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5일, 보쉬(Bosch)는 모빌리티 부문에서 1만 3,000명을 더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2024년에 발표한 9,000명을 더하면 2030년 말까지 약 2만 2,000명이다. 같은 해 10월, ZF는 노사 합의로 7,6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7,600명이 나온 곳은 엔진 관련 사업부가 아니었다. 전동화 사업부(Division E)였다.
이 사실은 우리가 지난 몇 년간 들어온 이야기와 어긋난다. 통상의 설명은 이렇다. 전기차는 부품이 적다, 그러니 부품사가 줄어든다, 엔진을 만들던 회사들이 사라진다. 그런데 2025년에 실제로 손실을 낸 곳은 전동화에 먼저 투자한 회사들이었고, 엔진 부품만 남긴 회사는 흑자를 냈다.
그래서 이 글은 통설을 처음부터 다시 검산한다. 엔진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섰는가.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정말 기존 부품사인가.
핵심 요약
- “내연기관차 3만 개, 전기차 2만 개”의 원출처를 찾지 못했다. “3만 개”의 가장 이른 확인 지점은 도요타의 어린이용 FAQ이며 “가장 작은 나사까지 세면”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일본 경제산업연구원(RIETI) 기고문은 같은 문단 안에서 분모를 3만에서 10만으로 바꿔 쓴다.
- “부품이 적으니 노동도 적다”는 연결 고리는 피어리뷰 논문 두 편이 반박한다.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은 파워트레인 제조 노동시간이 내연기관 4~11 인시(人時) 대 전기차 15~24 인시라고 보고했고, 미시간대 연구진은 실제 전환 공장의 노동집약도가 2~3배 상승했다고 실측했다.
- 부품 수는 줄었는데 파워트레인의 원가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추정으로 내연기관 승용차는 파워트레인이 직접제조원가의 32.5%, 전기 승용차는 49.5%다.
- 값을 매기는 자리가 기계에서 화학으로 옮겨갔다. 아르곤국립연구소 모델에서 배터리 팩 원가의 62.2%가 셀 소재비인 반면, 기계 조립에 해당하는 팩 통합의 몫은 4.5%다.
- 2025년 적자를 낸 곳은 전동화 부문이었다. 보그워너는 전사 조정영업이익률 10.7%인데 파워드라이브 시스템 −3.5%, 배터리·충전 −6.6%였다. ZF는 수익성 미달 전동화 프로젝트를 조기 종료하며 일회성 비용 16억 유로를 인식했다.
- 한국은 완성차 수출이 사상 최대인데 부품 수출은 4년 연속 줄었다. 2025년 자동차 수출 720억 달러는 역대 최대지만, 자동차부품 수출은 2022년 233억 달러에서 2025년 212억 달러로 내려왔다.
3만 개와 2만 개, 그 숫자는 어디서 왔나
전기차 부품 이야기는 거의 언제나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내연기관차의 부품은 약 3만 개인데 전기차는 1만 5,000~2만 개다.” 이 문장은 국내외 언론과 정책 보고서, 기업 발표자료에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런데 이 숫자의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면 예상과 다른 곳에 닿는다.
가장 이른 확인 지점은 도요타 공식 홈페이지의 어린이용 질문답변 코너다. “자동차에는 부품이 몇 개나 들어 있나요”라는 질문에 도요타는 “가장 작은 나사까지 하나하나 세면 약 3만 개“라고 답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없다. 하나는 전기차 수치이고, 다른 하나는 “부품”의 정의다. 나사를 세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은 도요타 자신이 밝히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연구원(RIETI)의 하마구치 노부아키(浜口伸明) 프로그램디렉터가 니혼게이자이신문 「경제교실」에 실은 2017년 기고문은 더 흥미롭다. 그는 “가솔린 연료차의 부품 수는 약 3만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엔진만으로도 약 1만 개의 부품이 쓰이며, 세는 방법에 따라서는 부품 수 합계가 10만에 이른다“고 썼다. 그리고 같은 글에서 “EV에 쓰이는 부품의 수는 약 1만으로, 가솔린 연료차의 약 10분의 1″이라고 이어간다.
여기서 분모가 조용히 바뀐다. 1만을 3만으로 나누면 3분의 1이다. 10분의 1이 되려면 분모가 10만이어야 한다. 한 문단 안에서 두 개의 분모가 함께 쓰였고, 결론은 더 극적인 쪽을 택했다.

한국 매체의 인용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코노믹리뷰는 2018년 기사에서 내연기관차 부품 수를 “10년 전에는 1만~2만 개였으나 지금은 3만~3만 5,000개(대형 픽업 기준)“라고 썼다. 같은 내연기관차라도 차급과 연식에 따라 부품 수가 두 배 넘게 달라진다는 뜻이다. 3만 개는 상수가 아니다.
일본 財経新聞은 2019년에 EV가 “가솔린차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정도“라고만 썼고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2024년 Merkmal 기사는 “가솔린차 약 3만 점, EV 약 2만 점, EV의 모터·배터리 구성은 2,000~3,000점“이라는 세트를 제시하는데, 이 세 숫자는 내부적으로는 모순되지 않지만 역시 출처 표기가 없다.
또 하나 자주 인용되는 “움직이는 부품 20개 대 2,000개”는 계보가 다르다. 2017년 UBS Evidence Lab의 셰비 볼트 분해 보고서는 전기모터의 움직이는 부품 3개 대 가솔린 엔진 1,000개 이상이라고 실측했다. 그런데 2018년 포브스에 실린 SAP 브랜드보이스 기고문은 “내연기관 구동계는 2,000개 이상, 전기차 구동계는 약 20개“라고 쓰면서 근거를 대지 않았다. 3 대 1,000과 20 대 2,000은 자릿수가 다르다. 두 통설은 같은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검증 실패로 남은 것
이번 조사에서 “내연기관차 3만 개 대 전기차 2만 개”라는 비율을 학술적으로 검증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확인된 인용은 모두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밝힌 경우에도 정의가 서로 달랐다.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이 선행 문헌에서 인용한 “200개 대 1,400개”는 파워트레인 컴포넌트 기준이라 차량 전체 수치와 층위가 다르다.
이 공백 자체가 중요하다. 산업 정책과 기업 전략이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숫자 위에서 논의되어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차의 파워트레인이 내연기관 파워트레인보다 단순하다”는 방향 자체는 UBS 분해 등 실측으로 뒷받침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배율이다.
부품이 줄면 일자리도 주는가 — 두 편의 논문이 뒤집은 전제
통설의 진짜 힘은 부품 수 자체가 아니라 그다음 문장에 있다. 부품이 적으니 만드는 손도 적게 든다, 그러니 고용이 준다는 연결이다. 이 연결 고리를 정면으로 검증한 피어리뷰 논문이 최근 두 편 나왔고, 둘 다 통설과 반대 결론을 냈다.
