비 기준 2.0%(총소비 기준 1.8%)다. 승용차 신차의 90% 가까이가 전기차이고 승용차 보유 대수의 약 4분의 1이 전기차인 나라에서도 도로수송 전체의 전력 비중은 2% 안팎이다. 노르웨이·미국 연구자들이 IEEE Power & Energy Magazine에 쓴 2023년 글은 발표 당시 전기차의 연간 전력수요를 국가 전체의 1% 미만으로 적었고(기준연도 미명시), 승용차·버스·트럭을 전부 전동화해도 12~14TWh로 전체 수요의 10% 미만이라는 NVE 추정을 인용했다. 범위와 시점이 달라 숫자는 갈리지만, 한 자릿수 초반이라는 결론은 같다.
비교 대상을 옆에 놓으면 감이 더 분명해진다.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를 2023년 176TWh(미국 전체의 4.4%), 2028년 325~580TWh(6.7~12.0%)로 추정했다. IEA가 제시한 미국 전기차 비중 0.6%(2024년)를 같은 분모에 적용하면 약 24TWh가 되어, 데이터센터가 전기차의 약 7배다. 연도(2023년과 2024년)와 분모 정의가 조금 다르므로 자릿수 비교로 읽어야 한다. 이 비교가 보여주는 것은 전국 연간 소비량의 규모 차이까지다. 어느 부하가 어느 지역의 망 투자를 유발하는지는 접속 위치와 증가 속도, 동시 피크를 따로 봐야 한다. 가구 단위 실측도 총량이 작다는 쪽을 가리킨다. 캘리포니아 6만 4,000 전기차 가구의 스마트미터 데이터를 분석한 경제학자들은 전기차 한 대가 가정의 전력소비를 하루 평균 2.9kWh 늘렸다고 보고했다(2014~2017년 자료, 가정 충전분만). 규제기관이 가정한 값의 절반에 훨씬 못 미쳤다.

한국은 어떨까. 이 질문에 답하려다 이번 조사는 첫 번째 공백을 만났다. 2025년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 기준수요 735.1TWh를 모형수요 655.5TWh, 첨단산업 1.1TWh, 데이터센터 15.5TWh, 전기화 63.0TWh로 나눠 제시한다. 이 ‘전기화’는 수소환원제철·산업용 히트펌프 같은 산업 공정 전환, 전기차 보급, 국내 수소생산을 합친 항목으로, 계획은 수송 부문에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제시된 전기차 보급 목표”를 적용해 전기화 수요를 전망했다고 밝힌다(참고 7). 즉 전기차 수요는 계산 안에 들어 있다. 다만 전기차 단독 수요는 계획서 어디에도 별도 수치로 제시되지 않는다. 계획이 전제한 2030년 전기차 420만 대가 쓸 전력이 얼마인지는 공개 요약표만으로 알 수 없고, 데이터센터는 15.5TWh(4.4GW)로 독립 항목인데 전기차는 아니다. 2026년 4월 제12차 계획 수립에 앞서 열린 대국민 공개토론회에서 공개된 잠정 전망치도 같은 구조다. 2040년 기준수요 780.8TWh 가운데 데이터센터 26.5TWh와 전기화 112.6TWh를 나란히 두었을 뿐 전기차 항목은 따로 없다(초안 단계로, 의견수렴 뒤 수정·보완 예정).
실적 통계는 있다. 한전의 계약종별 판매전력량에는 ‘전기자동차충전전력’ 항목이 있고, 한전 경영연구원 연구자가 전기저널에 쓴 2025년 기고에 따르면 2024년 자가소비용 충전전력 판매량은 717.9GWh, 충전서비스 제공사업자용은 1,735.5GWh였다(자가소비용의 저압·고압 세부값 합계 713.9GWh가 총량과 4.0GWh 어긋나는 원문 불일치가 있어 총량만 인용한다). 둘을 더한 약 2,453GWh는 한전 연간 판매량(2025년 549,417GWh)의 0.5% 안팎이다(필자 합산, 연도가 한 해 어긋나는 근사치). 이 값은 한전의 두 계약종별 판매량을 더한 것으로, 주택용·일반용 계약 안에서 이뤄지는 충전은 포함하지 않으므로 전국 충전 전력의 확정 총량이 아니라 하한에 가까운 참고치다. 같은 기고는 약 91만 5,000호의 자가소비용 충전 고객 데이터로 충전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0.147과 −0.260으로 추정했다. 2026년 9월 기준 국내 전기차는 약 116만 대다. 다만 한국전력통계 제95호의 연도별 원표는 이번 조사에서 열지 못했고, 이 총량을 지역·시간대별 부하나 배전망 증설비와 연결한 공개 자료도 찾지 못했다. 전기차의 망 비용 기여를 따지려면 총량 분모만이 아니라 그 귀속이 필요한데, 한국에는 총량은 있고 귀속이 없다.
총량은 작은데 왜 전선이 문제인가 — 말단에서 먼저 터진다
전기차가 세계 전력의 약 1%, 노르웨이에서도 2% 안팎만 쓴다면 전력망 걱정은 기우일까. 배전망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답은 “총량이 아니라 위치와 시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무라토리가 Nature Energy 2018년 논문에서 200가구 집계와 6가구(변압기 1대가 감당하는 규모) 단위 모형으로 보여준 핵심은, 전체 보급률이 낮아도 전기차 채택이 특정 동네에 군집(clustering)하면 국지 피크가 크게 올라 배전 설비 증설이 필요해진다는 것이었다. 가정용 충전 출력이 높아질수록 이 효과는 커진다. 미국 주거지역에는 변압기 하나에 적게는 6가구만 물린 곳도 있어, 인터뷰에서 그는 “전기차 한두 대만으로도 변압기 한계를 시험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수자원에너지청(NVE)의 2016년 보고서는 이를 가구당 추가 부하로 환산했다. 가구당 전기차 0.5~0.75대, 충전출력 5.1~6.0kW, 동시충전율 30~50%로 최대부하 시 가구당 1~2kW가 더해지는 시나리오에서는 변압기 과부하가 10% 미만이었지만, 가구당 1대·7.1kW·동시율 70%로 가구당 5kW가 더해지면 변압기의 30% 이상이 과부하됐다(배전회사 33곳, 배전변압기 3만 5,000대 데이터). 영국의 실증 사업 My Electric Avenue(2013~2015)는 3.5kW 충전기를 전제로 영국 저압 배전선로의 32%(약 31만 개)가 전기차 보급률 40~70%에서 열적·전압 문제를 막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충전기가 7kW로 커지면 더 나빠진다는 단서와 함께다.
변압기는 과부하되면 수명이 준다. 예컨대 45kVA 주거용 변압기에 20가구 중 14가구(보급률 70%)가 전기차를 쓴다고 가정한 2022년 Energies 논문은 조정 없는 충전(무작위 충전 프로파일)이 변압기 수명을 레벨 1(1.92kW) 전용일 때 기준의 약 10분의 1로, 레벨 2(6.6kW) 전용일 때 약 66분의 1로 줄인다고 계산했다(완화 조치 전 모형값). 150kVA 변압기에 3.3kW 충전기 39기를 붙인 IEEE 논문의 모형에서는 기대수명이 17.1년에서 12년으로 줄었다. NREL은 미국의 배전변압기 설치 용량이 노후 교체와 전동화 때문에 2050년까지 2021년 대비 160~260% 늘어야 한다고 봤다.

이 문제를 가장 큰 규모로 계산한 피어리뷰 연구가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연구진의 PNAS 2024년 논문이다. 캘리포니아 3개 전력회사의 변전소 1,600여 곳과 피더 5,000여 개를 모형화해, 전기차가 2030년 약 660만 대, 2045년 2,400만 대로 늘 때 관리 없는 충전으로 과부하되는 피더 비율이 2025년 7%, 2030년 27%, 2035년 50%, 2045년 67%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2045년까지 25.4GW를 증설해야 하고 비용은 60억~200억 달러(물가 기준연도 미확인)다. 이 비용은 피더 증설분만 계산한 것으로, 변전소와 변압기까지 포함한 다음 절의 추정과는 범위가 다르다. 가정 충전을 담당하는 피더의 증설량(16GW)이 공공 충전 피더(9GW)의 두 배 가까이 됐다. 같은 연구진의 2022년 iScience 논문은 PG&E 관할 피더 2,135개 가운데 전기차 600만 대 시나리오에서 443개(약 20%)가 증설이 필요한데 그중 증설 계획이 잡힌 것은 88개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말단은 아파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1년 산업동향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2만 5,132단지 가운데 세대당 전기 설계용량이 3kW 미만인 곳이 7,921단지(약 32%)다. 1990년대에 지은 아파트는 세대당 1kW를 적정용량으로 설계했다. 한국아파트신문의 2023년 기획기사는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약 1만 8,000단지에 주차면의 2%(약 22만 기)만큼 7kW 완속충전기를 설치할 경우 추가 부하가 약 154만kW로 전국 아파트 수전용량(약 5,730만kW)의 2.7%라고 추산했다(기자 추산). 총량은 작다. 그러나 2010년대에 준공된 603세대 단지 사례에서 충전기 80kW는 그 단지 수전용량 3,250kW의 2.5%였고, 이를 세대수로 나누면 세대당 약 5.4kW다(필자 계산). 세대당 1~3kW로 설계된 노후 단지라면 같은 80kW가 설계용량 대비 4~13%에 해당한다(603세대 기준 단순 계산이며, 설계용량과 수전용량은 같은 개념이 아니므로 수준 비교다). 한전은 정전 예방을 위해 2005년부터 설치 후 15년 이상 된 노후 변압기 교체 시 변압기·저압차단기 자재비의 최대 80%(한전 50%, 국비 30%)를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해 왔다. 2019~2020년 2년간 329단지에 약 72억 원, 2021년에는 200단지에 43억 원이 배정됐다. 전기차와 무관하게 시작된 사업이지만, 결과적으로 노후 단지의 변압기 여유를 확보하는 자재비 상당 부분을 기존 요금 납부자(한전 예산)와 세금(국비)이 나눠 지는 구조다.
