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령에서 전기차가 내뿜는 온실가스는 0이다. 자동차 제작사의 평균 배출량을 셈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고시는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0g/km로 한다고 적는다. 같은 정부가 공표한 전력배출계수로 계산하면 숫자가 달라진다. 21편에서 쓴 가정(전비 0.17kWh/km)에 2023년 계수 0.4173을 곱하면 1km에 약 71g이다. 그리고 현대차가 2022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밝힌 아이오닉 5의 전과정 배출은 km당 169.6g이었다. 전기 승용차를 두고 0, 71, 170이라는 세 숫자가 있다. 셋 다 틀린 숫자가 아니다. 서로 다른 연구·차종·연도의 예시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셌느냐도 다르다. 같은 차의 계산 범위를 차례로 넓힌 결과는 아니다.
나라 밖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2019년 독일 ifo 연구소는 독일 전력으로 달리는 테슬라 모델 3가 디젤 승용차보다 이산화탄소를 10분의 1에서 4분의 1 남짓 더 낸다고 계산했다. 2025년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유럽연합(EU)에서 팔린 중형 전기차의 전과정 배출이 휘발유차보다 73% 낮다고 발표했다. 볼보는 자사 전기차 C40의 생산 단계 배출이 같은 급 내연 모델보다 거의 70% 많다고 스스로 공시했다. 어느 쪽을 인용하느냐에 따라 전기차는 깨끗한 차도 되고 더러운 차도 된다.
21편 「EV 보조금의 경제학」은 보조금으로 줄인 탄소 1톤의 값을 따졌고, 그 계산의 분모인 감축량 자체가 흔들린다는 말로 끝났다. 이번 글은 그 분모를 다룬다. 전기차 한 대가 광산에서 폐차장까지 내는 온실가스를 생산·운행·폐기 세 단계로 나눠 세고, 계산을 가르는 가정이 무엇인지, 반론 가운데 무엇이 반박됐고 무엇이 지금도 유효한지, 그리고 한국의 계산서에는 어떤 숫자가 비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핵심 요약
- 방향은 같고 크기는 지역마다 다르다. ICCT의 2021년 분석에서 중형 전기차의 전과정 배출은 휘발유차보다 유럽 66~69%, 미국 60~68%, 중국 37~45%, 인도 19~34% 낮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결론에는 “저배출 전력으로 구동할 때”라는 조건절이 붙어 있다.
- 생산 단계에서는 전기차가 더 많이 낸다. EU 평균으로 약 40% 많고, 볼보·폴스타·폭스바겐이 공시한 세 모델 비교에서는 대당 5.6~10.7톤이 더 들었다. 배터리 1kWh를 만드는 배출을 2017년 연구는 150~200kg, 2024년 연구는 셀 기준 중앙값 62~74kg으로 제시했다. 세는 범위와 자료가 달라 같은 대상의 연도별 실측 추이는 아니며, 흑연·니켈 자료를 최신 실측으로 바꾸면 다시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 손익분기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생산 단계의 초과분을 운행으로 갚는 거리는 ICCT(EU) 약 1만 7,000km, 블룸버그NEF(미국) 4만 1,000km·(중국) 11만 8,000km, 볼보의 2020년 공시(세계 평균 전력) 14만 6,000km까지 퍼져 있다. 차이는 전력, 배터리 크기, 비교한 내연차, 연비를 시험값으로 보느냐 실주행으로 보느냐에서 나온다.
- 한국의 계산서는 경계에 따라 0g에서 170g까지다. 규제 회계 0g, 운행 전력만 약 71g, 연료 전과정 107.9~109g(2016~2017년 전원 구성, 두 연구의 범위는 같지 않다), 기업이 공시한 차량 전과정 166.6~169.6g이다. 2023년 전원 구성으로 코나를 분석한 국내 논문은 전기차 136g, 내연차 231g으로 계산했다. 한국 전력 구성으로 손익분기 주행거리를 계산한 공개 자료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 반박된 반론과 남은 반론을 구분해야 한다. “디젤보다 더 낸다”는 2019년 수치와 “타이어 분진 1,850배”는 뒤이은 검증에서 반박됐고, “타던 차를 계속 타는 편이 낫다”는 주장도 미국 조건의 모형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성립하지 않았다. 대형화, 석탄 비중이 높은 전력, 평균 배출과 한계 배출 가운데 무엇을 쓸 것인가, 실제 주행거리는 지금도 유효하거나 합의되지 않은 쟁점이다.
- 규제는 아직 배기관을 센다. EU의 전과정 산정 방법론은 법정 시한(2025년 12월 31일)이 지나도록 채택이 확인되지 않고, 한국은 전기차 0g/km를 유지한 채 제작사의 재생에너지 사용분을 일부 차감하는 방식을 2026년 7월 행정예고했고, 10월 7일에는 전과정평가 방법 고시 제정안을 예고했다.
세 개의 경계 — 무엇을 세느냐가 숫자를 정한다
자동차의 온실가스를 세는 방법은 크게 셋이다. 첫째는 배기관에서 나오는 것만 세는 방식(tank-to-wheel)이다. 한국의 고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위 주행거리당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로 정의하므로 배기관이 없는 전기차는 0이 된다. 둘째는 연료나 전기를 만들고 나르는 과정까지 더하는 방식(well-to-wheel, 유정에서 바퀴까지)이다. 셋째는 차량과 배터리의 생산, 폐기까지 넣는 방식(cradle-to-grave, 요람에서 무덤까지)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과정 배출을 차량 생산 배출에 유정에서 바퀴까지의 배출을 더한 것으로 정의하고, 미국 에너지부는 원료 채굴부터 폐차까지를 모두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숫자를 경계별로 늘어놓으면 차이가 드러난다. 서울대 송한호 교수 연구팀이 2020년 Applied Energy에 낸 논문은 2017년 국내 평균의 연료 전과정 배출을 휘발유차 225g, 하이브리드 159g, 전기차 109g(gCO2eq/km)으로 계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8년 이슈페이퍼는 2016년 전원 구성으로 전기차가 휘발유차의 약 절반(53%)이라고 봤고, 그 절대값은 휘발유차 202.361g, 전기차 107.877g으로 보도됐다. 두 연구 모두 차량과 배터리를 만드는 배출은 뺀 값이다. 생산과 폐기까지 넣은 값은 기업 공시에 있다. 현대차·기아의 2022년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아이오닉 5는 169.6g, EV6는 166.6g, 투싼 하이브리드는 241.6g, 투싼 가솔린은 311.1g이었다. 다만 이 수치의 총 주행거리 가정과 적용한 전력 구성은 보도에 나와 있지 않고, 아이오닉 5와 투싼은 차급이 다르다.
| 세는 범위 | 전기차 | 휘발유차 | 기준·한계 |
|---|---|---|---|
| 배기관만(규제 회계) | 0g | 약 177g | 전기차는 고시 제9조, 휘발유차는 21편 가정(13km/L, 리터당 2.3kg)의 계산값 |
| 운행 전력만 | 약 71g | — | 0.17kWh/km × 0.4173(2023년, 소비단). 충전 손실·연료 채굴 제외, 계산값 |
| 연료 전과정(차량 생산 제외) | 107.9~109g | 202.4~225g | 2016~2017년 전원 구성. 전기차는 휘발유차의 48~53%. 두 연구의 범위가 같지 않다(107.9g·202.4g은 연료 전과정 가운데 국내 과정만 센 값) |
| 차량 전과정(생산·폐기 포함) | 166.6~169.6g | 311.1g(투싼) | 현대차·기아 2022년 보고서(보도 인용). 차급이 다르고 주행거리·전력 가정 미확인 |
표에서 눈여겨볼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표에 든 값에서는 어느 경계로 세어도 전기차가 휘발유차보다 낮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폭이 “0 대 177″에서 “170 대 311″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세는 범위를 넓히면 배기관 대신 발전소와 공장에서 나오는 전기차의 배출이 계산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다만 줄마다 연구와 차종, 기준 연도가 달라서 같은 차의 경계를 차례로 넓힌 비교는 아니다. 국가 통계도 같은 구조다. 국가 온실가스 통계의 수송 부문에는 차에서 연료를 태운 배출만 잡히고, 충전 전력의 배출은 전력 부문에 잡힌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25년 잠정 통계에서 수송 부문 배출은 무공해차와 하이브리드 보급으로 경유 사용이 줄면서 2.9% 감소했다.