첫 번째는 카네기멜런대의 코터먼·푹스·화이트풋·콤버말이 Energy Policy 2024년 188권에 실은 연구다. 연구진은 완성차 4개사·부품사 3개사·배터리 2개사의 공정 252개와 문헌상 공정 78개를 모아 연산 10만 대 기준으로 파워트레인 제조 노동시간을 계산했다. 결과는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4~11 인시, 배터리 전기차 파워트레인 15~24 인시였다. 전기차 쪽 최고 효율 추정치와 내연기관 쪽 최저 효율 추정치를 비교해도 전기차가 더 많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전기차 파워트레인 노동시간의 71.4~84.6%가 배터리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는 60kWh NMC 각형 팩을 셀 제조 단계부터 포함해 계산했다. 저자들은 부품 수에 기반한 추론을 명시적으로 비판하면서, 노동량을 결정하는 것은 부품 개수가 아니라 공정 수·사이클타임·부품당 노동시간이라고 지적한다.
두 번째는 미시간대의 웡·아메드·에를리히·스테파노풀루가 Nature Communications 2024년 15권에 실은 연구다. 이들은 실제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한 미국 공장 세 곳의 1,000대당 종사자 수를 추적했다. 캘리포니아 알라메다 공장은 2006년 16명에서 2019~2022년 46~51명으로, 미시간 오라이언 공장은 17명에서 31명으로 늘었다. 연 2,236시간으로 환산하면 대당 약 36시간에서 약 114시간이 된다.
다만 이 연구들을 곧바로 “전기차가 일자리를 늘린다”로 읽으면 안 된다. 연구자들 스스로 단서를 달았다. 미시간대 연구가 다룬 공장은 테슬라와 리비안처럼 수직계열화 수준이 높고 차량 가격대가 높은 사업장이며, 리비안의 램프업 초기 수치(1,000대당 316명)는 양산 안정화 이전의 값이다. 카네기멜런대 연구도 “이미 100만 대 이상 생산한 업체가 표본에 포함되어 있어 학습효과로 결론이 곧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고만 밝힐 뿐, 장기 수렴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결론은 배터리 셀을 어디서 만드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 IAO의 「ELAB 2.0」 연구는 정반대 방향의 수치를 낸다. 2030년 시나리오에서 독일 파워트레인 생산 고용이 11~35% 줄어든다는 것이다. 두 연구의 결론이 갈리는 이유는 방법론이 아니라 범위에 있다. ELAB 2.0은 보고서 9쪽에서 배터리 셀과 자석 등 수입 부품의 인력을 독일 고용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한다. 셀을 국내에서 만들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전기차 노동의 70~85%를 차지하는 부분이 통째로 계산에서 빠진다.
즉 “전기차 전환이 일자리를 줄이는가”라는 질문은 답이 하나가 아니다. 셀을 어디서 만드는가에 따라 답이 바뀐다. 이것은 한국 부품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질문이다.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들어서나
숫자를 잠시 내려놓고 실물을 보자.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에서 사라지는 계통은 명확하다. 엔진 본체(실린더블록·크랭크샤프트·피스톤·밸브트레인), 다단 변속기, 배기계(촉매변환기·머플러), 연료계(탱크·펌프·인젝터), 클러치와 토크컨버터, 터보차저, 스타터와 알터네이터, 엔진오일 계통, 점화계가 통째로 빠진다.
이 목록에서 잘 눈에 띄지 않는 항목이 하나 있다. 배기 촉매다. 촉매에는 백금·팔라듐·로듐 같은 백금족 금속이 들어간다. 존슨매티(Johnson Matthey)는 2025년 시장 보고서에서 자동차용 백금 수요와 팔라듐 수요가 각각 5%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그 원인으로 배터리 전기차 비중 확대를 명시적으로 지목했다. 부품 하나가 사라지면 그 뒤에 붙은 광물 수요와 정련 산업까지 함께 움직인다.

새로 들어서는 쪽은 배터리 셀·모듈·팩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구동모터, 인버터, DC-DC 컨버터와 온보드차저(OBC), 감속기, 열관리 계통, 고전압 하네스와 커넥터, 그리고 전력반도체다.
이 가운데 고전압 하네스는 순증 항목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내연기관차에도 배선은 있지만 400V 이상을 다루는 고전압 배선은 전기차에서 새로 생긴다. ICCT 추정으로 전기 승용차의 고전압 케이블 원가는 2022년 기준 520달러다. 전력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인피니언은 트랙션 인버터에 실리콘카바이드(SiC) 채택이 늘면서 차량당 부품 명세(BOM) 금액이 늘어난다고 밝힌다. 기존 기계 부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없던 항목이 추가되는 구조다.
동시에 반대 방향의 힘도 작동한다. 통합이다. 테슬라는 모델Y 리어 언더바디를 단일 캐스팅으로 만들면서 “70개 부품이 1개가 된다“고 밝혔고, 배터리에서는 셀투팩(CTP) 방식이 모듈 방식 대비 부품 수를 약 40% 줄인다는 학술 리뷰가 나와 있다. 구동계에서는 모터·인버터·감속기를 하나로 묶는 e-액슬이 표준이 되어 가는데, 화웨이는 7-in-1 시스템으로 마운팅 브래킷 2개, 와이어링 하네스 5m, 커넥터 3개, 호스 2개를 줄였다고 공개했다.
다만 통합의 효과를 과장해서도 안 된다. 테슬라는 2024년 5월 차세대 원피스 언더바디 캐스팅에서 3분할 방식으로 후퇴했다. 4680 구조 배터리팩을 적용한 오스틴산 모델Y와 기존 2170 팩 프리몬트산 모델Y의 중량 차이는 20파운드(약 9kg), 0.44%에 불과했다. 맥킨지 분석도 셀투팩의 실제 절감폭을 중량 2~4%, 차량당 500유로 초과로 계량한다. 의미 있는 수치이지만 산업 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크기는 아니다.
부품 수는 줄었는데 원가 비중은 늘었다
여기서 통설이 두 번째로 어긋난다. 부품 개수가 줄었으니 파워트레인에 들어가는 돈도 줄었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ICCT가 2022년에 낸 백서는 미국 시장 기준으로 두 차량의 직접제조원가를 같은 방법론으로 분해했다. 250마일 주행 전기 승용차의 직접제조원가는 2만 5,000달러이고 이 가운데 전기 파워트레인 관련 항목 합계가 1만 2,370달러다. 같은 자료의 내연기관 승용차는 총 1만 9,806달러에 파워트레인 6,433달러다. 비중으로 옮기면 32.5% 대 49.5%, 17.0%포인트 차이가 난다.