얼마가 드나 — 같은 캘리포니아를 놓고 2~3배 갈린 추정
배전망 증설비를 가장 정밀하게 다툰 곳은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 공공요금위원회(CPUC)가 위탁한 Kevala의 Electrification Impacts Study(2023년 5월)는 PG&E·SCE·SDG&E 3개 전력회사가 완화 조치 없이 2035년까지 배전망에 투자해야 할 금액을 최대 500억 달러로 추정했다. 그중 2차(서비스) 변압기와 인입 설비 개선만 150억 달러였고, 2025~2035년 시스템 피크는 평균 56% 늘며 피크 증가의 60% 이상이 경량 전기차 때문이라고 봤다. 단, 이 추정은 기존 시간대별 요금만 가정하고 동적 요금이나 유연부하 관리는 고려하지 않은 상한 성격의 값이며, 수송 전동화가 중심이고 건물 전동화는 2단계 연구로 넘겼다.
같은 위원회 안의 소비자보호 기구인 공익옹호실(Public Advocates Office)은 다른 답을 냈다. 2023년 6월 예비 결과에서 2035년까지 150억~200억 달러, “Kevala 추정의 약 3분의 1″이라고 했고, 1차 모형(DGEM 1.0)의 집계는 263억 달러였으며, 2024년 10월 개정 모형(DGEM 2.0)의 예비 결과에서는 건물 전동화까지 포함해 2035년 227억 달러, 2040년 374억 달러로 정리했다(현재 달러 기준, 연도 미명시). 흥미로운 것은 같은 문서의 민감도 분석이다. 자기 모형에 Kevala의 충전 부하 형상을 넣으면 2035년 비용이 362억 달러로 57% 뛰고, 피더 단위로 충전 시각을 최적화하면 133억 달러로 42%, 전력회사 단위로 최적화하면 166억 달러로 27% 줄었다(증감률은 공익옹호실 발표 기준이며, 표의 금액으로 다시 계산하면 각각 약 +60%·−41%·−27%다). 공익옹호실은 이 최적화 부하 형상이 현재의 부하 관리 수단으로는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값이라고 밝혔다. 공익옹호실은 차이의 주원인을 Kevala가 피크 부하 증가를 더 크게 전망한 데서 찾았고, 유틸리티다이브는 그 배경으로 충전 시각 전망의 차이를 짚었다. Kevala는 비전기차용 시간대별 요금이 싸지는 밤 9시에 충전 피크가 온다고 봤고, 공익옹호실은 하루에 걸쳐 훨씬 고르게 분산된다고 봤다.
| 추정 주체(연도) | 대상·기간 | 금액 | 핵심 전제 |
|---|---|---|---|
| Kevala / CPUC 위탁(2023) | 캘리포니아 3개 전력회사 배전망, ~2035 | 최대 500억 달러 | 완화 조치 없음, 기존 시간대별 요금만 가정, 수송 전동화 중심(건물 전동화 제외) |
| CPUC 공익옹호실 DGEM 2.0 예비 결과(2024) | 같은 대상, ~2035 / ~2040 | 227억 / 374억 달러(1차 모형 집계 263억) | 전기차+건물 전동화, 분산된 충전 형상, 현재 달러 |
| Li & Jenn, PNAS(2024) | 같은 대상, ~2045, 전기차만 | 60억~200억 달러(25.4GW) | 관리 없는 충전, 피어리뷰 |
| BCG(2019) | 미국 대표 유틸리티 모형, ~2030 | 전기차 1대당 1,700~5,800달러 | 보급률 15%, 충전 시각·장소 최적화 여부에 따라 3.4배 차 |
| Eurelectric/E.DSO(2021) | EU27+영국 배전망, 2020~2030 | 3,750억~4,250억 유로 | 전기차 5,000만~7,000만 대, 스마트충전 포함 |
| EU 집행위 Grid Action Plan(2023) | EU 송·배전망, 이번 10년 | 5,840억 유로 | 배전망의 약 40%가 40년 초과 |
| IMK(2024) | 독일 송·배전망, ~2045 | 6,510억 유로(배전 3,230억) | 4대 송전사·81개 배전사 망발전계획 교차 |
※ Eurelectric은 명목 기준을, 공익옹호실은 ‘현재 달러’를 명시했고, 나머지 추정의 물가 기준연도는 원문에서 확인하지 못해 원문 금액 그대로 옮겼다. 대상 범위(전기차만인지, 건물·재생에너지를 포함하는지)가 달라 수치 간 직접 비교는 할 수 없다.
전기차 한 대당으로 환산한 추정도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19년 미국의 대표적 유틸리티 모형에서 2030년까지 전기차 1대당 송배전 증설비를 충전 시각과 장소를 함께 최적화하면 1,700달러, 그대로 두면 5,800달러로 계산했다. 발전비 증가분까지 합쳐 소매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kWh당 0.03~1.35센트, 기준요금의 1% 미만에서 12%까지였다. 유럽 배전사업자 단체 Eurelectric과 E.DSO의 2021년 연구는 EU27과 영국의 배전망 투자가 2020~2030년에 3,750억~4,250억 유로 필요하다고 봤는데, 전기차 500만 대가 더 늘 때 투자가 20억~45억 유로 늘어난다는 민감도를 제시했다. 나누면 대당 400~900유로다. 다만 이 값은 스마트충전을 포함한 시나리오의 한계 증분이지 평균이 아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3년 11월 전력망 행동계획에서 이번 10년간 5,840억 유로의 전력망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고, 독일 한스뵈클러재단 산하 IMK는 독일만 2045년까지 6,510억 유로(송전 3,280억, 배전 3,230억)를 추정했다.
이 큰 숫자들에서 전기차의 몫만 떼어낸 자료는 드물다. Eurelectric 연구는 투자 동인을 8개로 나눠 ‘모빌리티 전동화’를 ‘건물·산업 전동화’와 별도 항목으로 두고 현대화·디지털화·스마트미터에 약 40%를 배정했지만, 그 값은 스마트충전을 전제한 것이다. EU 행동계획은 배전망의 약 40%가 40년을 넘겼다는 점을 함께 적었다. IEA는 2023년 보고서에서 세계 전력망 투자가 연 3,000억 달러에서 정체돼 있으며 2030년까지 연 6,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야 한다고 했고, 2026년 전력 보고서에서는 현재 연 약 4,000억 달러인 투자를 2030년까지 약 50% 더 늘려야 한다고 했지만, 그 증가분을 전기차·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노후화로 나눈 표는 내지 않았다. LBNL이 미국 소매 전기요금 상승 원인을 분석한 2024년 보고서는 2019~2023년 배전 설비투자가 315억 달러에서 474억 달러로 50% 늘어난 반면 소매 판매량은 연 0.4% 성장에 그쳤다며, “전국 수준에서 부하 성장은 주요 비용 증가 요인이 아니었다”고 결론지었다. 청정대기태스크포스(CATF)는 캘리포니아 전력회사 수입요구액의 평균 17%가 산불 관련 비용이며 2019~2024년 요금 인상의 약 3분의 2가 산불 지출이라고 분석했다. 이 분석에 전기차는 인상 요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얼마가 드는가”는 “몇 시에 꽂느냐”의 함수다
위 추정들을 한 줄로 세우면 한 가지가 눈에 띈다. 같은 지역, 같은 시점의 값이 2~3배 갈리는데, 그 차이의 상당 부분을 만드는 변수는 충전기 값도 전선 값도 아니고 충전 부하의 시간 형상이다. Kevala와 공익옹호실의 500억 대 150억~200억(예비, 전기차만)·263억(1차 모형), 건물 전동화까지 더한 개정 모형의 227억, BCG의 5,800달러 대 1,700달러, 공익옹호실 자체 민감도의 +57%와 −42%가 상당 부분 같은 변수에서 나왔다. 다만 전부는 아니다. 공익옹호실 모형에 Kevala의 부하 형상을 넣어도 362억 달러로 500억과의 차이가 다 메워지지는 않고, BCG는 충전 장소까지 함께 최적화한 값이다.
이는 곧 “전선을 누가 까느냐”는 질문이 “누가 사람들을 몇 시에 충전하게 만드느냐”는 질문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용의 크기가 정해진 뒤 배분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배분 규칙(요금과 접속비)이 비용의 크기를 바꾼다. 다음 절은 그 규칙 가운데 가장 널리 기대를 모은 스마트충전을 본다.