주류의 결론 — 방향은 같고 크기는 다르다
차량 전과정을 비교한 주요 기관의 결론은 한 방향이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는 저배출 전력으로 구동하는 전기차가 전과정 기준으로 육상 수송에서 가장 큰 탈탄소 잠재력을 가진다고 높은 신뢰도로 적었다. IEA는 2023년에 산 중형 전기차의 전과정 배출이 세계 평균으로 동급 내연차의 약 절반이고 하이브리드보다 40% 이상 낮다고 봤다(15년·약 20만km 가정). 케임브리지대 등이 참여한 2020년 Nature Sustainability 논문은 세계 59개 지역 가운데 53곳, 수송·난방 수요의 95%에서 전기차와 히트펌프가 화석연료 대안보다 덜 배출한다고 계산했다.
크기는 지역마다 다르다. ICCT의 2025년 EU 분석은 휘발유차 235, 하이브리드 188, 플러그인하이브리드 163, 전기차 63gCO2e/km로, 전기차가 휘발유차보다 73% 낮았다. 미국은 2024년식 세단이 66~70%, SUV가 71~74% 낮았다(평균 전력망 기준, 전력 가정에 따른 범위). IEA의 같은 분석에서 중국은 약 40%, 인도는 20% 낮은 데 그쳤고, 인도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차이가 10% 미만이었다. 수명 전체로 줄이는 양은 미국 50톤 가까이, 영국 20톤 미만, 중국 최대 10톤, 인도 10톤 미만이다. IEA는 나라마다 다른 연간 주행거리도 반영했으므로, 다섯 배가량의 차이에는 전력뿐 아니라 주행거리 차이가 함께 들어 있다.
예외도 문헌에 있다. 2022년 Renewable and Sustainable Energy Reviews에 실린 논문은 분석한 35개국 가운데 26개국에서만 당시의 전기차가 휘발유 하이브리드보다 전과정 배출이 낮다고 계산했고, 2021년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논문은 전력의 탄소집약도가 가장 높은 폴란드·세르비아·북마케도니아에서는 전기차의 이점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배출이 늘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 논문은 수명을 18만km로 잡았다. 반면 유럽 환경단체 T&E는 2022년 분석에서 배터리를 중국에서 만들고 폴란드에서 충전하는 조합에서도 휘발유차보다 37% 낮다고 계산했다. T&E는 전기차 전환을 옹호하는 단체다. 같은 나라를 두고 결론이 갈리는 까닭은 수명 가정과, 차를 타는 동안 전력이 깨끗해지는 것을 계산에 넣느냐에 있다.

생산 단계 — 탄소 부채는 몇 톤인가
전기차는 달리기 전에 이미 내연차보다 많이 배출한 상태로 출발한다. ICCT는 EU에서 전기차의 생산 단계 배출이 내연차보다 약 40% 많다고 봤고, 미국 SUV 기준으로는 전기차 12톤 남짓, 내연차 약 8톤이라고 설명했다. 팩트체크 매체 FactCheck.org가 인용한 MIT 연구자의 설명은 약 50% 많다는 것이다.
제조사가 직접 낸 보고서는 차이를 더 크게 적는다. 볼보의 2021년 C40 보고서는 소재·배터리·공장 단계 합계를 전기차 26.4톤, 내연 XC40 15.7톤으로 제시했다(차이 10.7톤). 폴스타 2의 2020년 보고서는 26.2톤 대 16.1톤이었다(두 보고서 모두 표의 단계별 값을 더한 계산값). 폭스바겐은 2019년 e-골프와 골프 디젤의 생산 단계를 km당 57g 대 29g으로 밝혔는데, 20만km로 환산하면 11.4톤 대 5.8톤이다(계산값). 세 회사 모두 수명을 20만km로 잡았다. 볼보와 폴스타는 재활용으로 얻는 원료 대체 효과를 계산에 넣지 않았고, 폭스바겐은 재활용 단계를 따로 평가했다. 볼보 보고서는 다른 제조사의 결과와 비교할 때 주의하라는 문장을 직접 넣었다.
최근 공시는 낮아지는 추세다. BMW는 2025년 신형 iX3의 공급망·생산 배출을 13.5톤으로 산정하면서 감축 조치를 적용하지 않았을 경우의 비교값을 20.7톤으로 제시했고(독일 인증기관 TÜV 라인란트 검증), 폴스타 4는 100kWh 배터리를 싣고도 출고 전 배출이 19.4~20.3톤이었다. 반대로 차가 커지면 숫자도 커진다. 리비안의 대형 전기 픽업 R1T(2세대, 대용량 배터리 사양)는 배터리 셀만 10.9톤, 수명 전체로는 55톤이다(15만 5,000마일 기준).
한국에는 차종별 공개 수치가 적다. 2017년 산업연관표로 계산한 2024년 논문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배출 가운데 94.7%가 공급망(Scope 3)에서 나오고, 총배출 가운데 1차 금속이 평균 40.9%, 전력이 32.5%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완성차 공장 굴뚝보다 철강과 전기가 계산서의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현대차는 전과정평가를 수행한 차종이 판매 차량의 62.2%(2024년)라고 밝혔지만, 차종별 결과가 모두 공개되는지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배터리 1kWh의 탄소 — 내려왔지만 한 방향은 아니다
생산 단계 초과분의 대부분은 배터리다. 그 크기를 둘러싼 숫자는 10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 스웨덴 환경연구소(IVL)는 2017년 배터리 1kWh당 150~200kgCO2e라는 범위를 냈다가 2019년 61~106kg으로 낮췄다. 상업 규모 공장의 실측 자료가 들어가고 무화석 전력으로 만드는 경우를 범위에 넣은 결과다. 2019년 ifo 연구가 쓴 값은 낮추기 전의 수치였다. 2024년 Nature Communications 논문은 광산별 자료로 분포를 계산해 중앙값을 니켈계(NMC811) 74kg, 리튬인산철(LFP) 62kg으로 제시했다(셀 기준, 5~95% 구간은 각각 59~115, 54~69). 60kWh 배터리라면 3.7~4.4톤, 100kWh면 6.2~7.4톤에 해당한다(셀 기준 중앙값을 곱한 계산값으로, 팩 전체는 이보다 크다).
이 논문의 핵심은 숫자보다 구성이다. 이 연구의 NMC811 중앙값 기준으로 발자국의 절반 이상이 양극재·음극재 같은 활물질에서 나오고 셀 공장의 전력은 약 15%에 그친다. 그래서 공장을 깨끗한 전력이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같은 NMC811 배터리를 폴란드 전력으로 만들면 67.41kg, 노르웨이 전력으로 만들면 58.68kg이라는 2026년 연구가 그 예다(팩 기준, 2024년 전력 구성). 차이는 15% 안팎이다. 반면 소재 조달까지 통째로 바꾸면, 다른 니켈계 배터리(NMC111)를 다룬 2019년 연구에서 유럽 중심 공급망 65kg, 중국 중심 공급망 100kg으로 벌어진다. 폴란드와 헝가리에는 한국 배터리 기업의 공장이 있다.
소재 단계의 편차는 더 크다. 니켈 1톤을 얻는 배출은 니켈 금속 14톤, 니켈선철(NPI) 69톤으로 다섯 배 차이가 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니켈 산업용 자가 석탄발전이 2025년 7월 기준 15.4GW 가동 중이다. 탄산리튬은 칠레 염호산이 톤당 2.7~3.1톤, 호주 광석을 중국에서 가공한 것이 20.4톤이다. 음극에 쓰는 합성흑연은 연구에 따라 1kg당 10.44kg, 25.1kg, 53kg으로 추정이 다섯 배까지 벌어진다. 세 값은 전력 가정과 배경 자료가 서로 다른 연구의 추정치이고, 10.44kg은 심사 전 공개본(프리프린트)의 값이다. 2026년 Journal of Energy Storage 논문은 흑연 자료를 최신 산업 실측으로 바꾸면 셀 발자국이 58kg에서 93kg으로 올라간다고 보고했다. 배터리 계수가 내려가기만 한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공급망의 지정학은 7편 「배터리 공급망의 지정학」에서 다뤘다.