격차의 대부분은 배터리다. ICCT 표에서 2022년 배터리 팩은 9,000달러로 차량 직접제조원가의 36.0%를 차지한다. 맥킨지는 2026년 1월 분석에서 배터리 팩이 차량 총원가의 30~40%라고 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다른 각도에서, 전기차 소매가의 약 33%가 파워트레인이고 그중 약 25%포인트가 배터리라고 추정한다.
맥킨지의 다른 분석은 절대금액으로 말한다. 배터리·인버터·모터를 합한 전기차 파워트레인은 1만 달러를 넘으며 내연기관 동등 부품의 3~4배라는 것이다.
이 사실은 부품사에게 양면적이다. 파이 자체는 커졌다. 문제는 그 파이를 누가 자르느냐다.
분모를 확인하고 읽어야 하는 수치들
“배터리가 차량 원가의 몇 퍼센트”라는 문장은 분모가 최소 세 가지다. ICCT는 직접제조원가를 분모로 써서 36.0%(2022년)를 얻는다. 맥킨지는 “차량 총원가”를 분모로 30~40%를 제시하는데 간접비·마진 포함 여부는 공개하지 않는다. IEA는 소매가를 분모로 약 25%를 말한다. 셋은 같은 대상을 다른 자로 잰 값이며, 서로 바꿔 쓰면 안 된다.
배터리 가격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NEF의 2025년 조사에서 글로벌 평균 팩 가격은 kWh당 108달러이지만, 이는 정치형 에너지저장장치와 이륜·삼륜차까지 포함한 전 용도 가중평균이다. 전기차용 팩만 보면 99달러이고, 화학별로는 LFP 81달러·NMC 128달러, 지역별로는 중국 84달러·북미 121달러·유럽 131달러다. 하나의 평균값으로 특정 국가 완성차의 원가를 추정하면 최대 60% 넘게 어긋난다.
한 가지 더. 블룸버그NEF가 “전년 대비 8% 하락”이라고 표현한 2025년 수치와, 전년에 공표된 115달러를 그대로 나눈 값(−6.1%)은 일치하지 않는다. 기관이 기준연도 값을 개정하거나 실질 기준으로 변화율을 제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도별 공표치를 시계열로 이어 붙여 변화율을 직접 계산하면 왜곡된다.
부가가치는 기계에서 화학으로 옮겨갔다
파이가 커졌는데도 부품사의 몫이 줄어드는 이유는 배터리 팩의 내부 원가 구조에 있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는 배터리 원가 모델(BatPaC)로 팩 원가를 항목별로 분해해 공개한다. 2025년 자료에서 NMC955 화학 기준 팩 총원가 9,687달러는 셀 소재 62.2%(6,030달러), 제조 22.3%(2,156달러), 구매품 11.0%(1,067달러), 팩 통합 4.5%(434달러)로 나뉜다. 네 항목의 합은 정확히 총액과 맞는다.
여기서 팩 통합 4.5%가 전통 부품사가 해온 일에 가장 가깝다. 셀을 받아 모듈로 묶고, 하우징에 넣고, 냉각 구조와 체결부를 설계하고, 조립하는 기계 작업이다. 나머지 95.5%는 화학과 셀 제조 공정이 가져간다. 맥킨지는 셀 원가의 90% 이상이 소재비이며 설비투자는 단위원가의 2~3%에 불과하다고 본다. 아르곤 자료에서 양극재 하나가 셀 소재비의 56.9%를 차지한다.
이 구조를 차량 전체로 확장하면 그림이 분명해진다. PwC 스트레티지앤은 부품사가 확보하는 차량 가치 비중이 내연기관차 50~55%에서 전기차 35~40%로 내려간다고 추정한다. 같은 자료에서 파워트레인과 전장이 차량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에서 52%로 올라간다. 두 문장을 나란히 놓으면 이 글의 핵심이 된다. 파이는 커지는데 부품사의 몫은 줄어든다.
학술 쪽에서도 같은 방향의 실증이 나왔다. 고토와 소마가 Frontiers in Big Data 2026년에 실은 거래 네트워크 분석은 2018년부터 2024년 사이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거래가 약 64% 감소하고 전기 파워트레인 거래는 약 8배 증가했으며, 그 사이 연간 30% 이상의 공급업체가 이탈했다고 보고한다. 2021년 시점 활성 공급업체의 절반 이상이 신규 진입자였다. 자리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앉는 사람이 바뀐 것이다.
2025년, 감원의 진앙은 엔진 사업부가 아니었다
이제 실제로 일어난 일을 보자. 2024년부터 2026년 사이 글로벌 부품사에서 발표된 재편은 규모도 크지만, 무엇보다 어느 사업부에서 일어났는지가 통설과 어긋난다.

보쉬는 2025년 9월 모빌리티 부문에서 2030년 말까지 1만 3,000명을 추가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4년에 발표한 9,000명(그중 자율주행·조향 사업에서 5,550명)을 더하면 약 2만 2,000명이다. 보쉬는 2025년 결산 보도자료에서 그룹 EBIT 마진이 2024년 3.5%에서 2025년 약 2%로 떨어졌다고 밝히면서, 모빌리티 부문의 연간 약 25억 유로 원가 갭의 원인으로 “전동화로의 구조적 전환과 극심한 가격경쟁”을 지목했다. 전동화가 원가 갭의 원인으로 명시된 것이다.
ZF의 사례는 더 직접적이다. ZF는 2024년 7월 독일 인력을 2028년 말까지 1만 1,000~1만 4,000명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2025년 10월 노사 합의로 전동파워트레인 사업부(Division E)에서 2030년까지 7,6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같은 사업부의 독일 근로자들은 주 근로시간을 7% 단축(32.5시간)하고 임금 인상 시기를 6개월 미뤘다.
그리고 2026년 3월 결산에서 ZF는 2025년 순손실 21억 유로를 공표했다. 회사가 밝힌 주된 이유는 “수익성 미달 전동화 프로젝트의 조기 종료“에 따른 일회성 비용 약 16억 유로다. 순손실의 76%가 전동화 프로젝트를 접는 비용이었다는 뜻이다. ZF는 이 사업부를 분사하지 않고 그룹 내에서 구조조정하기로 결론지었고, 별건으로 첨단운전자보조(ADAS) 사업을 하만에 기업가치 15억 유로에 매각하기로 했다.