“스마트충전이면 된다”는 절반만 맞다
충전 시각을 옮기면 증설이 줄어든다는 방향은 연구마다 일치한다. 다만 무엇을 얼마나 줄이느냐는 연구마다 재는 지표가 다르고, 감소폭도 전제에 따라 크게 다르다. 영국 전체를 대상으로 전기차 100% 보급을 가정한 2020년 Applied Energy 논문은 최적화된 스마트충전으로 보강이 필요한 배전망 비율이 28%에서 9%로 준다고 계산했다. BCG는 앞서 본 대로 충전 시각과 장소를 함께 최적화하면 대당 5,800달러에서 1,700달러로 약 70% 절감을,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들이 5개 주를 분석한 2024년 연구는 배전망 증설 증분비용이 관리충전으로 23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준다고 봤다(관리 방식의 정의는 초록에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 노르웨이 NVE는 2019년 승용차 전량 전동화 시 피크 시간 충전이면 약 110억 크로네의 계통 투자가 필요하지만 야간 분산 시 추가 용량 투자가 필요 없다고 발표했다. 독일 Agora의 2019년 연구는 스마트충전이 2030년까지 배전망 투자를 최대 50% 줄인다고 봤다. 네 연구의 값은 각각 ‘보강이 필요한 망의 비율’, ‘대당 투자비’, ‘증분비용’, ‘배전 투자 총액’으로 재는 지표가 달라 하나의 절감률로 묶을 수 없다.
문제는 이 연구들이 대부분 직접 제어 또는 완전한 분산을 전제한다는 점이다. 현실의 정책 수단은 둘로 나뉜다. 시간대별 요금(ToU)으로 신호만 주는 방식과, 전력회사나 사업자가 충전기를 직접 조절하는 관리충전이다. 차량이 계통에 전기를 되파는 V2G는 16편 「전력망과 V2G」에서 다뤘으므로, 여기서는 충전 시각을 옮기는 쪽만 본다. 이 둘의 효과가 배전망 관점에서 전혀 다르다는 것을 한 무작위 현장실험이 보여줬다.
캐나다 앨버타에서 전기차 202대를 대조군·시간대별 요금군·관리충전군으로 나눠 2023년 4월부터 12월까지 실험한 캐나다 캘거리대 등의 연구진 결과는 이렇다. 시간대별 요금(비피크 kWh당 3.5센트 보상)은 비피크 충전량을 62% 늘렸다. 그러나 요금이 싸지는 시각에 충전이 몰려, 실측 충전 부하를 용량 12~24kW의 가상 주거용 변압기에 얹어 계산한 비피크 시간대의 변압기 용량 초과량(kWh)이 실험 전보다 133% 늘었고, 전기차 10대가 물린 변압기의 최대수요는 대조군보다 24% 높았다. 연구진은 이를 ‘그림자 피크(shadow peak)’라고 불렀다. 반면 중앙에서 직접 조절한 관리충전군은 비피크 용량 위반이 46% 줄고 최대수요가 대조군보다 17% 낮았으며, 이용자가 제어를 무시한 경우는 충전일의 약 1%였다. 이 연구는 AER: Insights에 게재됐다.

타이머 피크는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가 EV Project 등록 차량 약 4,200대 가운데 주거용 충전기 2,704기의 2011년 4분기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서, 시간대별 요금이 있던 샌프란시스코의 주거 충전기는 자정에 수요가 급증해 새벽 1시에 충전기당 1.05kW로 피크를 찍었고, 요금 차등이 없던 내슈빌은 저녁 8시에 0.65kW로 피크가 왔다. 시간대별 요금이 있던 샌프란시스코의 피크가 요금 차등이 없던 내슈빌의 1.6배였다(두 도시의 특성 차이는 통제되지 않은 단순 비교). 스탠퍼드 연구진이 미국 서부 전력계통을 모형화한 2022년 Nature Energy 논문은 “동기화된 타이머로 인한 수요 스파이크는 오늘의 충전 데이터에서 이미 관측된다”며, 가정 충전 접근이 보편화되고 단독주택이 밤 9시 타이머를 쓰는 최악의 경우 피크 순수요 증가폭이 낮 직장충전 중심 시나리오의 3.3~3.4배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네덜란드 611가구를 대상으로 한 2026년 Journal of Environmental Economics and Management 논문에서도, 5kW 초과 사용에 24시간 내내 추가 요금을 물리는 정적 용량요금은 월 피크를 6.2% 줄였지만,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의 피크 시간대에만 물리는 시간대별 요금은 개별 피크를 줄이지 못하고 새벽 2시 이후 집단 충전으로 새 용량 위반을 만들었다. 요금 신호 가운데서도 시각을 지정하는 시간대별 요금과 최대전력에 값을 매기는 용량요금은 효과가 다르다는 뜻이다.
직접 제어형 관리충전이 낫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참여할까. 여기서 두 번째 벽이 나온다. 캘리포니아 페닌슐라 클린에너지(PCE) 관할에서 전기차 보유가 확인된 단독주택 가구 1만 2,174곳 전체(분석에서는 옥상 태양광 보유 가구 제외)를 무작위로 나눠 관리충전 가입을 권유한 2026년 NBER 워킹페이퍼(시카고대·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연구진)에서, 인센티브가 없을 때 가입률은 1%, 월 5달러에 2%, 월 20달러에 약 4%, 전기요금의 15%에 해당하는 월 40달러를 줘도 4.6%였다. 가입자의 약 20%는 관리충전 세션을 한 번도 하지 않고도 매달 인센티브를 받았다. 연구진은 자원자만 모은 기존 파일럿의 효과가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을 지적했고, 고소득·전기차 밀집 지역인 샌마테오 카운티의 특수성도 인정했다. 12년간 전기차 가구 160곳의 데이터를 모은 텍사스 피칸스트리트는 충전 시간 이동 요청에 약 3분의 1이 응답했다고 밝혔다. 한편 관리충전 사업자 EnergyHub의 의뢰로 워싱턴주 58대 실증을 분석한 Brattle의 2026년 보고서는 관리충전의 가치를 대당 연 65~400달러로 추정했다. 다만 시간대별 요금 창이 열리는 밤 9시의 ‘스냅백’ 피크가 관리 없는 충전보다 104% 높다는 수치는 실측이 아니라 실증 데이터로 모의한 수동형 시간대별 요금 기준선에서 나온 값이다.
마지막으로, 옮길 수 없는 부하가 있다. 고속도로 급속충전 허브는 사람이 이동하는 시각에 전기를 받아야 한다. 19편 「EV 충전 사업의 수익 구조」에서 본 미국 국립연구소 연구진의 2026년 논문은 고속도로 급속충전이 “시간적 유연성이 제한돼 가격 신호와 무관하게 수요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논문의 비용 모형은 피크가 200kW를 넘으면 배전변압기 교체(10만 달러)가 촉발된다고 가정한다. 관리충전은 가정 완속의 문제를 줄일 수는 있어도, 급속 허브의 계통 접속 비용은 그대로 남는다.
노르웨이는 어떻게 버텼나 — 용량요금과 접속부담금
세계 최고 보급률의 노르웨이가 버티는 데 기여한다고 거론되는 제도는 둘이다. 첫째, 2022년 7월 1일부터 연 10만kWh 미만 저압 고객에게 용량 기반 망요금을 적용한다. 배전사 Elvia의 2026년 요금표를 보면 월 최대전력(서로 다른 3일의 최대 시간 소비 평균)이 0~2kW면 월 150크로네, 15~20kW면 755크로네다. 밤과 주말의 에너지요금은 낮보다 싸다. 특정 시각을 지정하는 대신 시간 단위 최대전력에 값을 매겨 그림자 피크를 피하는 설계다. 둘째, 접속부담금(anleggsbidrag)이다. 충전사업자가 요구한 용량 때문에 생기는 투자비는 유발한 고객이 전부 또는 일부 부담하되, 사업자 견적 초과분은 15% 이내로 제한된다.
그래도 노르웨이에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국가 충전 전략은 “많은 지역에서 이미 배정되거나 예약되지 않은 계통 용량이 거의 없다”고 적었다. 트론헤임 아파트 단지의 13개월 실측 연구는 이용자가 20명에서 82명으로 늘 때 충전 동시율이 0.43에서 0.25로 떨어진다는 위안도 함께 줬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모두가 같은 시각에 꽂을 확률은 낮아지지만, 동시율이 낮아져도 절대 부하는 늘 수 있다.
누가 내나 ① — 접속비: 얕게 물릴 것인가, 깊게 물릴 것인가
비용의 크기를 봤으니 배분으로 넘어가자. 충전기를 계통에 붙일 때 드는 돈은 두 층으로 나뉜다. 충전기에서 가장 가까운 전봇대나 변전실까지 잇는 연결비와, 그 연결 때문에 상위 변압기·선로를 키워야 할 때 드는 보강비다. 규제 용어로는 앞의 것만 물리면 ‘얕은(shallow) 접속비’, 뒤의 것까지 물리면 ‘깊은(deep) 접속비’라고 한다. 세계 각국의 답은 이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로 갈린다.
영국은 2023년 4월 1일부터 수요 접속을 ‘완전히 얕은(fully shallow)’ 방식으로 바꿨다. 규제기관 Ofgem이 2022년 5월 확정한 접속비 개혁(Access SCR)에 따라, 전기를 쓰려는 고객은 연장 자산만 부담하고 계통 보강비는 내지 않는다. Ofgem이 계산한 개편의 비용(발전 접속비 축소까지 합친 기준)은 17년간 현재가치 3억 8,000만 파운드(범위 2억 9,000만~5억 3,000만 파운드)로, 배전망 이용요금(DUoS)을 내는 전체 소비자가 나눠 진다. 이유는 명확했다. 기존 방식에서는 ‘보강 비용 신호가 그 보강을 촉발한 특정 고객에게만 존재’하고, ‘다른 고객이 보강을 촉발할 때까지 접속 신청을 미루는 무임승차(free ride) 유인‘이 생긴다는 것이다(최종결정문 30쪽). Ofgem은 “어느 한 이용자가 보강을 촉발했다고 귀속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41쪽)고도 썼다. 대신 상한을 뒀다. kVA당 1,720파운드를 넘는 고비용 프로젝트는 초과분을 접속 고객이 전액 낸다. 같은 시기 시작된 배전사업자 규제기간(RIIO-ED2, 2023~2028)의 허용 총지출은 222억 파운드이고, 그중 전기차·히트펌프 확산과 분산형 저탄소 발전 접속에 대비한 망 보강이 31억 파운드다.