화학계 차이도 있다. IEA는 팩 기준으로 LFP의 kWh당 배출이 고니켈 NMC보다 약 3분의 1 낮다고 봤고, 2023년 PNAS Nexus 논문은 니켈계 약 80kg, LFP 55kg으로 계산했다. 한국에서도 LFP 전기차가 늘고 있다. 2024년 LFP 배터리 전기차의 국내 판매는 3만 대를 넘었고, 2026년 8월에는 국내에서 팔린 국산 전기차 1만 5,794대 가운데 6,590대가 중국산 배터리를 실었다(수입 전기차는 이 집계에 없다). 다만 국내 배터리 3사가 제품 단위(kWh당) 탄소발자국을 공시한 자료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관점 ① ‘탄소중립 공장’은 무엇을 중립으로 만드는가
배터리 업계는 저탄소 생산을 내세워 왔다. 스웨덴 노스볼트는 2030년까지 셀 1kWh당 10kg이라는 목표를 걸었지만 2025년 3월 12일 스웨덴에서 파산을 신청했다. 10kg은 달성 실적이 아니라 목표였다. 중국 CATL은 2026년 8월 배터리 공장 20곳 전부가 탄소중립 인증을 받았다고 발표했는데, 업계 전문지는 이 발표가 인증기관과 상쇄에 쓴 크레딧의 양을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쟁점은 범위다. 공장이 쓰는 전기를 무탄소로 바꾸면 줄어드는 것은 셀 공장 단계의 일부인데, 한 연구에서 이 단계 전체의 크기는 독일 기준 1kWh당 10.33kg이다. 발자국의 절반을 넘는 소재 단계는 공장 인증에 들어 있지 않다. 공장의 탄소중립과 배터리의 탄소발자국은 다른 이야기다.

운행 단계 — 전기는 얼마나 깨끗한가
달리는 동안의 배출은 충전하는 전기가 정한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전력 1kWh의 배출은 458gCO2e로 10년 전보다 14% 낮아졌다. 그러나 나라별 격차는 20배를 넘는다. 엠버 자료를 정리한 국가별 통계에서 2025년 값은 노르웨이 28, 프랑스 41, EU 210, 미국 384, 한국 417, 일본 477, 중국 525, 폴란드 589, 인도 670g이다. 전비 0.2kWh/km인 전기차라면 운행 배출이 노르웨이에서 km당 6g, 인도에서 134g이 된다(계산값, 송배전 손실과 차량 생산 제외).
한국의 공식 숫자는 정의부터 확인해야 한다. 21편에서 쓴 0.4173은 2023년 한 해의 값이고, 전기를 쓰는 지점까지의 손실을 반영한 소비단 기준이며, 단위는 이산화탄소 환산톤(tCO2eq/MWh)이다. 같은 해 발전단 값은 0.3844로 약 8% 낮다. 전기차는 전기를 쓰는 쪽이므로 소비단이 맞다. 이 계수는 발전소에서 연료를 태울 때의 배출이어서 연료 채굴과 수송은 들어 있지 않다. 엠버의 한국 값 417g은 숫자가 비슷하지만 발전량 기준에 연료 상류와 설비 제조를 넣은 전과정 값이어서 정의가 다르다. 연료를 배로 들여오는 한국의 사정을 반영한 2018년 논문은 육지 전력의 전과정 배출을 kWh당 578g으로 계산한 바 있다(당시 전원 구성 기준).
추세는 내려가는 쪽이지만 직선은 아니다. 소비단 계수는 2018년 0.5404에서 2023년 0.4173으로 22.8% 낮아졌다(계산값). 2024년에는 석탄 발전이 9.6% 줄고 원자력이 최대 발전원이 됐다. 그런데 2025년 잠정 통계에서는 석탄 발전이 2.2% 늘고 원자력이 2.2% 줄어 전력 부문 배출이 0.2% 늘었다. 미국도 2025년 석탄 발전이 13% 늘었고, 그해 폐지된 석탄 설비는 2.6GW로 15년 만에 가장 적었다. 한국의 2024년 계수는 2026년 10월 초까지 공표된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와 별도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6년 9월 7일 전과정 전력배출계수(K-LCA 전력배출계수)를 공개했다. 2025년 발전실적을 반영한 값은 소비단 0.4759(발전단 0.4591)로, 연료의 채취·정제·수송과 발전설비, 송배전까지 포함한 전과정 계수다. 같은 전비(0.17kWh/km)에 이 계수를 곱하면 1km당 약 81g(계산값)이다. 다만 안내문은 이 계수가 발전 단계의 직접배출 중심인 국가 고유 계수(2023년 기준 0.4173)와 산정 범위·기준연도가 달라 혼용하거나 직접 비교하지 말라고 적고 있다.
이 추세가 중요한 이유는 전과정 계산이 차를 타는 15~20년 동안의 전기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ICCT의 73%는 2025~2044년 평균 전력을 넣은 값이고, 이 방식으로 전기차 배출 추정치는 4년 전 자체 계산보다 24% 낮아졌다. ICCT는 전력 구성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으면 전기차 배출이 부풀려진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말하면 이 숫자는 전망에 기댄다. 한국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 무탄소 발전 비중 70.7%를 목표로 하고, 12차 계획은 수립 중이며 2026년 9월 토론회에서 석탄발전 60기를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이 제시된 단계다. 계획대로 가면 오늘 산 전기차는 해마다 깨끗해지고, 계획이 늦어지면 그만큼 덜 깨끗해진다. 전력이 해마다 1.5%씩(세계의 최근 10년 실적) 깨끗해진다고 가정하면 15년 평균 배출은 첫해의 90%, 정체하면 100%다(계산값).
평균이냐 한계냐 — 같은 전기에 두 개의 숫자
지금까지 쓴 배출계수는 모두 평균이다. 그해 발전 부문 배출을 발전량으로 나눈 값이고, 소비단 계수는 여기에 송배전 손실 등을 반영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전기차 한 대가 늘어 전기 수요가 조금 늘 때, 그 전기를 대려고 추가로 돌아가는 발전기는 무엇인가. 이를 한계 배출이라 한다.
2022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논문은 2010~2019년 미국 전력의 평균 배출이 28% 줄어드는 동안 한계 배출은 7% 늘었다고 분석했다. 값싼 가스가 기저를 차지하면서 석탄이 수요 변화에 맞춰 돌아가는 자리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저자가 속한 예일대의 설명 자료는 평균만 쓰면 전기차의 감축 효과를 27~114% 과대평가한다고 정리했다. 다만 공저자인 매슈 코첸 교수는 같은 자료에서 전기차가 여전히 내연기관보다 깨끗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환경보호청 통계에서도 기저가 아닌 발전소의 배출률은 평균의 1.79배다(계산값). 영국 연구는 한계 기준 충전 배출이 평균보다 25% 높다고 봤다.
반론도 논문으로 나와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은 수요가 늘면 발전소가 새로 지어지고 헌 발전소가 닫히는 효과까지 넣은 장기 한계 배출률을 제안하면서, 단기 한계 지표가 조사한 모든 수요 증가 사례에서 배출을 과대 예측했다고 보고했다(예측 오차는 장기 한계 131, 평균 201, 단기 한계 476kgCO2/MWh). 저자들도 인정하듯 이 지표는 전망이 맞는 만큼만 맞는다. 2021년에는 독일 교수가 주도한 과학자 170여 명이 평균 계산이 배출을 2배가량 과소평가한다는 공개서한을 EU 집행위원회에 냈으나, 독일 사이언스미디어센터가 모은 전문가 논평은 평균 배출을 쓰는 것이 전과정평가의 표준이라고 반박했다. 여기 인용한 연구들의 지역과 기간에서 단기 한계 배출이 평균보다 높았다는 점은 양쪽이 다투지 않는다. 다만 한계 발전원은 시간과 지역에 따라 달라지고, 15~20년 타는 차에 어느 지표를 적용할지는 합의되지 않았다.