콘티넨탈은 아예 자동차 부문을 떼어냈다. 2025년 9월 18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아우모비오(AUMOVIO)가 상장됐다. 시초가 35유로, 시가총액 35억 유로였다. 2024년 매출 196억 유로에 직원 8만 6,000명 이상인 사업체의 시가총액이 매출의 5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시장이 이 사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어떻게 보는지 보여주는 숫자다. 콘티넨탈은 별도로 ContiTech의 OESL 사업을 미국 리전트에 매각해 2026년 2월 2일 거래를 완료했다.
셰플러는 2024년 10월 비테스코를 합병해 인력이 약 12만 명으로 늘었다가, 한 달 뒤인 11월 유럽에서 4,700명 감원(순감 3,700명)을 발표했다. 마렐리는 2025년 6월 11일 미국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챕터11을 신청했다. 담보부채 100%를 소각하고 대주단이 회생 후 소유권을 갖는 구조다.
독일 전체 통계도 같은 방향이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자동차산업 종사자가 2023년 78만 명에서 2025년 72만 6,000명(추정)으로 줄었다고 집계했고, 독일 연방통계청은 2026년 상반기 고용이 전년 동기 대비 4만 2,300명(5.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전동화 부문이 적자인 부품사들
재편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사업이 돈을 잃고 있는가다. 공시 자료로 확인되는 그림은 다음과 같다.
| 기업 · 부문 | 수익성 | 기준 |
|---|---|---|
| 보그워너 전사 | 조정영업이익률 10.7% | 2025년 |
| └ 파워드라이브 시스템(전동화) | 매출 23.47억 달러 · 조정영업이익 −0.83억 달러(−3.5%) | 2025년 |
| └ 배터리·충전 시스템 | 매출 5.90억 달러 · 조정영업이익 −0.39억 달러(−6.6%) | 2025년 |
| ZF | 조정 EBIT 마진 4.5% · 순손실 21억 유로 | 2025년 |
| 셰플러 전동화 사업부 | 흑자 전환 목표 시점 2028년 | 회사 목표 |
| 보쉬 그룹 | EBIT 마진 2.0% (2024년 3.5%) | 2025년 |
| 피니아(엔진 연료계·애프터마켓) | 조정 EBITDA 마진 13.7% | 2025년 |
| 글로벌 부품사 평균(600곳 이상) | EBIT 마진 4.7% | 2024년 |
| CATL | 매출총이익률 26.27% · 순이익률 17.0% | 2025년 |
| 인피니언 자동차 부문 | 부문이익률 16% | 2025 회계연도 |
보그워너의 숫자가 가장 선명하다. 2025년 전사 조정영업이익률은 10.7%로 업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데, 전동화 관련 두 부문은 모두 적자다. 그리고 매출의 82%가 여전히 내연기관 기반 제품이다. 전동화 제품(eProduct) 매출 비중은 2023년 14%, 2024년 17%, 2025년 18%로 완만하게 오르고 있다.
반대편에 피니아(PHINIA)가 있다. 2023년 보그워너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연료계와 애프터마켓만 남긴, 말하자면 엔진 전문사다. 2025년 매출 34.83억 달러에 조정 EBITDA 마진 13.7%를 기록했다. 글로벌 부품사 평균 EBIT 마진 4.7%의 세 배에 가깝다. 회사는 스스로를 “내연기관을 최고 성능으로 유지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로 규정한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거래가 있었다. 2025년 9월, 덴소는 스파크플러그와 배기가스센서 사업을 니테라(Niterra)에 1,806억 엔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대상 사업의 매출은 1,918억 엔이었다. 종합 부품사가 엔진 부품을 떼어내고, 엔진 부품 전문사가 그것을 사들인 것이다. 같은 부품을 놓고 파는 쪽과 사는 쪽의 판단이 정반대였다.
한국에서도 구조는 다르지 않다. 현대모비스는 2025년 매출 61조 1,181억 원, 영업이익 3조 3,575억 원으로 둘 다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모듈·부품제조 47조 8,001억 원, A/S부품 13조 3,180억 원이다. 회사는 전동화를 별도 공시 세그먼트로 분리하지 않는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A/S 부문 영업이익률이 26% 수준인 반면 모듈 부문은 1%대이고 전동화 부문은 적자였다(증권사 추정치이며 공시 원문으로 대조하지 못했다).
부품사 장부에서 매출이 사라지는 방식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매출은 2024년에 전년 대비 크게 줄었는데, 그 원인은 수요 감소만이 아니다. 회사는 2023년 3분기부터 배터리셀 조달을 직매입에서 완성차(현대차·기아) 사급 방식으로 전환했다. 셀을 부품사가 사서 팩에 넣어 팔면 셀 값이 부품사 매출로 잡히지만, 완성차가 셀을 직접 사서 넘겨주면 그 금액이 부품사 장부에서 빠진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이 회계처리 변경만으로 2,700억 원, 물량 감소로 5,900억 원, 셀 가격 하락으로 4,600억 원의 매출 감소가 각각 발생했다. 수직계열화가 부품사 매출 기회를 직접 줄인 정량 사례다.
다만 이 수치는 증권사 추정 분해값이며, 회사가 공식 공시로 항목별 금액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현대모비스 전동화 매출이 반토막났다”는 서술을 그대로 쓰면 회계 기준 변경분과 실물 감소분이 뒤섞여 오독을 유발한다.
셀 메이커는 최대 부품 공급자가 되었나
부가가치가 셀로 옮겨갔다면, 셀 메이커가 최대 부품사가 되었을 법하다. 그런데 2025년 기준으로 이 명제는 아직 절반만 참이다.
CATL의 2025년 매출은 4,237억 위안(+17%), 순이익 722억 위안(+42%), 배터리 판매 661GWh였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39.2%로 9년 연속 1위이고, 에너지저장 부문도 30.4%로 5년 연속 1위다. 순이익률은 17.0%로 부품사 평균 EBIT 마진 4.7%의 세 배가 넘는다.
보쉬의 모빌리티 부문 매출은 같은 해 560억 유로다. 위안화를 유로로 참고 환산하면 CATL 전사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자동차용 배터리만 떼어내면(3,165억 위안) 덴소나 현대모비스급이고 보쉬 모빌리티에는 미치지 못한다. 즉 CATL은 에너지저장까지 포함한 전사 기준으로는 보쉬 모빌리티를 사실상 따라잡았지만, 자동차 부품 공급자로만 보면 아직 1위가 아니다.
다만 순위표는 이미 바뀌고 있다. 베릴스(Berylls)의 글로벌 100대 부품사 집계에서 2024 회계연도 기준 CATL은 3위(389.87억 유로)로, 보쉬(558.45억)와 덴소(428.02억) 다음이다. 현대모비스는 4위(378.93억 유로)다. LG에너지솔루션 37위, 파나소닉 71위, SK온 77위, 삼성SDI 100위로 배터리 5개사가 모두 100위 안에 들었다. 베릴스는 2025 회계연도 기준으로 중국 부품사가 15곳으로 늘어 처음으로 미국계 기업 수를 추월했다고 밝혔다.