독일은 저압 접속에 한해 접속비를 낮게 두는 대신 배전사업자에게 칼자루를 줬다. 저압 접속의 건설비 분담금(Baukostenzuschuss, 일반 계통 확충에 대한 일회성 기여금)은 접속점의 총 신청용량 가운데 30kW를 초과하는 부분에만 물릴 수 있다. 가정용 월박스(11~22kW)는 대개 이 문턱 아래다. 접속 공사비(Netzanschlusskosten) 자체는 이와 별도로 낸다. 2024년 1월 1일 시행된 에너지산업법 제14a조 규정은 배전사업자가 월박스·히트펌프의 접속을 망 과부하를 이유로 거부하거나 늦출 수 없게 하는 대신, 급성 과부하 위험 시 4.2kW까지 일시적으로 출력을 낮출 권한을 줬다(그 밑으로는 내릴 수 없는 최소 보장선이다). 4.2kW면 두 시간에 약 50km 주행분을 충전할 수 있다. 제한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이용자는 망요금을 연 110~190유로(모듈 1) 감면받거나, 별도 계량 시 망요금의 전력량 단가를 60% 깎는다(모듈 2). 독일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6년 kWh당 37.0센트인데 그중 망요금이 9.2센트(24.9%)이므로, 감면은 작지 않다.
중국은 가장 일찍 사회화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2014년 문건(발개가격〔2014〕1668호)은 충전·교환 설비의 산권 분계점에서 전력망까지의 접속공사를 “전망기업이 건설·운영하고 접속비를 받지 못하며, 비용은 송배전 원가에 산입”하도록 했다. 부지 경계 밖의 전선은 전력망 회사가 깔고, 그 값은 전체 송배전 요금에 녹인다는 뜻이다. 같은 문건이 2020년 전까지로 정했던 집중형 충·환전 설비의 기본요금(수요·용량요금) 면제 시한은 국무원판공청의 2023년 6월 문건(국판발〔2023〕19호)에서 2부제 요금을 적용받는 집중형 충·환전 설비를 대상으로 2030년 전까지로 늘었다. 2025년 6월 국가에너지국과 양대 전망회사의 기자회견에서는 신청 용량 160kW 이하(베이징·상하이 등 수십 개 도시는 200kW)의 민영 사업장에 방문·심사·투자가 없는 ‘3무(三零)’ 접속 서비스를 적용해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600억 위안, 누적 3,000억 위안 이상의 접속 투자를 절감해 줬다고 밝혔다. 충전 전용 제도는 아니지만 소규모 충전 사업장도 이 문턱 안에 든다. 국가전망은 2026~2030년 고정자산투자를 4조 위안으로 잡고 충전설비 3,500만 대의 접속 수요를 감당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확인된 범위에서 반대편에 가깝다. 도쿄전력 파워그리드의 탁송공급등약관(2024년 4월 시행)은 공사비 부담을 제8장(제67~74조)에 두며, 수요 측 공사비부담금은 제70조다. CHAdeMO협의회의 급속충전기 설치 안내서(2022년 1월판)는 동일 부지 안에 급속충전기용 별도 계약을 허용하는 특별조치의 요건으로, 공사에 필요한 변압기·전선의 재료비와 공사비를 “수요자가 전액 부담”할 것을 적었다. 대신 2025년도 추경 충전 인프라 보조금(365억 엔)은 고압수전설비 구입·공사비를 출력 구간별 상한(300만~900만 엔) 안에서 100%까지 지원한다(경제산업성 자료를 정리한 충전사업자 에네체인지 기사 기준). 접속 공사비는 사용자 부담으로 두되 고객 측 수전설비·공사비를 국비로 되메우는 구조다. 노르웨이는 앞서 본 대로 유발자 부담과 용량요금의 조합이고, 네덜란드는 혼잡 지역의 대용량 이용자가 피크 시간대 계통 이용을 줄이기로 약정하면 망 비용을 최대 50%까지 보전해 주는 대신, 접속 순서는 우선순위 틀로 정한다. 2024년 10월 시행된 첫 틀(혼잡 완화 설비, 안보·안전, 식수·교육 같은 기본 수요 우선)은 2025년 3월 행정법원(CBb)이 근거 부족을 이유로 취소하며 2026년 1월 1일까지 재정비를 명령했고, 규제기관 ACM은 2025년 12월 세 범주를 유지하되 대중교통·공유주택·통신·가스저장을 기본 수요에 추가한 개편 틀을 내놓았다. 개편 틀에도 상업용 전기차 충전은 명시돼 있지 않다.

유럽 전체로 보면 2023년 EU 송전 이용요금 총액이 약 200억 유로, 배전 이용요금이 약 600억 유로다(ACER 2025년 보고서). 같은 보고서는 발전 측에 송·배전 모두 깊은 접속비를 물리는 나라가 10개국이고, 배전 요금을 용량 기반으로 바꿨거나 바꾸려는 나라가 약 11개국이라고 집계했다. 수요 측 접속비의 국가별 분포표는 이번 조사에서 추출하지 못했다.
한국의 접속비는 한전 전기공급약관의 시설부담금이다. 2022년 12월 1일 이후 신청분 기준(부가세 별도) 기본시설부담금은 저압 계약전력 5kW까지 27만 7,000원, 5kW 초과분 kW당 11만 원, 고압은 kW당 2만 2,000원이다(공중공급 기준·부가세 별도, 지중공급은 각각 53만 1,000원·12만 8,000원·4만 6,000원; 약관 원문은 이번 조사에서 열지 못해 개인 블로그가 옮긴 단가표 기준). 전기공사업체가 2022년 8월 단가로 계산한 7kW 충전기 1기의 부담금은 47만 원이었고, 2022년 12월 단가로 다시 계산하면 49만 7,000원이다. 100kW 급속충전기를 고압으로 받으면 220만 원, 저압으로 받으면 1,072만 7,000원으로, 5kW 초과 구간의 kW당 단가 기준으로 고압 수전이 5배 싸다(계약전력을 충전기 정격과 같게 잡고 공중공급·기본거리 이내를 가정한 부가세 별도 금액). 여기에 일정 거리를 넘으면 거리시설부담금이 붙고, 변압기 증설이나 케이블 매설이 필요하면 별도 공사비가 든다. 19편에서 본 급속충전기 5기에 전력망 구축비 최소 2억 3,000만 원이라는 보도 사례에서 한전 불입금 8,000만 원은 그중 3분의 1 남짓이었고, 나머지는 케이블 공사였다. 그 불입금은 기당 1,600만 원으로 기본시설부담금 220만 원의 7배가 넘는데, 거리·변압기 몫이 포함된 금액이다(계약전력과 접속 전압, 공사 범위가 위 시산과 같은지는 보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의 접속비는 기본시설부담금 항목만 보면 낮은 수준이고, 실제 부담은 거리·변압기 부담금과 공사비에서 갈린다. 위 금액은 2022년 12월 단가를 적용한 예시 계산이며, 2023~2025년 사이 시설부담금이 다시 개정됐는지, 충전기에 대한 감면 특례가 있는지, 실제 총접속비가 얼마인지는 개별 견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누가 내나 ② — 미국의 make-ready: 요금기반에 넣고 전 고객이 나눠 낸다
미국의 뉴욕·캘리포니아 등 주요 주는 접속비 논쟁을 다른 형태로 치렀다. 전력회사가 충전소 부지까지의 전기 인프라(make-ready)를 직접 짓고 그 비용을 요금에 넣는 프로그램이다. 뉴욕 공공서비스위원회(PSC)는 2020년 7월 16일 명령으로 make-ready와 부수 프로그램을 합쳐 총 7억 100만 달러 규모의 전기차 인프라 프로그램을 승인했고, 2023년 11월 중간검토에서 이를 12억 4,000만 달러로 늘리면서 소외지역 배정을 2억 600만 달러에서 3억 7,200만 달러로, 급속충전기 목표를 1,500기에서 6,302기로 올렸다. 비용 회수 구조는 명령서에 적혀 있다. 프로그램 비용은 요금기반(rate base)과 부가요금(surcharge)의 조합으로 회수하되, 자산 내용연수에 맞춰 대부분 15년 이상에 걸쳐 회수하고 송배전 수익 기준으로 전 고객 계층에 배분한다. 명령서는 요금 영향을 ‘평균 주거 고객 청구서에 최소한(minimal)’이라고만 적었을 뿐 달러나 퍼센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콘에디슨의 2026년 9월 종료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관할에서만 완속 포트 1만 7,030개, 급속 포트 716개가 설치됐다.
캘리포니아의 SCE는 2020년 8월 Charge Ready 2 프로그램으로 4억 3,600만 달러(포트 약 3만 7,800개)를 승인받았다. 회사가 신청한 약 7억 6,000만 달러의 57%다. 결정문(D.20-08-045)을 인용한 소비자단체 TURN의 보상청구 문서에 따르면, 위원회는 비용을 “kWh당 동일 센트” 방식으로 전 고객 계층의 배전요금에서 회수하도록 했고, TURN의 권고를 받아들여 make-ready 포트의 50%를 취약지역(DAC)에 배정하고 포트당 평균 비용을 1만 5,000달러로 잡았다(회수 기간은 확인하지 못했다). 애틀러스 퍼블릭 폴리시의 집계로 미국 투자자소유 전력회사가 주 규제기관에서 승인받은 수송 전동화 투자는 2025년 6월 기준 누적 66억 달러다. 에디슨전기협회(EEI)는 2025년 1월 기준 64개 전력회사 56억 달러로 집계했는데, 두 기관은 집계 대상과 시점이 달라 수치가 다르다.