이 논쟁이 실용적으로 남기는 것은 충전 시간이다. MIT 연구진은 태양광이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밤 충전이 한낮 충전보다 70% 더 배출하고, 뉴욕에서는 거꾸로 밤 충전이 20% 덜 배출한다고 계산했다. 국내에서도 이화여대 최원재 교수 연구팀의 분석을 소개한 보도는 충전 시점에 따라 전기차의 배출이 최대 16% 높거나 28% 낮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충전을 옮기는 제도는 16편 「전력망과 V2G」에서 다뤘다.
공인과 실제 — 두 차 모두 시험값보다 많이 쓴다
전과정 계산의 또 다른 갈림길은 연비와 전비를 시험값으로 넣느냐 실제 주행값으로 넣느냐다. 전기차부터 보면, 독일 자동차클럽 ADAC가 2026년 다섯 차종을 실측한 충전 손실은 11kW 완속 충전기에서 5.1~7.0%, 가정용 콘센트에서 12.7~24.2%였다. ICCT가 집계한 EU 전기차의 실주행 전비는 100km당 20.2kWh로 인증 시험(WLTP) 값보다 25% 높다. 겨울에는 더 든다. 미국 배터리 분석 업체 리커런트의 실주행 자료에서 0°C 부근 주행거리는 이상적 조건의 평균 78%였다. 한국의 보조금 대상 평가 기준도 전기 승용차의 저온 주행거리를 상온의 75~80% 이상으로 요구한다(2026~2027년).
내연차 쪽 간극도 크다. EU 집행위가 차량에 달린 연료소비 측정장치로 모은 자료에서 휘발유·경유차의 실주행 배출은 인증값보다 평균 약 20% 높았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2021년 등록분이 인증값의 3.5배였고, T&E는 2023년 등록분이 거의 5배라고 분석했다. 인증은 주행의 84%를 전기로 달린다고 가정하는데 실제는 27%였다. 독일 프라운호퍼 ISI 등의 2026년 보고서도 약 100만 대 자료로 실연비가 100km당 5.9L, 전기 주행 비중이 4분의 1 수준이라고 확인했다.
휘발유에도 굴뚝 이전의 배출이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 계수로 휘발유 1L를 태우면 2.35kg의 이산화탄소가 나오고(갤런당 8,887g의 환산값), 영국 정부 계수의 채굴·정제·수송분을 더하면 리터당 약 0.60kg, 약 26% 늘어난다(계산값). 한국 연료의 상류 배출 비율은 이번 조사에서 국내 1차 수치로 확인하지 못했다.
21편의 시산을 이 값들로 다시 계산해 보면 가정의 무게가 드러난다. 21편은 비사업용 차량의 일평균 주행거리 30.8km, 휘발유차 13km/L, 전기차 0.17kWh/km로 운행 단계 감축을 연 1.2톤 안팎이라고 썼다. 전비만 실주행 수준(0.202)으로 바꾸면 1.04톤으로 줄고, 휘발유의 상류 배출(리터당 0.60kg)을 더하면 1.56~1.71톤으로 늘어난다. 내연차의 실주행 간극 20%까지 넣으면 더 늘어난다. 다만 뒤의 계산은 휘발유 쪽 상류만 더한 부분 민감도다. 전력 쪽 연료 채굴·수송과 충전 손실까지 넣으면 전기차 배출도 함께 늘어난다. 같은 차, 같은 주행거리인데 계산서의 한 줄을 바꿀 때마다 답이 움직인다.
| 가정 | 휘발유차 연 배출 | 전기차 연 배출 | 연 감축 |
|---|---|---|---|
| 21편 가정(리터당 2.3kg, 13km/L, 0.17kWh/km) | 1.99톤 | 0.80톤 | 1.19톤 |
| 전비만 실주행 수준(0.202kWh/km)으로 | 1.99톤 | 0.95톤 | 1.04톤 |
| 휘발유 상류 포함(리터당 2.3 + 0.60 = 2.90kg), 전비 0.17 | 2.51톤 | 0.80톤 | 1.71톤 |
| 휘발유 상류 포함, 전비 0.202 | 2.51톤 | 0.95톤 | 1.56톤 |
연 1만 1,242km(30.8km × 365일), 전력배출계수 0.4173 고정, 운행 단계만 계산한 값이다. 전비 0.202는 EU 실주행 평균, 상류 배출은 영국 정부 계수를 쓴 것으로 한국 실측이 아니며, 전력 쪽 상류 배출과 충전 손실은 넣지 않았다. 30.8km는 비사업용 전 차종의 검사 차량 평균이다.
손익분기 — 몇 km를 달려야 빚을 갚는가
생산 단계에서 더 낸 만큼을 운행에서 덜 내 갚는 지점을 손익분기라고 부른다. 이 숫자만큼 널리 인용되고 널리 오해되는 숫자도 드물다. ICCT는 EU에서 약 1만 7,000km, 처음 1~2년 안이라고 본다. ICCT의 2024년 미국 분석에서는 2024년식 세단이 약 1만 5,200마일(약 2만 4,500km)이다. 블룸버그NEF는 미국 4만 1,000km(약 2년), 석탄 비중이 높은 중국 11만 8,000km(약 10년)로 계산했다.
독일 한 나라 안에서도 세 기관의 답이 다르다. 자동차클럽 ADAC는 골프급 기준 4만 5,000~6만km, 독일엔지니어협회(VDI)의 2023년 연구는 9만km, 프라운호퍼 ISI의 2020년 워킹페이퍼는 40kWh 중형차 약 5만 2,000km에서 120kWh 고급차 약 23만km까지 제시했다. ADAC는 차를 타는 동안 전력이 깨끗해지는 것을 반영했고, VDI는 인증 시험 연비와 독일 평균 전력을 썼으며, 프라운호퍼의 23만km는 가장 큰 배터리를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 디젤차와 견준 값이다.
제조사 공시는 더 넓게 퍼져 있다. 테슬라는 2020년 보고서에서 모델 3가 5,340마일(약 8,600km) 뒤 동급 내연차보다 낮아진다고 했고, BMW는 신형 iX3가 유럽 전력 기준 약 2만 1,500km라고 밝혔다. 볼보 C40은 풍력 4만 9,000km, EU 전력 7만 7,000km, 세계 평균 전력 11만km였고, 한 해 앞선 XC40 리차지 보고서의 세계 평균 전력 값은 14만 6,000km였다. 가장 짧은 값과 가장 긴 값이 17배 차이다(계산값). 같은 차를 조건만 바꿔 계산한 2020년 논문은 범위를 1만 7,000~31만km로 보고했다.
| 출처(연도) | 지역·전력 | 손익분기 | 결과를 가른 가정 |
|---|---|---|---|
| 테슬라(2020) | 자사 자료 | 약 8,600km | 제조 배출을 동급 내연차보다 “약간 높다”고 봄 |
| ICCT(2025) | EU, 2025~2044년 평균 전력 | 약 1만 7,000km | 실주행 연비, 수명 24만km |
| BMW iX3(2025) | EU 전력 | 약 2만 1,500km | 인증 시험 전비, 재활용 원료 사용 |
| 블룸버그NEF(2024) | 미국 / 중국 | 4만 1,000km / 11만 8,000km | 수명 25만km, 중국은 석탄 비중 |
| ADAC(2022) | 독일, 전력 개선 반영 | 4만 5,000~6만km | 55kWh, 수명 24만km |
| VDI(2023) | 독일 평균 전력 | 9만km | 인증 시험 연비·전비 |
| 볼보 C40(2021) | 풍력 / EU / 세계 평균 | 4만 9,000 / 7만 7,000 / 11만km | 제조사 스스로 보수적 가정이라 밝힘 |
| 프라운호퍼 ISI(2020) | 독일, 40kWh / 120kWh | 약 5만 2,000 / 약 23만km | 배터리 크기, 비교 차종 |
표를 읽는 요령은 넷이다. 전력이 깨끗할수록, 배터리가 작을수록, 내연차 연비를 실주행으로 볼수록, 전력이 해마다 나아진다고 볼수록 손익분기는 짧아진다(전기차 전비도 실주행으로 보면 그 효과는 일부 상쇄된다). 볼보의 수치는 영국에서 “전기차는 5만 마일을 달려야 깨끗해진다”는 주장의 근거로 쓰였는데, 영국 기후 전문 매체 카본브리프는 볼보가 전력 배출을 높게, 내연차 연비를 좋게, 연료 생산 배출을 낮게 잡았다는 연구자 아우케 훅스트라의 분석을 인용해, 다시 계산하면 C40의 손익분기가 약 1만 6,000마일이라고 반박했다. 제조사의 보수적 공시가 회의론의 근거가 된 사례다.