순위표를 읽을 때 확인할 것
부품사 순위는 발행처마다 정의가 다르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의 집계는 “완성차사向 OE 부품 매출”만 세기 때문에, CATL의 352.49억 달러는 회사 총매출의 약 70% 수준이다. 에너지저장 매출이 빠진 값이다. 같은 CATL이 오토모티브뉴스 2025년판에서는 5위, 베릴스 집계에서는 3위로 나타난다.
따라서 “CATL이 몇 위”라는 문장은 발행처·기준연도·집계 정의를 함께 적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한국 기업의 순위를 비교할 때도 마찬가지다.
수익성으로 넘어가면 그림이 더 복잡해진다. 파나소닉 에너지는 2025년 3월 종료 회계연도에 조정영업이익률 14.0%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매출 23.7조 원에 영업이익률 5.7%를 기록했다(북미 생산세액공제 포함). 반면 삼성SDI는 같은 해 매출 13.27조 원에 영업손실 1.72조 원을 냈다. 같은 셀 메이커 안에서도 편차가 극단적이다. “배터리로 가면 된다”는 처방이 얼마나 거친 것인지 보여주는 숫자다.
부가가치는 국경도 넘었다
여기까지가 산업 내부의 이동이라면, 그다음은 지리적 이동이다. 이 부분이 유럽과 한국의 정책 논의에서 실제로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IEA는 EU에서 엔진과 그 부품은 90% 이상이 역내에서 생산되는 반면, 배터리와 전기차 부품은 40% 남짓만 역내 생산된다고 분석한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의 부가가치 차이가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자국에 셀 공급망이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이를 차량 단위로 계산했다. 유럽에서 내연기관차는 권장소비자가의 85~90%가 유럽 역내 총부가가치로 남는다. 유럽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70~75%, 비유럽 브랜드가 유럽에서 만든 전기차는 50~60%, 그리고 수입 전기차는 약 20%다. 같은 차 한 대가 팔려도 그 돈이 역내에 남는 비율이 네 배 이상 차이 난다.
고용 연구들의 결론이 갈리는 지점도 여기다. PwC 스트레티지앤이 유럽부품공업협회(CLEPA)를 위해 수행한 연구는 전기차 전용 시나리오에서 2040년까지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일자리 50만 1,000개가 사라지고 22만 6,000개가 새로 생겨 순 27만 5,000개가 감소한다고 봤다. 반면 BCG와 아고라 페어케어스벤데의 연구는 8개 모빌리티 산업을 합치면 독일 고용이 2020년 169만 명에서 2030년 171만 5,000명으로 오히려 2만 5,000명 늘어난다고 본다. 단 파워트레인 의존 부품사만 보면 39% 감소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연구는 이 갈림의 이유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2030년 배터리 전기차 비중 50%를 가정할 때, 정책이 없으면 약 7만 5,000개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전기차 부품 국내 조달률을 내연기관 수준(약 75%)으로 올리면 부품 부문 손실이 2,515개로 줄어든다. 현재 미국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국내 조달률은 약 45%다. 같은 전환 속도에서 같은 모델을 돌려도, 조달률 가정 하나로 결론이 뒤집힌다.
다만 이 논의가 낙관적으로만 흐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유럽부품공업협회 자체 집계로 2019년 이후 부품사 감원 발표는 14만 5,000명, 신규 일자리 발표는 5만 1,000명이었고, 전기차 부품 투자 발표액은 2022년 181.5억 유로에서 2024년 56.4억 유로로 69% 줄었다. 미국에서는 2025년 한 해에 청정에너지·전기차 프로젝트 취소가 348억 달러로 신규 발표(123억 달러)의 세 배에 달했다. 유럽 최대 배터리 기대주였던 노스볼트는 2025년 3월 파산했다. 발표된 일자리와 실현된 일자리는 다르다.
한국 — 완성차는 사상 최대, 부품은 4년째 감소
한국의 숫자는 이 글의 논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산업 안에서 완성차와 부품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5년 자동차 수출액은 720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친환경차가 258억 달러, 그중 하이브리드가 148억 달러로 전년 대비 30.0%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자동차부품 수출은 2022년 233억 1,567만 달러, 2023년 229억 5,416만 달러, 2024년 225억 3,339만 달러를 거쳐 2025년 212억 48만 달러로 내려왔다. 4년 연속 감소이고 누적으로 9.1% 줄었다.

업체 수도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조합원사 기준 완성차 직납 1차 협력사는 2020년 824개사에서 2024년 685개사로 139개사(16.9%) 감소했다. 조합원사 총매출은 2024년 158조 3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 줄었고, 완성차 납품액 기준 업체당 평균은 1,108.5억 원에서 1,046.1억 원으로 내려왔다. 부품업체 납품액이 완성차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8.4%에서 43.4%로 5%포인트 낮아졌다.
수익성 격차는 더 뚜렷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국내 주요 부품기업 213곳을 분석한 결과 2024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62%였다. 중소기업만 보면 2.22%다. 같은 조사에서 글로벌 경쟁 부품사 103곳의 평균은 7.5%였다. 연구개발비 비율도 국내 3.92% 대 글로벌 4.7%로 벌어져 있다.
“국내 부품사 몇 개”라는 문장의 분모
이 주제를 다룰 때 가장 흔한 오류가 서로 다른 모집단을 시계열로 잇는 것이다. 국내 부품업체 수는 최소 네 가지 분모가 병존한다.
국가데이터처의 광업·제조업조사 기준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 사업체는 4,899개(2024년 잠정, 종사자 10인 이상)이고 종사자는 34만 3,000명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조합원사는 685개사로 그 14.0%에 불과하다. 현대차·기아의 1차 중소·중견 협력사는 237개사이고, 회사는 2·3차 협력사를 약 5,000개사 이상으로 추정한다. 산업통상부 실태조사의 모집단은 약 2만 1,000곳이다.
또 한 가지.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는 2025년분부터 국가승인통계로 전환되면서, 보고서 자체가 “과거 동일한 명칭의 비국가통계와는 기준이 상이하므로 이전 조사 결과와 상호 비교하여서는 안 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발간기관이 스스로 금지한 비교를 인용문에서 되살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환 실태 조사도 냉정하다. 산업통상부가 2026년 5월 발표한 조사에서 총 사업체 약 2만 1,000곳 가운데 내연차 전용 부품을 만드는 곳이 4,142곳(19.7%), 미래차 전용 부품을 만드는 곳이 578곳(2.7%), 사업전환·다각화를 추진하거나 계획 중인 곳이 1,286곳(6.1%)이었다. 전환을 이미 마친 기업보다 내연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업이 일곱 배 이상 많다.