이 돈이 요금에 얼마나 얹혔는지는 공식 문서에 잘 나오지 않는다. 공개된 작은 사례로, 뉴저지 PSE&G가 2025년 2월 신청한 중대형차 충전 프로그램(자본 3,000만 달러·운영비 1,020만 달러)은 회사 추정으로 연 6,700kWh를 쓰는 주거 고객 청구서를 월 0.03달러(0.02%) 올린다(2025년 12월 공청회, 확정 전). 큰 그림으로 보면 캘리포니아 3개 전력회사의 수송 전동화 프로그램 승인액은 2022년 3월 기준 약 18억 달러(지출은 약 3억 달러)였다. 같은 청문 자료에서 옥상 태양광 상계거래(NEM)의 비용 전가는 2021년 한 해 33억 7,000만 달러였고, CPUC의 2024년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세 회사의 총 수입요구액(발전·송전 포함) 421억 달러 가운데 산불 관련 비용은 약 87억 달러, 옥상 태양광 비용 전가는 65억~70억 달러로 추산됐다. 여러 해에 걸쳐 회수될 누적 승인액과 한 해의 비용은 기준이 달라 같은 줄에 놓고 비율을 낼 수 없지만, 18억 달러의 승인액이 한 해 87억 달러의 산불 비용이나 65억 달러 이상의 태양광 비용 전가와 같은 규모의 항목이 아니라는 점은 읽힌다.
반대편의 목소리 — “사치 차량 구매를 요금으로 보조하는 것”
사회화에는 문서화된 반론이 따라다닌다. 뉴저지주 소비자 대변 기관(Rate Counsel) 국장은 2018년 충전소 법안에 대한 증언에서 이 법안이 “본질적으로 사치 차량 구매를 보조하기 위해 요금 납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며, “태양광이나 전기차를 살 수 없다면 돈은 내지만 혜택은 못 받는다”고 말했다. 영국 시민상담소(Citizens Advice)는 Ofgem 개혁안에 대해 보강비 사회화가 “소비자가 비효율적 계통 개발에 자금을 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고비용 상한을 요구했고, 실제로 상한이 도입됐다.
규제기관과 그 안의 소비자옹호기구도 선을 긋는다. 캘리포니아 공익옹호실은 2025년 4월 발표한 전동화 원칙에서 “충전소의 건설과 유지보수는 요금 납부자가 부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고, CPUC는 2022년 11월 결정에서 2025~2030년 10억 달러 리베이트 프로그램의 충전기를 전력회사가 소유하지 못하게 했다. 다만 리베이트 재원은 여전히 요금이며, 전력회사 요금기반에 들어가는 자산이 망 측 인프라로 한정됐을 뿐이다(사업자 단체 Charge Ahead Partnership 정리). 뉴욕 PSC도 2023년 1월 상업용 충전의 수요요금 대안을 정한 명령에서 ‘전기차 충전이 아닌 부하가 수요요금 리베이트나 단계적 요금에서 의도치 않은 보조를 받을 가능성을 실제로 우려한다‘고 쓰고, 충전 용량이 사업장 최대 수요의 50% 이상일 때만 혜택을 주도록 했다. 영국과 미국 주 규제기관이 사회화를 택하면서 저소득 지역 배정 비율, 포트당 비용 기준, 고비용 상한 같은 조건을 붙인 이유가 여기 있다.
전기차는 제 몫을 내고 있나 — 학계는 분모를 놓고 갈린다
접속비와 make-ready는 새 전선을 누가 까느냐의 문제다. 그보다 큰 질문이 남는다. 전기차 운전자가 매달 내는 전기요금은 자기가 유발한 망 비용을 충당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두 갈래의 연구가 서로 다른 답을 낸다.
첫째 갈래는 계통 전체의 평균을 본다. 논리는 단순하다. 전기차는 대부분 밤에 충전해 설비 이용률을 높이고, 그 kWh 요금이 이미 깔린 전선의 고정비를 나눠 갚는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영국의 두 배전사업자 요금을 분석한 2019년 Energy Policy 논문은 전기차 보급률이 5%p 오를 때마다 모든 고객군의 배전요금이 약 2% 내려가고, 반대로 옥상 태양광이 5%p 늘면 약 1% 오른다고 계산했다. 저자들이 밝혔듯 이는 영국의 현행 망요금 산정 구조에서 나오는 결과로, 전기차 kWh가 늘면 단가가 내려가는 기계적 효과다. 앞서 본 PNAS 2024년 논문도 캘리포니아에 60억~200억 달러의 증설이 필요하더라도 판매량 증가 효과가 더 커서 2045년 요금이 kWh당 0.01~0.06달러 내려간다고 봤다. LBNL의 2023년 모형은 양방향이었다. 관리 없는 충전에 보급률이 낮을 때 20년 평균 요금이 0.5% 오르지만, 보급률이 높아지면 0.1% 내리고 후반기(2035~2040년)에는 약 2.9% 내린다. 사후 실적을 집계한 컨설팅 분석도 같은 방향이다. 미국의 컨설팅사 Synapse가 2011년 이후 실적을 대상으로 매년 갱신하는 분석은 전기차 운전자가 낸 요금에서 그들이 유발한 한계비용(발전·송전·배전)과 전력회사의 전기차 프로그램 비용을 뺀 순기여를 계산하는데, 2026년 6월판에 따르면 2011~2024년 미국 전체(알래스카·하와이 제외)의 순기여는 프로그램 비용을 빼고도 107억 달러(2025년 달러)이고, 캘리포니아가 76억 1,000만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4년 1월판(2011~2021년, 49개 주, 전기차 200만 대 이상)은 24억 4,000만 달러(2021년 달러)였다. 피어리뷰를 거치지 않은 자료라는 점은 감안해 읽어야 한다.
둘째 갈래는 변압기와 피더 단위, 그리고 요금 구조를 본다. 오슬로 광역권을 교통·전력 결합 모형으로 분석한 2021년 Utilities Policy 논문은 균일 요금 아래에서는 충전이 유발한 망 비용이 전기차가 없는 가구를 포함한 모든 가구의 요금으로 분산된다고 봤다. 기본 시나리오의 추가 부담은 가구당 연 12~18크로네에 그쳤지만, 변압기를 10년 앞당겨 교체해야 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균일 요금 시 추가 사회적 비용이 연 3억 400만 크로네, 피크 차등요금 시 1억 9,300만 크로네로 계산됐다. 논문의 결론은 피크·비피크 차등요금이 망 투자비와 충전 불편 사이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었다. MIT 에너지경제연구진(조스코·슈말렌지 공저)의 2024년 워킹페이퍼는 고정 망요금이 “전기차 충전비를 낮춰 전동화를 촉진하지만 비용을 전기차 소유자에게서 타인에게 전가한다”며, kWh 요금은 비전기차 가구를 보호하고 용량요금이 절충안이라고 정리했다. 앞서 본 앨버타 실험의 그림자 피크는 요금 설계에 따라 국지 피크가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갈래의 방증이다.