한국은 어디쯤일까. 한국 전력 구성으로 전기차와 내연차의 손익분기 주행거리를 직접 계산해 공개한 자료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전력의 탄소집약도만으로 한국을 다른 나라의 값 사이에 놓을 수는 없다. 차종과 생산 배출, 연간 주행거리를 같은 조건으로 둔 별도의 계산이 필요하다.

한국의 계산서 — 하이브리드와의 거리
한국에서 이 논쟁은 “전기차는 석탄차”라는 말에서 시작됐다. 2017년 국회 포럼에서 한 교수는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이 큰 상황에서 전기차는 원전차, 석탄차일 뿐이라고 말했다. 2020년 한국자동차공학회 발표회에서는 전과정 기준으로 아이오닉 전기차 150g, 코나 일렉트릭 170g,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160g, 투싼 가솔린 280g(gCO2eq/km)이라는 수치와 함께 하이브리드가 전기차와 동등한 수준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 수치의 전력 배출계수와 수명 가정은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그 뒤의 연구는 조건을 달아 답한다. 2022년 전과정평가학회지 논문은 2017년 전원 구성(석탄 45.3%)으로 전기차의 연료 전과정 배출을 km당 112g으로 계산하면서, 석탄화력으로만 충전하면 209g, 원자력으로만 충전하면 1.13g이라고 발전원별 값을 따로 냈다. 같은 전기차가 무엇으로 충전하느냐에 따라 약 185배 달라진다(계산값). 2024년 석탄 비중은 28.1%로 내려왔다.
가장 직접적인 근거는 이화여대 최원재 교수 연구팀이 현대 코나의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 모델과 수소전기차 넥쏘를 차량 생산과 폐기까지 포함해 비교한 2025년 논문이다. 2023년 전원 구성을 적용한 결과는 코나 내연기관 231g, 하이브리드 164g, 전기차 136g(gCO2eq/km)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약 41%, 하이브리드는 약 29% 낮았다(논문의 설정은 수명 15년, 하루 33.1km). 다만 논문이 적은 총 주행거리 193,304km는 이 설정을 곱한 값(약 18만 1,000km)과 맞지 않아, 여기서는 논문이 보고한 값을 그대로 옮긴다. 이 연구를 소개한 보도에서 최 교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하이브리드보다 낮은 쪽에 형성돼 있다고 말하면서, 일반 시민이 생각하는 것처럼 100 대 0의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공시로 보면 아이오닉 5(169.6g)는 투싼 하이브리드(241.6g)의 70% 수준인데, 차급이 다른 비교다.
정리하면 한국에서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더 배출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국내 연구는 이번 조사에서 찾지 못했다. 남는 질문은 하이브리드와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이고, 한 차종을 넘어 여러 차종과 실제 수명·주행거리까지 포괄해 이 질문에 답하는 공개 자료는 아직 적다. 국가 목표와의 거리는 따로 있다. 한국의 2035년 감축목표는 수송 부문을 2018년 대비 60.2~62.8% 줄이는 것이고, 2025년 수송 배출 잠정치는 9,459만 톤이다. 2026년 International Journal of Automotive Technology 논문은 2030년 전기차 420만 대·수소차 30만 대 목표를 달성해도 승용 부문의 배기관 배출 감축은 2018년 대비 21.63%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전동화만으로는 2030년 수송 부문 목표(37.8% 감축)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21.63%는 승용차만의 값이고 목표는 수송 부문 전체여서 두 숫자를 그대로 견줄 수는 없다.

수명과 주행거리 — 계산서의 분모
생산 단계 배출은 차를 오래, 많이 탈수록 km당으로는 작아진다. 그래서 수명 가정이 결과를 가른다. 주요 연구가 쓴 수명은 15만km에서 30만km 이상까지 퍼져 있다. IEA는 15년·약 20만km, ICCT는 EU 20년·24만km, 블룸버그NEF는 25만km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차종에 따라 EQB 16만km, EQE 25만km, EQS 30만km를 쓴다. 2013년의 한 논문은 수명을 10만km로 잡으면 전기차의 이점이 휘발유차 대비 9~14%로 줄고 디젤차와는 구별되지 않는다고 계산했다.
관측 자료에 기반한 추정은 긴 쪽을 가리킨다. 영국 차량검사 기록 2,980만 대를 분석한 2025년 Nature Energy 논문은 전기차의 평균 수명을 18.4년, 수명 주행거리를 12만 4,000마일(약 20만km)로 추정했다. 다만 이 논문은 초기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신뢰성이 낮았고 최신 모델은 관측 기간이 아직 짧다는 단서를 달았다. 배터리도 비슷하다. 차량 관제 업체 지오탭의 2025년 분석은 용량이 연 2.3%씩 줄어 8년 뒤 81.6%가 남는다고 했고, 리커런트는 리콜을 빼면 배터리가 교체된 차가 4% 미만(2022년 이후 차는 0.3%)이라고 집계했다. 두 자료 모두 기업이 자사 고객 차량으로 낸 것이다. 배터리를 한 번 바꾸면 계산서에 5.5~7톤이 더해진다(제조사가 공시한 팩 1개분의 사례, 계산값. 교체 팩의 크기와 사양에 따라 달라진다). 배터리 건강 상태와 중고차 가치는 12편 「EV 중고차와 배터리 잔존가치」에서 다뤘다.
연간 주행거리도 갈린다. 미국 중고차 자료를 분석한 2023년 Joule 논문에서 전기 승용차는 연 7,165마일로 휘발유 승용차(1만 1,642마일)보다 39% 덜 달렸다. 영국에서는 반대로 3년 미만 전기차가 연 1만 54마일로 휘발유차(7,585마일)보다 많이 달렸다. 덜 달리면 빚을 갚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한국은 이 분모가 불확실하다. 2020년 국내 자동차의 폐차까지 생애주기는 15.6년(승용 15.3년)이었지만 내연차 중심의 실적이고 전기차의 실적은 아직 없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주행거리 통계는 2025년부터 측정치를 가공 없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정기검사를 받은 차의 값인데, 비사업용 승용 신차는 첫 검사가 5년 뒤여서 최근 등록된 개인 전기차는 통계에 거의 잡히지 않는다. 전기 승용차 일평균 62.9km라는 값을 개인 전기차의 주행거리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까지 말소된 전기차는 1만 348대였다. 말소된 차가 수출될 때 남은 수명의 주행과 배터리가 어느 나라의 계산서에 들어가는지를 다룬 국내 자료도 확인하지 못했다.
폐차 이후 — 재활용은 계산서의 어디에 들어가나
제조사의 전과정 보고서에서 폐기 단계는 작다. 볼보·폴스타·메르세데스·BMW·리비안의 공시에서 0.4~1.2톤, 전체의 약 0.7~3.3%다(계산값). 그러나 이 작은 숫자는 계산 규칙의 결과이기도 하다. 볼보 보고서는 해체와 파쇄까지만 세고 재활용으로 다른 제품의 원료를 대체하는 효과에는 크레딧을 주지 않았다고 밝힌다. 재활용의 이득은 그 원료로 만든 다음 제품의 계산서로 넘어간다.
재활용이 실제로 얼마나 줄이는지는 방식에 달렸다. IEA는 재활용한 니켈·코발트·리튬이 채굴한 원료보다 온실가스를 80% 적게 낸다고 봤다. 2023년 PNAS Nexus 논문은 감축률을 직접 재활용 61%, 습식 51%, 건식 17%로 나눴다. 2019년 Nature Sustainability 논문은 건식·습식 재활용이 전과정 온실가스를 유의미하게 줄이지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비교 단위(금속이냐 배터리 전체냐)와 공정 세대가 달라서 생긴 차이다. 그리고 IEA에 따르면 2030년에도 재활용 원료의 3분의 2는 수명을 다한 배터리가 아니라 공장의 공정 스크랩이다. 재활용 산업의 구조는 10편 「다 쓴 배터리는 어디로 가나」에서 다뤘다.