그 사이 개별 기업의 성적표는 갈렸다. 한온시스템은 열관리 전문사로서 2025년 매출 10조 8,837억 원(+8.9%), 영업이익 2,718억 원으로 전년(955억 원)의 2.8배를 기록했고 전동화 매출 비중이 28%에 이르렀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2.50%로 여전히 낮다. HL만도는 2025년 매출 9조 4,548억 원(+6.9%)에 영업이익 3,571억 원(−0.5%)으로 매출은 늘고 이익은 제자리였다. 현대위아는 공작기계를 정리하고 열관리로 방향을 틀어 2025년 기아 PV5에 열관리 통합 시스템을 공급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비상장 부품사의 사정은 더 확인하기 어렵다. 와이어링 하네스 업체 유라코퍼레이션은 감사보고서 기준 2025년 매출 2조 5,781억 원에 영업이익 512억 원(영업이익률 1.98%)이었으나 당기순손실 109억 원을 냈다. 지주회사인 ㈜유라는 전동화 매출 비중을 묻는 질의에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전환의 실태를 외부에서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법은 무엇을 준비했나
제도 쪽은 어떤가. 한국은 이 문제를 다루는 별도 법률을 이미 갖고 있다.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미래차부품법)은 2024년 1월 9일 법률 제19954호로 공포되어 2024년 7월 10일 시행됐다. 현행본은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개정으로 2026년 7월 1일 시행 중이며 총 34개 조문으로 구성된다. 시행령은 2026년 3월 3일, 시행규칙은 2025년 10월 1일 시행됐다(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대조).
법 제1조는 목적을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유연한 전환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자동차 부품의 국내 공급망을 안정화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정한다. 앞서 본 유럽·미국의 논쟁을 감안하면 “국내 공급망 안정화”라는 문구는 우연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조문은 제28조다. 미래차 부품산업으로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사업전환 요건과 사업재편 적용범위를 달리 정할 수 있게 하고, 시행령 제24조는 이들을 「기업활력법」 제4조제1항제2호의 ‘미래 사업재편’ 판정을 받은 기업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판정 절차를 건너뛰게 하는 간주 규정이다. 법 제26조제3항과 시행령 제24조제3항은 특화단지 입주기관의 사업재편계획 신청을 다른 신청보다 우선 처리할 수 있게 한다.
전문기업 지정 요건은 시행령 제12조에 있다. 총매출 중 미래차 부품 매출 비중이 100분의 50 이상이거나, 총매출 대비 미래차 기술 연구개발비 비율이 100분의 3 이상이어야 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되고, 지정 유효기간은 5년이다.
확인하지 못한 것 — 제도의 실적
법과 시행령의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으로 확인했지만, 이 법에 근거한 “미래차 부품 전문기업”의 실제 지정 실적은 확인하지 못했다. 지정 요건을 정한 시행령이 2026년 3월 3일 시행되어 아직 6개월 남짓 지났고, 산업통상부 보도자료에서 1호 지정 사례를 찾지 못했다. 정부는 2025년 11월 “2030년까지 미래차 전문기업 200개 지정, 내연차 부품기업 70%를 미래차 부품기업으로 전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미래차부품법 제20조에 따른 신규 특화단지 지정 사례도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된 것은 법 제정 이전인 2023년 7월 21일 지정된 소부장 특화단지(광주·대구)다.
기업활력법 사업재편 승인 가운데 자동차부품 업종이 몇 건인지도 누적 통계를 1차 출처로 확보하지 못했다. 회차별로는 2026년 7월 30일 제53차 심의위원회에서 승인된 4개사 중 삼성정밀 1개사가 브레이크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용 드럼브레이크에 진출하는 사례로 확인된다.
한 가지 짚어둘 것이 있다. 기업활력법 제4조제2항은 부실징후기업, 회생절차 신청 기업, 파산신청 기업을 원칙적으로 적용에서 제외한다. 즉 이 제도는 아직 버틸 힘이 있는 기업이 미리 방향을 트는 것을 돕는 장치이지, 이미 무너진 기업을 되살리는 장치가 아니다. 전환 지원을 검토하는 부품사라면 재무가 나빠지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금융 쪽 규모는 작지 않다.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부는 2026년 5월 14일 2026년 자동차산업 정책금융 18조 원(부품업계 체질 개선 9조 7,000억 원 + 미래차·자율주행 육성 8조 3,000억 원)을 발표하고,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모빌리티 분야에 향후 5년간 15조 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같은 날 미래차부품법 제14조에 대응하는 「미래차 부품산업 협의체」가 18개 기관 참여로 출범했다. 2026년 8월에는 신용보증기금이 현대차그룹 및 8개 은행의 출연금 200억 원을 재원으로 2·3차 협력사 대상 3,000억 원 규모 프로젝트 보증을 시작했다. 출연금 대비 보증배수 15배다.
엔진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전환이 어렵다”였다면, 이 장은 “전환이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부품사에 위안이자 함정이다.
2025년 도요타는 하이브리드를 440만 대 판매했다. 총 판매 1,130만 대의 39%다. 미국에서만 118만 대 이상이 팔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집계로 2025년 1분기 미국 경량차 판매의 약 22%가 하이브리드·순수전기·플러그인하이브리드였는데(2024년 1분기 18%), 이 증가분은 거의 전적으로 하이브리드에서 나왔고 순수전기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보합이었다.
딜로이트가 27개국 2만 8,000명을 조사한 2026년 소비자 조사에서 미국 응답자의 구매 의향은 내연기관 61%, 하이브리드·플러그인 26%, 순수전기 7%였다. 일본에서는 하이브리드 의향이 43%였다.
하이브리드가 늘어난다는 것은 부품사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이브리드는 엔진 부품과 전동화 부품을 모두 쓴다. 엔진, 변속기, 연료계가 그대로 있고 거기에 모터, 인버터, 배터리, 열관리가 더해진다. 부품 수로만 보면 순수 내연기관차보다 많다. 한국의 하이브리드 수출액이 2025년 148억 달러로 30% 늘었다는 사실은 부품 수요 측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이미 도로 위에 있는 차들이 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 집계로 미국 차량의 평균 사용연수는 12.8년이고 운행 대수는 2억 8,900만 대, 연간 폐차율은 4.5%다. 배터리 전기차의 평균 연식은 3.7년에 불과하다. 한국도 2024년 말 기준 누적 등록 2,629만 8,000대 가운데 휘발유 1,242만 대, 경유 910만 대이고 하이브리드 202만 4,000대에 전기차는 68만 4,000대다. 하이브리드가 전기차의 약 3배이며, 친환경차 3종을 다 합쳐도 전체의 10.4%다.