| 결론 | 연구 | 국가·방법 | 핵심 수치 |
|---|---|---|---|
| 낸다(요금 인하) | Küfeoğlu & Pollitt, Energy Policy 2019(피어리뷰) | 영국, 배전요금 시나리오 | 전기차 +5%p마다 배전요금 −2% |
| 낸다(증설비 상쇄) | Li & Jenn, PNAS 2024(피어리뷰) | 미국 캘리포니아, 피더 시뮬레이션 | 60억~200억 달러 증설에도 2045년 요금 −0.01~−0.06달러/kWh |
| 낸다(사후 실적) | Synapse 2026(컨설팅, 비피어리뷰) | 미국 48개 주+DC(알래스카·하와이 제외), 요금 수입 대 한계비용 | 2011~2024년 순기여 107억 달러(2025년 달러) |
| 조건부 | LBNL 2023(국립연구소) | 미국 대표 유틸리티 모형 | 저보급 +0.5% → 고보급 −0.1%(20년 기준), 2035~40년 −2.9% |
| 다 내지 않는다(국지) | Wangsness 외, Utilities Policy 2021(피어리뷰) | 노르웨이 오슬로, 결합 균형 모형 | 변압기 10년 조기 교체 가정 시 균일요금의 추가 비용 연 3억 400만 크로네(피크요금 시 1억 9,300만) |
| 다 내지 않는다(설계 의존) | Turk 외(MIT CEEPR) 2024(워킹페이퍼) | 미국, 배전요금 설계 | 고정요금은 전가, kWh 요금은 보호 |
| 피크 증가 가능성(그림자 피크) | Bailey 외, AER: Insights 2025(피어리뷰) | 캐나다 앨버타, 무작위 실험 | 시간대별 요금 시 변압기 최대수요 +24% |
두 갈래는 모순이 아니다. 평균비용 접근은 전기차의 추가 kWh가 고정비를 희석한다는 점에서 옳고, 국지 접근은 요금이 비용을 반영하지 않을 때 특정 변압기의 증설비를 그 원인자가 다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옳다. 답은 두 축에서 갈린다. 분모가 계통 전체인지 변압기 하나인지, 그리고 망 비용을 고정요금·kWh 요금·용량요금 가운데 무엇으로 거두는지다. 국지 축을 가장 날카롭게 보여준 연구가 2024년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독일 논문이다. 바이에른 배전망을 대상으로 실제 주행 데이터와 조류 계산을 결합해, 전기차 보급률 31.1% 시나리오에서 고소득 동네의 망 보강 투자 수요가 저소득 동네의 최대 33배(교외에서 +3,266%)라고 계산했다. 고소득층은 전기차를 더 많이, 더 큰 것을 사고, 비슷한 시각에 집에 온다. 보강비가 전체 요금으로 흡수되면 고소득 가구의 전력 사용량이 16~18% 많은 정도로는 유발한 비용을 상쇄하지 못해, 저소득 가구가 고소득 지역의 충전이 유발한 비용을 나눠 내게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계산이다. 연구진은 이런 고·저소득 지역 간 비용 격차가 EU 전체로 외삽하면 약 140억 유로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소득 자료는 전기차 보유가 고소득층에 치우쳐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전국가구통행조사(NHTS) 2022년 자료를 분석한 2026년 논문에서 전기차 소유자의 61.4%가 연소득 12만 5,000달러 이상이었고 비소유자는 30.7%였다. 독일 연방통계청의 2023년 가계조사에서는 월 순소득 5,000유로 초과 가구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보유율이 13%, 2,600유로 미만 가구는 1.3%였다(2차 보도).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는 2006년 이후 초기 수년간의 세금신고 자료(2015년 분석)에서 약 90%를 상위 소득 5분위가 받았다. 다만 이 편중이 곧 저소득층의 비용 부담을 뜻하지는 않는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연구진의 2021년 보고서는 캘리포니아의 주거용 종량요금이 사회적 한계비용의 2~3배이고 그 잔여비용이 가구당 연 512~809달러인데 이는 저소득 가구 소득의 3% 이상, 고소득 가구의 1% 미만이라며 요금 구조 자체가 역진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전기차 한 대가 그 종량요금 아래에서 한계비용을 초과해 내는 ‘전동화 프리미엄’을 연 600~900달러로 추정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전기차가 고정비 회수에 기여한다는 사실과, 그 종량요금 구조가 저소득층에 불리하다는 사실은 동시에 참이며, 전가의 방향은 결국 요금 구조가 정한다.
법·경제학의 원칙도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미국 연방전력법 판례는 비용 배분이 편익과 “적어도 대략 상응(roughly commensurate)”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2024년 Energy Law Journal 논문(Macey & Mays)은 수익자 부담이 이 기준을 충족하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옹호하면서도 적용의 어려움을 짚었다. 비용을 내지 않은 고객·지역도 편익을 얻는 무임승차를 막으려면 편익의 범위를 넓게 잡아야 하고, 한 설비가 신뢰도·혼잡·공공정책(탈탄소) 편익을 동시에 내기 때문에 편익을 한 범주로 좁혀 귀속하면 분쟁이 생긴다는 것이다. 반대로 사회화의 실패 사례도 있다. 호주 그래튼연구소의 2018년 보고서는 뉴사우스웨일스·퀸즐랜드 주정부가 2005년 극히 드문 사건에 대비한 과도한 예비설비를 의무화한 뒤 수요 증가세가 꺾여 계통 자산이 최대 200억 호주달러 과잉투자됐고 뉴사우스웨일스·퀸즐랜드·태즈메이니아 소비자가 연 100~400호주달러를 더 낸다고 분석했다. 사회화는 역진성과 과잉투자를, 수익자 부담은 귀속 분쟁과 접속 지연을 낳을 수 있다. 앞 절에서 본 영국·독일·네덜란드의 제도가 ‘얕은 접속비 + 상한 + 제어권’으로, 노르웨이가 ‘유발자 부담 + 용량요금’으로 각각 절충하는 이유다.
한국 ① — 72조 8,000억 원의 전선값은 지금 누가 내고 있나
한국의 답은 제도보다 대차대조표에 먼저 쓰여 있다. 2025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서 확정된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은 2024~2038년 15년간 72조 8,000억 원(연평균 약 4조 9,000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으로, 제10차 계획(56조 5,000억 원)보다 16조 3,000억 원(28.8%) 늘었다.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구성은 무탄소 전원 연계 50조 7,000억 원과 첨단산업 전력공급 22조 1,000억 원이고, 전압별로 345kV 이상 28조 2,000억 원, 154kV 26조 4,000억 원, HVDC·계통안정화 18조 2,000억 원이다. 투자비 증가 요인 가운데 자재비 상승이 4조 9,000억 원, 지중화 추가가 2조 5,000억 원이다. 배전 쪽은 분산에너지법 시행 후 처음 세운 제1차 장기 배전계획(2024~2028)이 10조 2,000억 원으로, 분산에너지 연계용 배전망 증설 2조 원과 전기사용자망 증설 8조 2,000억 원으로 나뉜다. 별도로 2023년 한 해 배전사업 투자 계획(2023년 3월 발표)은 신규 전력공급과 설비 보강·지장이설을 포함해 4조 6,000억 원이었다. 두 배전 수치는 범주가 달라 더할 수 없다. 공개된 요약과 보도 어디에도 전기차 충전 수요를 위한 투자가 얼마인지는 따로 나오지 않는다.

이 투자를 집행할 한전의 재무는 이렇다. 2025년 결산에서 한전은 매출 97조 4,345억 원, 영업이익 13조 5,248억 원(전년 대비 61.7% 증가)을 냈지만, 총부채는 약 206조 원(205조 6,000억 원, 연결), 차입금은 약 130조 원이고 하루 이자비용이 119억 원이었다. 2026년 상반기에는 전력 판매량이 소폭 줄고 국제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서 영업이익이 4조 9,127억 원으로 16.6% 줄었고(전년 동기 5조 8,895억 원 대비, 계산치), 총부채는 210조 7,000억 원으로 반년 새 5조 1,000억 원 늘었으며 차입금은 133조 원이다. 하루 이자는 약 115억 원이다. 2028년이면 사채 발행 한도가 36조 2,000억 원으로 급감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2026년 4분기 전기요금은 연료비조정단가 산정치가 kWh당 7.3원인데도 상한 5원이 적용돼 주택용·일반용은 14분기, 산업용은 8분기 연속 동결됐다. 11편 「충전요금·전기요금의 정치학」에서 본 한전의 딜레마는 그대로다. 투자는 늘고 요금은 묶였다. 투자와 부채 증가를 직접 잇는 수치(연간 투자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한전채 순발행액)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2025년처럼 영업이익이 컸던 해에는 영업현금흐름이 투자의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다. 다만 요금이 원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해에 투자가 늘면 그 차액이 차입으로 메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까지는 말할 수 있다.
2025년 9월 26일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법률 제20844호, 2025년 3월 25일 공포)은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 법안 해설에 따르면 이 법의 목적은 345kV 이상 국가기간 전력망의 건설 기간을 줄이는 것이고, 수단은 보상과 지원의 두께다. 시행령 국무회의 의결(2025년 9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토지주가 3개월 안에 조기 합의하면 보상금을 최대 75% 가산하고, 송전설비 밀집지역은 지원금을 최대 4.5배로 늘리며, 가공선로가 지나는 지자체에 km당 20억 원을 준다. 시행령안(2025년 6월 보도 기준)은 사업시행자가 송전설비주변법상 지역별 지원금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관할 시·군·구에 추가로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지역별 지원금은 기존부터 “한국전력공사의 재원과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마련되는 구조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에 붙는 부담금으로, 요율은 2024년 3월 정부 결정에 따라 2024년 7월 3.7%에서 3.2%로, 2025년 7월 2.7%로 단계 인하됐다(결정 당시 보도 기준). 즉 보도로 확인된 범위에서 특별법은 ‘누가 내느냐’를 바꾸는 법이 아니라, 한전과 전 국민의 요금으로 보상의 두께를 사서 건설 속도를 얻는 법이다. 법령 조문 원문은 이번 조사에서 국가법령정보센터 본문을 열지 못해 법령 정보(공포·시행일)와 2차 자료로 확인했다.
전기요금 안에서 망 비용이 차지하는 몫도 짚어 두자.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전 총괄원가에서 전력구입비가 약 85%(2017~2022년 분석 기간 기준)를 차지하고, 2022년 총괄원가 104조 9,000억 원 가운데 전력판매수입은 64%에 그쳤다. 송전·배전·판매·관리비와 투자보수를 합친 몫이 나머지 15% 안쪽이라는 뜻이다. 독일 가정용 요금의 24.9%, 영국 약 23~25%, 프랑스 약 25%가 망요금이라는 유럽 수치와는 분모가 다르다(총괄원가 대 세금을 포함한 가정용 소비자요금, 전 고객 대 가정용). 한국 요금에서 망의 몫이 유럽보다 작을 가능성은 크지만, 같은 기준으로 확인한 값은 아니다. 다만 송전비와 배전비의 개별 비중, 송·배전 이용요금 단가(원/kWh)는 한전 원가정보와 이용규정 별표를 열지 못해 확인하지 못했다.