한국 제도는 탄소가 아니라 무게와 원료를 센다. 폐자동차 재활용 의무는 중량 기준 95%(에너지 회수분 포함)이고,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의 배터리를 지자체에 반납하게 한 대기환경보전법 조항은 2020년 12월 29일 개정으로 삭제됐다(2021년 1월 1일 전에 등록된 차량은 부칙의 경과조치에 따라 반납 의무가 남아 있다). 2026년 5월 공포된 사용후 배터리법은 2027년 5월 27일 시행 예정이며 재생원료 인증과 함유율 목표, 이력관리를 다룬다. 법의 조문 제목에는 탄소발자국 항목이 보이지 않는다(하위법령은 확인하지 못했다).
반론들 — 반박된 것과 남은 것
전기차의 탄소 계산을 둘러싼 반론은 많고, 그 가운데 일부는 뒤이은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관점 ②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주장들
“전기차가 디젤보다 더 낸다”(ifo, 2019). 배터리 수명 15만km, 낮추기 전의 배터리 계수(145~195kg), 실주행보다 훨씬 좋은 구식 시험 연비가 전제였다. 같은 해 Joule에 실린 반박은 같은 두 차를 실주행 연비와 수명 평균 전력으로 다시 계산해 디젤 244g, 전기차 95g이라는 결과를 냈다. 수치는 반박됐지만, 이 글이 함께 제기한 한계 전원 문제는 앞에서 본 대로 남아 있다.
“5만 마일을 달려야 깨끗해진다”(영국, 2020). 혼다·애스턴마틴·보쉬·맥라렌이 의뢰한 것으로 보도된 보고서의 주장이다. 연료 생산 배출을 빼고 시험 연비를 쓴 계산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보고서를 만든 홍보사가 애스턴마틴 임원의 배우자 소유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타던 휘발유차를 계속 타는 편이 낫다”(2023). 2026년 8월 Science에 실린 논문은 멀쩡한 내연차를 폐차하고 전기차로 바꾸는 미국 조건의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해 대부분의 조건에서 배출이 줄어든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진이 속한 대학의 설명으로는 시나리오의 92%가 그랬다. 예외는 연간 주행이 아주 적은 차(승용차 기준 약 7,000km 미만),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탄소집약도가 높은 전력 지역에서 효율이 가장 좋은 하이브리드를 바꾸는 경우다. 이 연구는 타던 차를 폐차하고 바꾸는 경우를 분석한 것이어서, 중고로 팔려 계속 달리는 경우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타이어 분진이 배기가스의 1,850배”(2022~2024). 영국 측정 업체의 원자료는 전기차와 내연차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타이어 마모 질량과 배기관 입자를 비교한 것이었다. 업체 대표도 그렇게 해명했다. 다만 차가 무거울수록 타이어 마모가 늘어난다는 점은 유효하다.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진의 실측에서는 배기가스가 대기에서 입자로 바뀌는 2차 생성분까지 넣으면 전기차의 입자 배출이 내연차보다 항상 낮았다.
관점 ③ 지금도 유효한 반론들
대형화. 미국 에너지효율경제위원회(ACEEE)는 무게 약 9,000파운드의 허머 EV가 미국 평균 전력으로 운행 단계에서 마일당 341g을 배출해 휘발유 중형 세단 쉐보레 말리부(320g 남짓)보다 많다고 계산했다. IEA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전기차 신규 등록의 55% 이상이 SUV였고, 전기 SUV의 배터리는 비슷한 주행거리의 중형 전기차보다 25% 컸다. 같은 급끼리 비교하면 전기차가 낮지만, 급을 올리면 이점이 줄어든다.
석탄 비중이 높은 전력. IEA는 인도에서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20% 낮을 뿐이고 하이브리드와는 차이가 10% 미만이라고 본다. MIT의 해설 자료도 석탄 의존도가 높은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전기차가 하이브리드보다 많이 배출한다고 인정한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 2022년 Nature Sustainability 논문은 전기차가 아니었다면 새 휘발유차를 샀을 가구에서는 손익분기가 2만 8,069마일이지만, 타던 휘발유차를 계속 탈 수 있었던 가구가 그 차를 새 전기차로 바꾸면 6만 8,160마일로 늘어난다고 계산했다. 캘리포니아 자료를 쓴 경제학 연구는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구매자가 전기차를 사지 않았다면 비교적 연비가 좋은 차를 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과정평가는 “동급 내연차 대비”를 묻고, 정책 평가는 “실제로 대체된 차 대비”를 묻는다. 21편에서 본 추가성 문제와 같은 뿌리다.
광물의 비탄소 비용. IPCC는 배터리 광물의 자원 가용성, 노동권, 기후 외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를 중간 신뢰도로 인정했다. 탄소는 줄지만 탄소가 아닌 비용이 남는다는 뜻이다.
반론의 출처도 계산서의 일부다. 손익분기를 6만~11만 9,000km로 계산한 2019년 논문은 저자 다수가 마쓰다 소속이었고 16만km에서 배터리를 한 번 교체한다고 가정했다. 중국 8개 성에서 장거리 전기차가 휘발유차보다 많이 배출한다고 본 2023년 논문은 아람코의 후원을 받았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전기 픽업의 감축 효과를 계산한 미시간대 논문은 포드의 연구비를 받았고, T&E와 ICCT는 전기차 전환을 지지하는 단체다. 후원이 결론을 틀리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가정을 고를 때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는 살펴야 한다.
하이브리드는 어디에 서 있나
회의론이 가장 자주 내세우는 대안은 하이브리드다. 토요타는 2023년 딜러용 자료에서 장거리 전기차 1대 분량의 배터리 원료로 하이브리드 90대를 만들 수 있고 그 90대의 감축량이 전기차 1대의 37배라고 주장했다. 산식의 방향은 성립한다. ICCT의 EU 수치(하이브리드 20%, 전기차 73% 감축)를 같은 식에 넣어도 약 25배가 나온다(계산값). 문제는 전제다. 이 계산은 배터리 원료가 고정된 병목이고 하이브리드 90대가 모두 내연차 90대를 대체한다고 가정한다. IEA는 2024년 세계 배터리 셀 생산능력이 그해 수요의 세 배였다고 집계했다. 설비가 남는다고 광물 공급에 제약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원료가 고정된 병목이라는 전제와는 거리가 있다.
대당으로 보면 하이브리드의 감축은 한계가 뚜렷하다. EU에서 하이브리드는 휘발유차보다 20%,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30% 낮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성적은 앞에서 본 실주행 간극 때문에 인증값이 약속한 것보다 훨씬 나쁘다. 하이브리드가 전기차에 근접하는 곳은 전력이 석탄에 크게 기대는 지역이고, 전력이 깨끗해질수록 격차는 벌어진다. 한국에서는 앞 절에서 본 2025년 논문이 2023년 전원 기준으로 전기차(136g)를 하이브리드(164g)보다 낮게 계산했다.
승용차용 합성연료(e-fuel)는 대안으로서 근거가 약하다. 2021년 Nature Climate Change 논문은 e-fuel의 감축 비용을 톤당 800~1,200유로로 추정하고, 직접 전기화가 어려운 부문에 우선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세계 총량 — 지금까지 얼마나 줄였나
차 한 대가 아니라 도로 위의 전기차 전체로 보면 숫자의 크기가 달라진다. IEA는 2025년 세계의 전기차가 하루 약 170만 배럴의 석유 소비를 대체했고 순감축량이 1억 9,000만 톤(CO2 환산)이었다고 집계했다. 이 수치는 연료와 전력의 생산·사용까지만 센 값이고 차량과 배터리를 만드는 배출은 들어 있지 않다. 전망도 내려왔다. 2035년 순감축량 전망은 2024년판의 18억 톤에서 2026년판의 14억 톤으로 낮아졌다(공표 정책 시나리오 기준). 낮아진 이유는 이번 조사에서 원문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함대 단위의 연구는 전기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쪽으로 모인다. 2023년 Nature Communications 논문은 미국이 2030년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채워도 2030년 승용·경트럭 부문 배출은 2005년 대비 24% 줄어드는 데 그치고, 여기에 전력망 배출을 2035년까지 95% 줄이는 조건을 더해야 2035년 배출이 2005년 대비 45% 감축에 접근한다고 계산했다. 차가 바뀌는 속도보다 도로 위의 차가 교체되는 속도가 느리고, 전기가 깨끗해지는 속도가 감축 폭을 정하기 때문이다. IPCC도 수요 관리와 저배출 기술이 함께 가야 한다고 적었다.