이 차들은 앞으로 10년 이상 정비와 부품 교체를 필요로 한다. 글로벌 자동차 애프터마켓은 2024년 4,305억 달러에서 2032년 5,657억 달러로 연평균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하고, 무엇보다 마진이 높다. 현대모비스의 A/S부품 부문이 2025년 13조 3,180억 원으로 10.2% 성장한 것, 피니아가 애프터마켓 매출 13.06억 달러로 전사의 37.5%를 담당하며 13.7% 마진을 낸 것이 그 증거다.
다만 이 사실을 전략으로 바꿀 때는 조심해야 한다. 롱테일은 길지만 끝이 있다. UBS는 2017년 볼트 분해 보고서에서 100% 전기차 세계의 종국에는 수익성 높은 보수부품 사업이 60% 축소될 것으로 봤다. “마지막 공급자”가 되어 남은 시장을 독식하는 전략은 경쟁자가 먼저 나가야 성립하고, 그 시점을 잘못 읽으면 남는 것이 아니라 갇히는 것이 된다.
시장 전망치는 왜 이렇게 다른가
전환을 준비하는 부품사가 가장 먼저 보는 자료가 시장 전망 보고서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신규 시장 전망치들은 기관 간 편차가 너무 커서, 단일 수치를 근거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편차 자체를 보여주는 편이 정직하다고 판단해 그대로 싣는다.
| 시장 | 기관 · 값 | 정의 차이 |
|---|---|---|
| EV 열관리 | MarketsandMarkets : 37.5억 달러(2024) → 85.5억 달러(2030), 연 14.7% | 배터리 열관리(BTMS)만 |
| Market Research Future : 34.6억 달러(2024) → 155.2억 달러(2035), 연 14.6% | EV 열관리 시스템(HVAC 포함) | |
| Fortune Business Insights : 223.4억 달러(2025) → 841.1억 달러(2034), 연 15.3% | 통합 EV 열관리 전체(부품 포함) | |
| e-액슬 · 구동모터 | Grand View Research : 148.2억 달러(2023) → 1,391.5억 달러(2030), 연 37.7% | 모터+전력전자+변속기 |
| The Business Research Company : 478.3억 달러(2025) → 975.6억 달러(2030), 연 15.3% | 위 항목 + BMS 포함 | |
| 자동차 하네스 | MarketsandMarkets : 429.5억 달러(2026) → 492.9억 달러(2033), 연 2.0% | 내연기관+전기차 전체. 단 400V 초과 구간만 연 11.0% |
| Stratview Research : 2030년 621억 달러 | 전기차 하네스만 | |
| BMS | MarketsandMarkets : 65.3억 달러(2025) → 156.5억 달러(2030), 연 19.1% | 하이브리드·납축·니켈 포함 |
| BCC Research : 56억 달러(2024) → 139억 달러(2030), 연 16.8% | 순수전기·플러그인·수소만, 내연기관 제외 |
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두 쌍
하네스 — Stratview는 전기차 하네스만으로 2030년 621억 달러를 제시한다. 그런데 MarketsandMarkets는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합친 전체 하네스 시장을 2026년 429.5억 달러, 2033년 492.9억 달러로 보며, 2030년으로 보간하면 약 465억 달러다. 부분집합이 전체집합보다 크다. 두 값은 동시에 참일 수 없다. 최소한 한쪽의 정의가 다르거나 한쪽이 과대하다.
열관리 — Fortune Business Insights는 중국 단일 국가 시장을 2026년 131.3억 달러로 제시한다. 이는 Market Research Future의 2024년 전 세계 시장(34.6억 달러)의 약 3.8배이고, MRFR의 2035년 전 세계 전망치(155.2억 달러)에도 근접한다. 범위 차이(배터리 열관리 단독 대 통합 열관리 전체)로 일부는 설명되지만, MRFR 역시 스스로를 “HVAC를 포함한 EV 열관리 시스템”으로 정의하므로 6.5배 차이를 범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반면 SiC 전력반도체는 두 기관의 2030년 값이 120.3억 달러 대 103.9억 달러로 16% 차이에 그쳐 다섯 시장 중 편차가 가장 작았다. 이 분야만큼은 시장 규모에 대한 합의가 있는 셈이다.
e-액슬은 두 기관이 출발점도 도착점도 반대로 어긋난다. Grand View Research는 낮게 시작해 높게 끝나고(연 37.7%), The Business Research Company는 높게 시작해 낮게 끝난다(연 15.3%). 후자는 BMS를 e-액슬 시장에 포함시켜 BMS 시장과 이중계상 소지가 있다.
여기서 하나 눈여겨볼 숫자가 있다. MarketsandMarkets 기준으로 전체 하네스 시장은 연 2.0%로 사실상 정체인데 400V 초과 구간만 연 11.0%로 성장한다는 대목이다. 이것이 이 글이 말하려는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파이는 커지지 않는데 그 안에서 자리만 바뀐다. 400V 이하를 만들던 회사가 400V 이상으로 옮겨가지 못하면, 시장이 성장해도 그 회사의 매출은 줄어든다.
한눈에 보기
| 질문 | 통설 | 확인된 사실 |
|---|---|---|
| 전기차 부품은 얼마나 적은가 | 3만 개 → 2만 개 | 원출처 확인 실패. “3만”은 나사 포함 전체 기준이며 차급·연식에 따라 1만~3만 5,000개로 변동 |
| 부품이 적으면 노동도 적은가 | 적다 | 파워트레인 기준 오히려 많다(4~11 대 15~24 인시). 단 셀을 국내에서 만드는 경우에 한함 |
| 파워트레인 원가 비중 | 줄어든다 | 32.5% → 49.5%로 증가(ICCT, 미국) |
| 부품사가 가져가는 몫 | — | 차량 가치의 50~55% → 35~40%로 감소(PwC) |
| 배터리 팩에서 기계 조립의 몫 | — | 팩 통합 4.5%. 셀 소재가 62.2%(아르곤국립연구소) |
| 2025년 적자를 낸 사업부 | 엔진 | 전동화. 보그워너 −3.5%·−6.6%, ZF 전동화 손실 16억 유로 |
| 엔진 전문사의 수익성 | 낮다 | 피니아 조정 EBITDA 13.7%(업계 평균 4.7%) |
| 한국 부품 수출 | — | 4년 연속 감소(233억 → 212억 달러). 같은 기간 완성차 수출은 역대 최대 |
| 국내 부품사 수익성 | — | 평균 3.62%, 중소 2.22% 대 글로벌 7.5% |
| 국내 전환 실태 | — | 내연차 전용 4,142곳(19.7%) 대 미래차 전용 578곳(2.7%) |
인사이트 — 부품사가 실제로 마주한 질문
첫째,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부품사에 던져진 질문은 “언제 전동화로 갈 것인가”였다. 그러나 2025년의 숫자가 말하는 질문은 다르다. “전동화로 가서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가”다. ZF는 전동화 프로젝트를 조기 종료하며 16억 유로를 털었고, 보그워너는 전동화 부문에서 적자를 내면서 내연기관 기반 제품 82%로 회사를 지탱하고 있다. 전환의 방향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전환 자체가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 값을 매기는 자리에 있느냐가 갈림길이다. 배터리 팩 원가의 62.2%가 셀 소재이고 팩 통합은 4.5%다. 기계 조립 역량만으로 배터리 사업에 진입하면 4.5% 구간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반대로 전력반도체는 차량당 부품 명세 금액을 늘리는 순증 항목이고, 인피니언의 자동차 부문 이익률은 16%다. 같은 “전동화 부품”이라도 어느 층위에 있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서너 배 갈린다.