한국 ② — 배전은 지역요금제에서 빠졌고, 충전기 부담금은 낮다
한국이 망 비용을 수용가에 신호로 보내는 첫 제도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45조에 근거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은 2026년 8월 26일 공청회에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안을 내놓았다. 한전 판매량의 51%를 차지하는 산업용을 대상으로 전국을 4개 계통권역과 균형발전 요소를 조합한 11개 지역으로 나눠, 2025년 산업용 평균 181.9원/kWh를 기준으로 수도권 남부는 ±1원 안팎, 경상·전라는 최대 약 18원 인하(약 10%)를 적용하고 산업용 요금 부담을 연 약 2조 8,000억 원 줄인다는 내용이다(2026년 내 도입 예정, 확정 여부 미확인). 산정 요소는 지역별 송전비용, 전력자급률, 균형발전 요소 세 가지다. 공청회 보도에 따르면 배전비용은 ‘산업용 고객 상당수가 배전망을 이용하지 않고, 배전비용을 반영할 경우 소비 밀도가 낮은 농어촌 지역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산정에서 제외됐다. 정부 브리핑은 송전비용 차이를 요금에 우선 반영했다고 밝혔고, 제주는 적용 대상에서 뺐다. 도매(SMP) 지역별 차등은 2026년 4월 시점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설계는 전기차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전기차 충전 부하는 대부분 저압·고압 배전망에 붙는다. 앞에서 본 모든 문제(변압기 과부하, 피더 증설, 아파트 수전용량)는 배전 문제다. 그런데 한국의 첫 지역요금제는 송전비용만 반영하고 배전비용은 뺐다. 충전기가 늘어 배전망 비용이 오르더라도 이 제도만으로는 그 신호가 어느 지역, 어느 수용가에게도 전달되지 않는다. 산업용에 한정된 제도이므로 주택·일반용 충전 수용가는 애초에 대상도 아니다. 한전의 전기차 충전전력 요금에 계절·시간대별 차등은 있지만, 가정용 충전 부하에 노르웨이처럼 용량 기반 요금을 매기거나 독일 제14a조처럼 제어권과 감면을 맞바꾸는 장치는 한국에 아직 없다. 물론 배전비용을 제외한 데는 이유가 있다. 산업용 대수용가 상당수는 배전망을 거치지 않고, 배전비용까지 지역별로 반영하면 소비 밀도가 낮은 농어촌의 요금이 오른다. 형평성과 제도 범위를 고려한 선택이고, 그 선택은 정당할 수 있다. 다만 그 결과 전기차 충전의 망 비용은 계속 전체 요금에 섞여 흐른다는 점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접속비 쪽은 앞서 본 대로 기본시설부담금 항목만 보면 낮은 수준이다(2022년 단가 기준 7kW 완속충전기 한 기 약 49만 7,000원, 100kW 급속충전기 고압 수전 220만 원). 노르웨이의 접속부담금처럼 보강비를 유발자에게 견적 기준으로 물리는 제도와는 구조가 다르고, 실제 총접속비는 거리·변압기·공사비를 합친 개별 견적으로만 알 수 있다. 요금 쪽에서는 시간대 신호가 한시 조치로 등장했다. 2026년 추석 연휴(9월 24~27일 11~14시)에는 가정·직장의 자가소비용 충전설비 전력량요금을 100% 면제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이 운영하는 공공충전기 약 1만 8,000기의 요금을 50% 할인하는 조치가 시행된다. 태양광 출력이 넘치는 낮 시간의 수요를 끌어올리려는 계통 운영 조치로 접속비나 망요금과는 결이 다르지만, 시간대 신호가 등장했다는 점과 그 할인분을 한전이 부담한다는 점은 기록해 둘 만하다.
국내 논쟁은 아직 “누가 내느냐”보다 “누가 짓느냐”에 머물러 있다. 2026년 5월 27일 국회 토론회(우재준 의원·기후에너지환경부 공동 주최)에서는 스마트 제어 완속충전기 전환에 따른 요금 급등이 쟁점이 됐고, 주최 측은 ‘설비 전환 비용의 발생 구조, 충전사업자의 운영 부담, 공동주택 관리주체의 역할과 책임’을 따져 “공정한 비용부담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7월 16일 국회 토론회는 전력망 확충의 민간 개방을 다뤘고, 9월 3일 전력연맹·공공재생에너지포럼 세미나에서 김종호 부경대 교수는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의 조달비용을 PF 금리와 수익률을 합친 10%로 놓고 한전채 금리 3.1%와 비교해, 그 금리 격차만큼 국민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했다(발제자의 가정으로, 자본구조·상환 방식·할인율이 제시되지 않아 금액은 옮기지 않는다). 충전업계는 2026년 8월 간담회에서 낮은 가동률에 기본요금 등 고정비 부담이 겹쳐 수익성이 나빠지고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을 호소했다. 이 논쟁들 어디에서도 전기차·데이터센터·히트펌프를 분리해 각각의 망 비용을 귀속시키는 논의는 찾지 못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것
한국 쪽 핵심 수치 여러 개를 확인하지 못했다. 한전의 ‘전기자동차충전전력’ 연도별 판매량 원표(2024년 값은 전기저널 기고로 확인), 총괄원가 중 송전비와 배전비의 개별 비중, 송·배전 이용요금 단가, 시설부담금의 2023~2025년 개정 여부와 충전기 감면 특례 존재 여부, 노후 아파트 변압기 증설의 실제 견적 사례, 그리고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분산에너지법 제45조·전기사업법 요금 산정 원칙의 조문 원문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와 한전 사이버지점, 한국전력통계 원자료가 이번 조사 환경에서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며, 해당 항목은 2차 자료임을 본문에 표시했다.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곧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본에 전기차 전력수요가 독립 항목으로 없다는 점과, 충전 총량을 지역·시간대별 부하와 배전망 증설비에 연결한 공개 자료를 이번 조사에서 찾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불완전한 자료로도 배분 규칙의 비교는 가능하지만, 한국의 규칙을 평가하려면 이 연결 고리가 먼저 공개돼야 한다.
병목은 돈만이 아니다 — 시간과 물건
비용 배분을 어떻게 정하든, 현장에서는 비용과 함께 시간과 자재라는 병목이 앞을 막는다. 미국의 급속충전 사업자 Electrify America는 2022년 캘리포니아 규제기관에 제출한 문서에서 신규 서비스의 전력회사 접속 절차가 평균 38주(약 9개월)이고, 공사를 끝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대기 중인 초급속 충전소가 34곳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배전변압기 리드타임은 최대 2년으로 2022년 이전의 4배가 됐고 가격은 2년 새 5~6배 올랐다(NREL). IEA는 전력망 부품 가격이 5년 새 약 2배 올랐고, 리드타임이 전력망은 5~15년, 데이터센터는 1~3년, 충전 인프라는 1~2년이라고 정리했다. 충전기는 1~2년이면 세우는데 송전선 등 신규 계통설비는 5년 넘게 걸린다.
유럽의 사정도 비슷하다. 비용이 사업을 접게 하는 경우도 여전하다. 영국 충전사업자 Osprey는 의회에 낸 서면 증거에서 고속도로 M55 인근 부지의 접속점(PoC) 타당성 단계에서 산정된 접속 비용만 119만 7,025파운드에 달해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간의 병목은 가정까지 번졌다. 네덜란드 배전사 Liander는 2026년 1~5월 가정의 고용량 접속 신청이 2만 7,500건으로 급증하자 처음으로 약 7,300가구를 대기 명단에 올렸고 일부는 최대 3년을 기다려야 하며, 배전사 Stedin은 위트레흐트 일부 망을 신규 용량에 대해 무기한 닫았다. 네덜란드 국토수자원관리청이 전기트럭 충전 허브 6곳을 14개월간 관찰한 결과 “에너지(계통 접속비와 전력 구매)가 사업성의 최대 50%“였고 혼잡으로 접속 확실성이 없어 확장이 지연됐다. 국제자동차연맹(FIA) 유럽 지역의 2025년 조사에서 네덜란드·벨기에·독일·이탈리아의 계통 증설 확보 절차는 2~5년이 걸리고, 충전업계 종사자의 90% 이상이 계통 용량 부족을 성장 저해 요인으로 꼽았다. 유럽 충전업계 단체 ChargeUp Europe은 “적시의 계통 접속이 유럽 충전 인프라 확산의 단일 최대 장벽“이라고 썼다.
대안도 시간에서 나온다. 미국 록키마운틴연구소(RMI)가 2026년 5월 소개한 사례에서 펩시코의 프레즈노 병입(보틀링) 공장은 대부분의 시간에 4.5MW를 쓰고 피크 시간에는 제한을 받아들이는 PG&E의 유연 접속 프로그램(FlexConnect)으로 1.5MW의 추가 용량을 통상 계획보다 18개월 앞당겨 확보했다. 네덜란드의 유연 이용 약정, 독일의 제14a조 출력 제한권, 미국의 유연 접속은 모두 같은 발상이다. 전선을 새로 까는 데 5년이 걸린다면, 그동안 있는 전선을 나눠 쓰는 규칙이 먼저다. 영국의 얕은 접속비가 ‘누가 내느냐’를 바꾼 재원 쪽 답이라면, 이들은 ‘언제 얼마나 쓰느냐’를 바꾼 운영 쪽 답이다. 한국의 전력망 특별법이 겨냥한 것도 결국 이 ‘시간’이었다.