탄소 밖의 계산 — 공기와 광물
이 글이 다룬 전과정 평가는 온실가스에 초점을 맞췄지만 계산서에는 다른 줄도 있다. 배기관이 없다는 것은 도시의 공기에 직접적인 차이를 만든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에서 인구 1,000명당 무공해차가 20대 늘 때 천식 관련 응급실 방문이 3.2% 줄었다고 보고했고(2013~2019년 관측), 후속 연구는 동네에 무공해차가 200대 늘 때 위성으로 잰 이산화질소가 1.1% 낮아졌다고 했다. 둘 다 지역 단위 관측이어서 인과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발전소 쪽에서는 오염이 남는다. 앞에서 인용한 영국 연구는 전기차 충전이 발전 단계에서 km당 질소산화물 27mg을 낸다고 계산했다.
광물은 반대쪽 줄이다. IEA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뺀 광물 투입이 전기차 한 대에 내연차의 6배에 이른다고 봤고(대표 차량 기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남미 염호에서 리튬 1톤을 생산하는 데 약 200만 리터의 물이 든다고 정리했다. 한편 T&E는 높은 재활용률을 전제로 배터리 하나에서 최종적으로 잃는 금속이 약 30kg인 데 비해 내연차는 수명 동안 휘발유 약 1만 7,000L를 태운다고 대비했다. 무게로는 석유가 압도적으로 많고, 물과 노동 문제는 광산이 있는 지역에 집중된다. 두 사실이 함께 성립한다.
규제는 무엇을 세는가 — 배기관에서 전과정으로?
계산서가 이렇게 복잡한데 규제는 단순하다. 주요국의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는 거의 모두 배기관만 센다. EU는 2023년 규정 개정으로 집행위가 2025년 12월 31일까지 전과정 배출 산정의 공통 방법론을 만들고 2026년 6월 1일부터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보고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2026년 1월 이사회 작업반에서 집행위는 방법론이 아직 개발 중이라고 답했고, 2026년 10월 초 현재 채택된 방법론은 확인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보고 조항이어서, 채택되더라도 제조사 목표의 준수 판정은 배기관 기준으로 남는다.
2025년 12월 집행위가 낸 개정 제안도 전과정 전환이 아니다. 2035년 신차 감축 목표를 100%에서 90%로 낮추고 나머지 10%를 EU산 저탄소 철강(최대 7%)과 재생연료(최대 3%) 크레딧으로 채우게 하는 내용이다. 생산 단계와 연료 단계가 크레딧이라는 형태로 배기관 규제 안에 들어오는 구조다. 이 제안은 의회와 이사회 심의 중이며 확정되지 않았다. 배터리 쪽도 지연되고 있다. EU 배터리 규정은 전기차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신고를 2025년 2월 18일 또는 관련 하위법 발효 12개월 뒤 가운데 늦은 날부터 요구하는데, 산정 방법을 정하는 하위법이 2024년 4월 초안 뒤 채택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쟁점은 공장이 쓴 전기를 국가 평균으로 볼지,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을 인정할지다.
전과정 요소를 먼저 넣은 곳은 규제가 아니라 보조금이다. 프랑스는 2023년 말부터 전기차의 생산·운송 단계 탄소발자국을 점수로 매겨 60점 이상인 차에만 구매 지원을 준다. 산식으로 보면 좌석 5개 이상·트렁크 200L 이상·주행거리 170km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차량군에서 60점은 탄소발자국 14,250kg에 해당하고, 그 밖의 차량군은 기준값이 다르다(계산값). 프랑스 정부 산하 분석기관에 따르면 시행 뒤 프랑스에서 팔린 전기차의 아시아 조립 비중은 2023년 말 50% 초과에서 2024년 봄 17%로 떨어졌다. 영국은 차량 조립국과 배터리 생산국의 전력 탄소집약도로 보조금 등급을 가른다. 두 제도 모두 주행과 폐기는 보지 않는 부분 전과정이고, 21편에서 본 대로 산업정책의 성격을 함께 갖는다.
다른 나라의 방향은 제각각이다. 일본의 2030년도 연비기준은 전기차에도 발전 단계의 에너지 소비를 반영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5년 12월 동력배터리 탄소발자국 신고를 통지해 2027년 1월 1일부터 상시 신고로 넘어간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차량 온실가스 기준 자체를 폐지했고(2026년 4월 20일 발효), 이 규칙에 대해서는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 제기돼 있다. 국제 조화 작업을 하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 작업반은 2026년 7월 합의 부족을 이유로 초안 제출을 보류했다. 작업반은 초안 대신 남은 쟁점과 진행 상황을 보고하기로 했다.
관점 ④ 전과정 규제는 누구에게 유리한가
배기관만 세는 규제가 전기차의 생산·발전 단계 배출을 0으로 친다는 비판은 사실에 맞다. 그런데 “전과정으로 세자”는 요구가 누구에게서 나오는지를 보면 그림이 단순하지 않다. 이탈리아 정부는 2026년 3월 이사회에 낸 의견서에서 통일된 방법론이 마련되면 전과정 정보를 의무화하자고 하면서 재생연료 크레딧의 확대와 조기 적용을 함께 요구했다. 유럽의회 보고관의 초안은 전과정 회계 틀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재생연료 전용 차량을 0g으로 간주하자고 제안했다. 전과정 논리가 내연기관의 여지를 넓히는 근거로도 쓰이는 셈이다.
ICCT는 반대편에서 경고한다. 전과정 비교는 방법론 선택에 매우 민감해서, 이를 규제 기준으로 삼으면 장기 탈탄소 잠재력이 부족한 동력원에 불균형하게 유리해질 위험이 있고 생산 단계별 추적·검증의 행정 부담도 크다는 것이다. T&E는 생산 단계 탄소발자국을 차량 라벨과 등급에 쓰자고 권고하면서도 연료 크레딧처럼 준수 계산을 느슨하게 하는 장치에는 반대한다. 한편 경제학자 케네스 길링엄의 2021년 워킹페이퍼는 전기차의 상류 배출을 0으로 두는 관대한 처리가 평균 규제를 약하게 만들어 오히려 전기차 점유율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0g이라는 약속은 전기차에 유리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 표시에서는 이미 선이 그어졌다. 영국 광고심의기구(ASA)는 2024년 2월 BMW의 “무배출 차” 검색 광고가 주행 중에만 해당한다는 설명 없이는 오인 소지가 있다고 결정했다. 결정문은 제조와 전력망 충전 과정의 배출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의 제도 — 0g/km와 재활용 가치
한국의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 기준은 승용차 기준 2021년 97g/km에서 2030년 70g/km로 내려가고, 전기차는 0g/km로 계산한다. 전기차 판매 1대를 2026년에는 1.5대로 쳐 준다. 고시 제13조에는 전과정 분석에 따른 배출량을 고려해 2026년 이후 기준의 적정성을 중간검토하라는 문구가 있지만, 전과정은 고려 요소로만 등장한다. 차량 전과정 배출을 제작사 평균 배출량의 준수 판정에 적용하는 법령이나 고시는 법제처 법령 검색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변화의 조짐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7월 14일 2030년 승용차 기준을 70g에서 54g으로 강화하는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고 이튿날부터 9월 14일까지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자동차 제작사가 국내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쓰면 기준의 5% 한도에서 배출량을 차감하는 간접감축 방식의 시범 적용이 들어 있다. 차량의 주행이 아니라 제작 단계가 평균 배출량 회계에 처음 들어오는 장치다. 다만 이 개정안은 예고 단계이고, 10월 초 현재 개정 고시가 공포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정부는 2025년 5월 포럼, 11월 완성차 5사·부품사와의 전과정평가 협약, 2026년 5월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자동차공학회의 업무협약으로 준비를 이어 왔고, 2026년 10월 7일에는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평가 방법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의견 접수 10월 29일까지). 2024년 1월 개정돼 2027년 1월 10일 시행되는 대기환경보전법 제76조의7이 고시로 위임한 사항으로, 15인승 이하 승용·승합차와 총중량 3.5톤 이하·최대적재량 1톤 이하 화물차를 대상으로 평가 원칙과 범위·시스템 경계, 데이터 품질 요건과 배출계수 적용 우선순위, 단계별 산정 방법, 결과의 검증·보고 방법을 정한다. 평가 방법을 마련하는 단계로, 행정예고문의 주요 내용에 그 결과를 배출허용기준이나 보조금에 연계하는 조항은 없다.