셋째, 통합은 공급 기회의 개수를 줄인다. e-액슬이 3-in-1에서 7-in-1, 8-in-1로 가면 모터·인버터·감속기·컨버터를 각각 팔던 네 회사의 자리가 한 회사로 합쳐진다. 화웨이의 7-in-1은 커넥터 3개와 하네스 5m를 없앴는데, 그 커넥터와 하네스를 납품하던 회사에는 그만큼 매출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통합 모듈을 만드는 쪽에 설 것인가,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 것인가가 전략의 첫 갈림길이다.
넷째, 셀을 어디서 만드느냐가 고용을 결정한다. 카네기멜런대와 프라운호퍼 IAO의 결론이 갈리는 이유는 방법론이 아니라 셀 제조를 계산에 넣느냐 마느냐였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모델에서는 국내 조달률 가정 하나로 결론이 −7만 5,000개에서 +15만 개로 뒤집혔다. 미래차부품법 제1조가 “국내 공급망 안정화”를 목적으로 명시한 것은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전기차를 몇 대 만드느냐가 아니라 그 안의 무엇을 국내에서 만드느냐가 고용의 실제 변수다.
다섯째, 롱테일은 기회이지만 출구 계획이 함께 있어야 한다. 한국에 등록된 하이브리드는 202만 대로 전기차의 세 배이고, 미국 차량의 평균 사용연수는 12.8년이다. 엔진 부품 수요는 앞으로 10년 이상 남는다. 피니아는 그 시장에서 13.7% 마진을 낸다. 그러나 UBS는 종국에 보수부품 시장이 60% 축소될 것으로 봤다. “마지막 공급자” 전략은 언제까지 남을 것인지, 그 사이 무엇을 축적할 것인지를 함께 정해야 성립한다.
여섯째, 제도는 무너지기 전에 써야 한다. 기업활력법은 회생·파산 신청 기업과 부실징후기업을 적용에서 제외한다. 미래차부품법은 그 판정을 간주로 건너뛰게 해주지만, 대상은 여전히 아직 버틸 힘이 있는 기업이다. 국내 중소 부품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2.22%라는 사실을 함께 놓고 보면, 제도를 쓸 수 있는 시간 자체가 길지 않다.
결론 — 엔진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섰나
이 글을 시작한 질문으로 돌아가자. 엔진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섰는가.
물리적으로는 배터리와 모터, 인버터와 열관리, 고전압 배선과 전력반도체가 들어섰다. 금액으로 보면 그 자리는 오히려 더 커졌다.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이 차량 원가의 3분의 1이었다면 전기 파워트레인은 절반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바뀌었다. 새로 커진 파이의 대부분은 화학과 소재가 가져간다. 배터리 팩 원가의 62.2%가 셀 소재비이고 그 안에서 양극재만 절반이 넘는다. 기계를 깎고 조립하던 회사에 남은 몫은 4.5%다. 부품사가 차량 가치에서 확보하는 비중은 50~55%에서 35~40%로 내려간다. 거래 네트워크 실증 연구는 2018년 이후 연간 30% 이상의 공급업체가 이탈했고 활성 공급업체의 절반 이상이 신규 진입자라고 보고한다.
그래서 2025년에 벌어진 일은 “엔진 회사가 망하고 전동화 회사가 흥한 것”이 아니었다. 전동화에 먼저 크게 투자한 회사들이 손실을 냈고, 엔진 부품만 남긴 회사가 흑자를 냈다. ZF는 전동화 사업부에서 7,600명을 줄였고 피니아는 13.7% 마진을 냈으며, 덴소는 스파크플러그를 팔았고 니테라는 그것을 샀다. 이 대비를 “전환이 틀렸다”로 읽으면 곤란하다. 방향은 맞지만 그 길에서 돈을 버는 자리는 따로 있다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
한국의 숫자는 이 문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완성차 수출은 720억 달러로 역대 최대인데 부품 수출은 4년 연속 줄어 212억 달러가 됐다. 1차 협력사는 4년 만에 139곳이 사라졌다. 2만 1,000곳 가운데 내연차 전용 부품을 만드는 곳이 4,142곳이고 미래차 전용은 578곳이다. 완성차가 잘 팔릴수록 부품사가 함께 잘되던 구조가 더 이상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다만 이 글이 확인한 것 중에는 공백도 많다. 가장 널리 쓰이는 부품 수 비교의 원출처를 찾지 못했고, 미래차부품법에 근거한 전문기업 지정 실적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국내 대형 비상장 부품사는 전동화 매출 비중을 영업비밀로 두고 있다. 시장 전망치는 부분집합이 전체집합보다 큰 값이 유통될 만큼 편차가 크다. 산업 전체가 자기 좌표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태에서 가장 큰 전환을 지나고 있다.
그러니 지금 부품사가 답해야 할 질문은 “언제 갈 것인가”가 아니다. 어느 층위에서, 무엇으로 값을 매기는 자리에 설 것인가이다. 그 답을 아직 버틸 힘이 있을 때 정해야 한다는 것이, 2025년의 숫자들이 남긴 가장 실용적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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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노트 : 이 글은 250건 이상의 국내외 자료를 교차 검증해 작성했습니다. 기업 수치는 각사 보도자료·연차보고서·공시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제출자료로 대조했고, 국내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으로 조문 번호와 시행일을 확인했습니다. 학술 근거는 피어리뷰 논문을 포함하며, 원출처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기관 간 값이 어긋나는 항목은 그 사실을 본문에 그대로 밝혔습니다. 모든 근거는 본문 하이퍼링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