한눈에 보기 — 나라별 ‘전선값’ 분담 설계
| 국가 | 충전기 접속 보강비 | 망요금 방식(가정·소규모) | 충전 특례 | 사회화의 조건 |
|---|---|---|---|---|
| 영국 | 사회화(완전히 얕은 접속비, 2023.4~) | 시간대별 배전요금 | 없음(일반 수요와 동일) | 고비용 상한 kVA당 1,720파운드 |
| 미국(뉴욕·캘리포니아) | 전력회사 make-ready를 요금기반으로 회수(뉴욕은 대부분 15년 이상) | 에너지+수요요금 혼합, 가정 시간대별 | 소외지역 최대 100% 인센티브(뉴욕) | 뉴욕: 소외지역 예산 배정 30% / SCE: 소외지역 포트 50%, 포트당 평균 비용 1만 5,000달러 |
| 독일 | 저압은 30kW 초과분만 분담금(접속공사비는 별도) | 에너지 위주(망요금 24.9%), 시간가변 도입 중 | 제14a조 감면 연 110~190유로 | 과부하 시 배전사가 4.2kW까지 출력 제한(최소 보장) |
| 노르웨이 | 유발자 부담(견적 초과 15% 상한) | 용량 기반(2022.7~) | 없음 | 용량요금이 피크 억제 |
| 네덜란드 | 접속비 + 혼잡 지역 유연 이용 약정 | 소규모는 접속용량 기준 고정 | 대용량 이용자 피크 회피 시 망비용 최대 50% 보전 | 접속 우선순위(2026.1 개편)에 상업용 충전 미명시 |
| 중국 | 부지 경계 밖은 전력망 기업 부담, 접속비 징수 금지(2014~) | 양부제(수요+에너지) | 2부제 적용 집중형 충전시설 기본요금 2030년 전까지 면제 | 160~200kW 이하 ‘3무’ 접속 |
| 일본 | 수요자 부담(공사비부담금, 확인된 범위) | 에너지+기본요금 | 보조금이 수전설비·공사비 100%까지 | 국비로 되메움 |
| 한국 | 기본시설부담금(2022년 단가: 7kW 약 50만 원, 100kW 고압 220만 원) + 거리·변압기·공사비 | 에너지 위주, 산업용 지역요금제 추진(배전 제외) | 한시 할인(2026년 추석), 노후 아파트 변압기 자재비 지원 | 충전 유발 증분비용을 배분·제어와 연계한 장치는 확인되지 않음 |
※ 각국 제도의 시행일·근거 문서는 본문 하이퍼링크에 있다. 한국의 시설부담금은 2022년 12월 단가를 2차 자료로 확인한 값이며 약관 원문과 2023년 이후 개정 여부는 미확인이다.
인사이트 — 충전기가 늘면 전선은 누가 까나에 대한 여섯 가지 답
첫째, 총량과 국지를 나눠 말해야 한다. 전기차는 세계 전력의 약 1%(2025년)를 쓰고 노르웨이에서도 2% 안팎이다. 전국 연간 소비 비중만으로 “전기차 때문에 전력이 모자란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변압기 하나에 몇 가구가 물린 골목에서는 전기차 한두 대로도 문제가 생기고, 그 골목이 어디인지는 소득과 주거 형태가 정한다. 총량 논쟁은 국지 문제를 가리고, 국지 논쟁은 총량을 과장한다.
둘째, 얼마가 드느냐는 몇 시에 꽂느냐의 함수다. 같은 캘리포니아를 놓고 최대 500억 달러와 150억~260억 달러가 갈린 이유의 상당 부분은 충전 부하의 시간 형상이었다. 이 사실은 비용 배분 논의의 순서를 바꾼다. 비용이 정해진 뒤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규칙이 비용을 정한다. 요금 신호와 직접 제어는 다르며, 시간대별 요금만 주면 그림자 피크가 생긴다는 무작위 실험은 한국의 향후 요금 설계에 직접 관련된 경고다.
셋째, 주요국의 무게중심은 얕은 접속비 쪽으로 옮겨가되 조건을 붙인다. 영국은 보강비를 사회화하며 고비용 상한을 뒀고, 뉴욕·캘리포니아는 요금기반 회수를 허용하며 소외지역 배정과 포트당 비용 기준을 걸었고, 독일은 접속 거부를 금지하며 출력 제한권을 줬다. 사회화와 조건은 한 세트다. 조건 없는 사회화는 과잉투자와 역진성으로, 조건 없는 수익자 부담은 무임승차와 접속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각국의 경험이다. 노르웨이와 일본처럼 유발자 부담을 유지한 나라도 용량요금과 보조금으로 부담을 나눈다.
넷째, 전기차가 제 몫을 내느냐는 분모의 문제다. 인용한 연구들에서 계통 평균으로는 낸다는 결과가, 변압기·동네 단위로는 다 내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두 연구 갈래는 서로를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도가 다르다. 정책은 둘 다를 봐야 한다. 평균 논리로 사회화를 정당화하면서 동시에 국지 비용을 원인자에게 되돌리는 장치(용량요금, 출력 제한, 고비용 상한)를 두는 것이 각국의 절충이었다.
다섯째, 한국은 총량은 있고 귀속이 없다. 한전 계약종별 충전전력 판매량(2024년 합산 약 2,453GWh)은 집계되지만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차를 독립 항목으로 제시하지 않고, 첫 지역요금제 안은 배전비용을 뺐으며, 충전기의 기본시설부담금은 낮은 수준이다. 72조 8,000억 원(15년)의 송·변전 투자와 10조 2,000억 원(5년)의 배전 증설은 부채 약 211조 원, 하루 이자 115억 원인 한전이 주택·일반용 14분기, 산업용 8분기째 동결된 요금 아래에서 감당해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충전이 유발한 망 비용은 한전의 대차대조표 안에 섞여 있고, 요금이 묶인 동안 투자가 늘면 재원의 상당 부분이 차입으로 메워질 가능성이 크며, 그 부담은 결국 전체 요금 납부자와 미래의 요금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사실을 계량하고 공개해야 다음 논의가 가능하다.
여섯째, 다음 질문은 요금 설계와 보조금으로 이어진다. 전선을 누가 까느냐가 정해지면, 충전 시각을 바꾸게 하는 요금과 접속 지연을 줄이는 유연 접속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전기차 보급 자체를 위해 정부가 쓰는 돈, 곧 차량과 충전기 보조금이 이 망 비용과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다음 편의 주제다.
결론 — 충전기가 늘면 전선은 누가 까나
이 글의 제목으로 돌아가자. 충전기가 늘면 전선은 누가 까나.
확인된 답은 “조사한 나라 대부분에서 어떤 형태로든 나눠 내고 있으며, 무엇을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돌리느냐가 다르다”이라는 것이다. 영국은 접속비에서 보강비를 빼 전체 요금으로 옮겼고, 미국 주들은 전력회사의 인프라 투자를 요금기반에 넣었으며, 중국은 부지 밖 전선을 전력망 기업의 원가로 삼았다. 유발자 부담을 유지한 노르웨이와 일본조차 용량요금과 국비 보조로 부담을 분산한다. 경제학이 수익자 부담을 옹호하는 만큼 그 실행이 어렵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어느 설비가 누구 때문에 필요해졌는지 귀속하기 어렵고, 먼저 접속한 사람이 손해를 보며, 접속이 늦어지면 보급이 늦어진다.
동시에 확인된 것은 사회화의 대가다. 전기차는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고, 균일한 요금으로 보강비를 나누면 저소득 가구가 고소득 지역의 충전을 보조한다. 그래서 사회화를 명시적으로 택한 영국과 미국 주 규제기관들은 조건을 붙였다. 상한, 배정, 제한권이다. 한국은 택한 사회화가 아니라 결과로서의 사회화이며, 그런 조건은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그 조건들은 목적이 다르다. 소외지역 배정은 분배를, 고비용 상한은 투자 규율을, 출력 제한권은 설비 이용을 겨냥한다. 그리고 비용의 크기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충전 시각이다. 관리 없는 저녁 충전과 관리된 야간 충전 사이에 걸린 몫은 재는 지표마다 다르지만, 대당 투자비로는 약 7할(BCG), 증설비 모형으로는 약 4할(캘리포니아 공익옹호실)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논의의 앞이 아니라 앞의 앞에 서 있다. 계약종별 충전전력 판매량은 집계되지만 정부 계획은 전기차 수요를 독립 항목으로 내놓지 않고, 배전망 비용은 지역요금제에서 빠졌으며, 접속 부담금은 낮다. 그 결과 충전이 유발한 망 비용은 누구의 몫으로도 계량되지 않은 채 한전의 재무 안에 섞여 흐르고 있다. 이 구조를 바꾸려면 먼저 셈의 재료를 갖춰야 한다. 전기차 충전 전력을 계획의 독립 항목으로 세고, 지역·시간대별 부하와 기존 설비의 여유를 공개하며, 어차피 필요했을 교체투자와 충전 때문에 추가되는 증설비를 구분해 충전이 유발한 몫을 추정하고, 그 위에서 누가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낼지를 정하는 순서다. 전선을 누가 까느냐는 결국 그 전선이 왜 필요해졌는지를 세는 데서 시작한다.
긱토이브이 인사이트는 매주 EV 산업의 구조 변화를 한국과 글로벌 양쪽 시각에서 정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EV 보조금의 경제학 — 한 대에 얼마를 쓰고, 무엇을 얻었나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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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제 미리보기 : EV 보조금의 경제학 / 전기차의 탄소 계산서 / 법인차·렌터카·택시의 전동화 / 상용차 전동화
편집 노트 : 이 글은 규제기관 결정문과 정부 계획·법령 정보, 피어리뷰 논문과 국립연구소 보고서, 업계·컨설팅 추정치, 언론 보도를 구분해 작성했습니다. 해외 제도는 규제기관 원문과 공식 발표로 확인했고, 국내 법령 조문과 한전 통계 원자료 일부는 이번 조사 환경에서 열지 못해 2차 자료로 확인했음을 본문에 표시했습니다. 각 추정치의 물가 기준연도와 대상 범위가 달라 직접 비교할 수 없는 항목은 그 사실을 함께 적었습니다. 모든 근거는 본문 하이퍼링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