보조금에는 ‘환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계수가 있다. 2026년 보조금 지침의 배터리환경성계수는 배터리 1kg에 든 유가금속의 가격으로 재활용 가치를 따져 1.0에서 0.6까지 매긴다. 탄소발자국이 아니다. 유가금속이 적은 LFP 배터리에 불리한 구조인데, 앞에서 인용한 연구들에서 LFP는 kWh당 생산 배출이 니켈계보다 낮았다. 재활용 가치와 탄소가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지점이다. 프랑스가 생산 단계 탄소를, 한국이 재활용 가치를 보조금 조건으로 고른 것은 무엇을 환경성으로 볼지에 대한 서로 다른 선택이다.

학계는 어디서 갈리나
합의된 것부터 적는다. 같은 급의 차를, 평균적인 전력으로, 정상적인 수명 동안 탈 때 전기차의 전과정 배출이 내연차보다 낮다는 데는 IPCC·IEA·ICCT와 다수 논문이 방향을 같이한다. 생산 단계에서는 전기차가 더 많이 낸다는 것, 석탄 비중이 높은 전력에서는 이점이 줄어 하이브리드에 근접한다는 것도 양쪽이 인정한다.
갈리는 곳은 다섯이다. 첫째, 평균 배출과 한계 배출 가운데 무엇을 쓸 것인가. 둘째, 전기차가 내연차만큼 달리는가(미국 자료는 덜 달린다고 하고 영국·노르웨이 자료는 반대다). 셋째, 싼 주행비용이 주행을 늘리는 반등 효과의 크기로, 62편을 검토한 2026년 문헌 연구는 추정이 0에서 수백 퍼센트까지 흩어져 있다고 정리했다. 넷째, 배터리 소재(흑연·니켈) 자료가 갱신될 때 계수가 어디로 움직일 것인가. 다섯째, 전과정 값을 규제에 넣을 때 전력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다. 세 가지 자동차 전과정 지침을 같은 전기차에 적용한 2026년 논문은 대부분의 영향 범주에서 지침 사이의 차이가 10% 미만이었지만 한 지침 안에서 재활용 배분 방식을 바꾸면 −27%, 전력을 고정값으로 보면 +11%가 달라진다고 보고했다. 방법론이 규제의 문턱에서 멈춰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사이트 — 여섯 가지
첫째, 숫자를 볼 때는 경계부터 물어야 한다. 0g, 71g, 109g, 170g은 전기 승용차에 대한 서로 다른 질문의 답이다(차종과 기준 연도도 다르다). 배기관만 셌는지, 발전소까지 셌는지, 공장과 폐차장까지 셌는지를 밝히지 않은 숫자는 비교할 수 없다. 수명 가정이 다른 톤수도 마찬가지다.
둘째, 손익분기는 차가 아니라 전력의 성적표에 가깝다. 같은 차의 손익분기가 풍력에서 4만 9,000km, 세계 평균 전력에서 11만km였다. 전기차의 탄소 성적은 차를 산 날 정해지지 않고 그 차가 달리는 15년 동안의 전원 구성이 정한다. 한국 전기차의 계산서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이행과 한 묶음이다.
셋째, 큰 배터리는 두 번 값을 치른다. 생산 단계에서 한 번, 무게 때문에 운행 단계에서 또 한 번이다. ICCT는 116kWh 배터리가 28kWh 배터리보다 전비를 13.4~16.9% 나쁘게 한다고 계산했다. 전기차라는 이유만으로 크기를 묻지 않는 제도는 계산서의 절반을 보지 않는 셈이다.
넷째, 공장 인증보다 소재 조달이 크다. 인용한 2024년 연구의 NMC811 셀 중앙값에서는 발자국의 절반 이상이 활물질에서 나오고 셀 공장 전력은 약 15%다. 니켈·리튬·흑연을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가 공장 지붕의 태양광보다 계산서에 크게 찍힌다. 한국 기업의 배터리가 어떤 값을 갖는지는 제품 단위 공시를 확인하지 못해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다섯째, 한국의 빈칸은 세 곳이다. 한국 전력으로 계산한 손익분기 주행거리, 전기차의 실제 수명과 주행거리, 국산 배터리의 kWh당 탄소발자국이다. 셋 다 계산할 재료는 국내에 있다. 2024년 전력배출계수도 2026년 10월 초까지 공표된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21편이 톤당 비용의 공식 계산이 없다고 했다면, 이번 편은 그 분모를 이루는 값들도 공개된 것이 드물다는 점을 확인했다.
여섯째, 0g이라는 약속의 유효기간을 생각할 때다. 배기관 규제는 전환 초기에 단순하고 강한 신호였다. 그러나 보급이 늘수록 생산 단계와 전력의 몫이 커지고, 전과정을 보조금 조건으로 쓰는 나라가 늘고 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사용분 차감이라는 좁은 문부터 열려는 단계다. 다음 편에서 다룰 법인차·렌터카·택시는 많이 달리는 차들이다. 주행거리가 길수록 생산 단계의 빚을 빨리 갚는다는 이번 편의 결론이 그 주제의 출발점이 된다.
결론 — 정말 덜 배출하나
제목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전기차는 생산부터 폐차까지 정말 덜 배출하나.
확인된 답은 “같은 급의 차를 평균적인 전력으로 정상적인 수명만큼 탄다면 그렇다, 다만 얼마나 덜 배출하는지는 전력과 배터리 크기와 주행거리가 정한다”는 것이다. EU에서는 휘발유차의 4분의 1 남짓까지 내려가고, 석탄 비중이 높은 전력에서는 하이브리드와 비슷해지며, 전력의 탄소집약도가 높고 주행거리가 짧은 조건에서는 이점이 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생산 단계에서 진 빚은 인용한 대표 사례에서 1~2년부터 10년 가까이 걸려 갚고, 가장 불리한 조건의 계산에서는 그보다 길어진다. “전기차는 무공해”라는 말도, “전기차가 더 더럽다”는 말도 이 조건들을 지운 문장이다.
한국은 그 사이에서 자기 위치를 아직 정확히 재지 않았다. 규제는 0g으로 세고, 기업은 170g 안팎을 공시하고, 2023년 전원으로 계산한 국내 논문은 전기차가 하이브리드보다 낮다고 보지만, 여러 차종과 실제 수명을 포괄한 공개 수치는 드물다. 보조금으로 줄인 탄소의 값을 따지려면 분모가 필요하고, 그 분모는 전력배출계수와 실제 주행거리와 배터리의 발자국으로 이뤄진다. 계산서는 복잡하지만 빈칸의 목록은 짧다. 그 빈칸을 채우는 일이 “정말 덜 배출하나”에 한국이 자기 숫자로 답하는 방법이다.
긱토이브이 인사이트는 매주 EV 산업의 구조 변화를 한국과 글로벌 양쪽 시각에서 정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법인차·렌터카·택시의 전동화 — 플릿이 대중화의 속도를 정하나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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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제 미리보기 : 법인차·렌터카·택시의 전동화 / 상용차 전동화 / LFP와 나트륨이온 / EV 가격 전쟁
편집 노트 : 이 글은 법령·고시 원문, 국제기구와 각국 규제기관 문서, 피어리뷰 논문과 국책연구원 보고서, 제조사의 전과정평가 공시, 공식 통계, 언론 보도를 구분해 작성했습니다. 조사자가 직접 계산한 값은 ‘계산값’으로 표시했고, 한국 전력 기준 손익분기 주행거리처럼 이번 조사에서 공개 자료를 확인하지 못한 항목은 그 사실을 본문에 적었습니다. 기업이나 단체가 후원하거나 작성한 자료는 그 관계를 함께 밝혔습니다. 모든 근거는 본문 하이퍼링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